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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진행형인 나의 꿈

by 정이흔

나에게는 오래전부터 이루고 싶은 꿈이 있었다. 물론 언감생심인 꿈이다. 하지만 지금도 그 꿈을 향한 내 발걸음은 진행형이다. 아직은 나의 생이 끝나지 않았으므로.


사실 특별히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다. 오히려 그림에 대한 열정만 있었다. 하지만 그 시대 누구나 그랬듯이, 하고 싶은 일이라고 해서 무조건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마치 나의 생은 이미 주어진 길을 가고 있는 것처럼, 어느 날 정신을 차려 보니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다른 길을 가고 있었을 뿐이다. 취미를 생업으로 삼는 일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투자인지도 모른다.


삼 년 전 이른 봄, 나는 지금까지 걸어온 주어진 길을 벗어나 새로운 길을 찾기로 했다. 여전히 현실은 내 발을 붙잡고 있었지만, 늦어질수록 기껏 솟은 용기의 불꽃이 허무하게 사그라들 것만 같았다. 글을 쓰자. 늦었다고 생각될 때만큼 이른 때도 없다. 오늘 망설이고 내일 시작하면, 시작하는 날만 하루 늦어질 뿐이다. 아침 출근 전에 되지도 않은 시를 한 편씩 쓰면서 하루를 시작했다. 시 창작을 배운 적은 없지만, 당장 시작하기에는 시가 가장 만만하게 보였던 모양이다. 독학으로 시를 쓰면서, 글감이 떠오를 때마다 일상 잡문도 쓰고, 초등학생의 글짓기 같은 소설도 끄적이기 시작했다. 덧없이 보냈다고 생각한 지난 시간에 대한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마음이었는지 모른다. 워낙 시작이 늦었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작가라는 호칭으로 불리고 말리라. 그저 그 호칭만이 나의 때늦은 일탈에 대한 보상이 될 것으로 믿었다.


혼자 창작에 열을 올리던 어느 날, 한 문학 밴드에서 알게 된 문우로부터 브런치라는 창작 플랫폼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직접 창작한 글을 누구나 자유롭게 올려서 많은 사람에게 보여줄 기회를 얻음과 동시에 다양한 출간 기회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남들은 여러 번을 시도해도 이루기 힘들다는 브런치 작가의 꿈도 단번에 통과했다. 그리고 미친 듯이 글을 써서 올리기 시작했다. 많은 이웃 작가가 찾아와 내 글에 칭찬의 댓글도 달면서 나의 창작 활동에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나도 뛰어난 작가의 반열에 오른 것은 아닐까? 하는 상상에 빠져 지냈다. 그렇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것은 나의 착각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면 그렇지. 그렇게 쉽게 작가가 될 수 있었다면, 내가 지금까지 작가로 불리지 못했을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나는 너무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음이 분명했다.


화톳불에 냄비처럼 달아오르던 열정을 잠시 식혀야 했다. 그리고 나의 창작 생활을 되돌아보았다. 그때까지 쓴 글을 정리해 보니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하지도 못하는 처지에, 정말 많이도 썼다. 초등학생의 작품 같은 시와 중학생 국어 숙제 같은 수필과 어설픈 작가 지망생의 습작 같은 소설이 중구난방 섞여 있었다. 글을 하나씩 읽고 다듬어 새로운 글로 저장했다, 어떤 글은 아예 버렸다. 그렇게 휴지기를 갖는 도중에 POD 출간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었다. 글을 묶었다. 시는 시끼리, 산문은 산문끼리, 소설은 소설끼리 묶어서 모두 종이책으로 보관할 심산에 POD로 출간해서 서가에 꽂아 두었다. 브런치를 알게 되어 처음으로 내가 이룬 꿈이다. 내 이름으로 출간한 책, 그것도 여섯 권이나 되는 책이 내가 책상에 앉을 때마다 나를 내려보고 있었다. 마치 열심히 계속 글을 쓰라고 독려하는 것만 같았다. 책을 올려볼 때마다 게으름을 피울 수 없었다. 그렇게 꾸준히 글을 쓰다 보니, 차츰 여기저기 문예지에 글을 발표할 기회도 생겼다.


이제 소소한 자기만족에만 머물 수는 없다. 눈만 조금 돌려도 주위의 무수히 많은 창작 플랫폼과 문예지에서 활동하는 문인의 수가 아마 모르긴 해도 잠재적인 독자의 수보다 많을지도 모른다. 그 안에서 꾸준한 생명력을 지닌 작가가 되기가 그리 쉬운 일은 분명 아니다. 하지만 나에게는 아직 남은 시간이 많고, 작가의 꿈을 이루겠다는 열망도 식지 않았다. 그러니 못 이룰 것도 없는 꿈이다. 많은 사람에게 알려진 멋진 작가가 되겠다는 나의 꿈은 지금도 계속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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