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 표절의 사이에서

by 정이흔

글을 쓰면서 항상 느끼는 점이 하나 있다. 아, 물론 생각을 확대하다 보면 비단 문학뿐 아니라 거의 모든 예술 분야에 걸쳐 일어날 수 있는 의문일 수도 있다. 그것은 바로 창작과 표절(혹은 모방) 사이의 거리이다. 그렇지만 이 글에서는 그냥 문학 작품의 경우에 국한하여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표절은 간단히 말해서 타인의 작품을 전부 혹은 일부 베낀 것을 이르는 말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베낀다는 말의 의미를 한번 생각해 보자. 베낀다는 것은 타인의 작품을 접한 사람이 그 작품의 창작 의도나 완성된 형태를 모방하는 것을 말하는데, 만일 어떤 사람이 창작한 작품이 그 사람이 전혀 접하지 않았던 어느 타인이 이전에 발표한 작품과 완전히 일치할 정도로 같다는, 혹은 아주 비슷하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고 하자. 그러면 과연 그 창작 작품은 표절작이 되는 것일까? 글쎄? 사실 나도 정확하게 정의할 수 없을 것이기는 하다. 만일 나중에 창작한 작가가 먼저 창작한 작가의 작품을 사전에 접했고, 그 부분에 대하여 출처를 명시한 인용의 형태로 사용했다면, 표절이라는 평가는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인용의 형태가 아닌, 아무런 언급도 없이 같거나 아주 유사한 문장이나 문단 전체를 창작했다면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글이 발표되면 그 글을 읽은 사람 중에 ‘아, 이 부분 어디에선가 본 것 같다.’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아, 이건 누구의 어떤 작품의 아이디어를 그대로 베낀 것 같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나타날 수 있다. 글을 많이 읽어 본 사람일수록 지금 읽는 글이 이전에 읽었던 어느 작가의 글과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면 주위에 그런 사실을 이야기한다. ‘이 글은 누구누구의 글을 베낀 글이야’라든지, ‘이건 누구누구의 아이디어를 훔쳐서 쓴 글이네?’라는 평을 할 때도 있다. 그런 경우 그런 사람들의 말 한마디에 의해 과연 그 글이 표절작이 되어야 할까?


문제는 그 글의 작가가 이전에 비슷해 보이는 글을 쓴 작가의 글을 전혀 접한 적이 없을 때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유명한 작가의 작품은 읽는 사람이 많으므로, 표절일지도 모른다고 한 사람은 당연히 후에 창작한 작가가 먼저 창작한 작가의 글을 모방했을 것이라고 단정을 짓는다. 먼저 발표한 글이 워낙 유명한 글이므로 당연히 나중에 작품을 발표한 작가도 그 글을 읽었다고 확신한다. 그리고 자신이 발견한 사실에 대하여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를 제시하면서 주위에 이야기할 수도 있다. 그러면 듣는 사람은 그의 주장이 옳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그렇게 작가도 모르는 사이에 표절작이라는 누명을 쓰게 될 수 있다. 그리고 나중에 그런 사실을 알았을 때, 어쩌면 억울하다는 주장을 펼칠 수도 있다. ‘나는 절대 표절한 적이 없다.’든지, ‘내가 읽어 보지도 않은 글을 어떻게 표절할 수 있었겠느냐?’라든지, 아무리 그 사람이 유명한 작가이고 내가 지명도 없는 작가라고는 하지만, 나라고 그 작가와 같은 문학적 상상력이 없으리라는 법이라도 있냐라든지, 아무튼 그런 주장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중에는 표절을 주장하는 쪽의 근거가 너무 확실한 까닭에 제풀에 지쳐서 정당한 소명을 포기하게 될 수도 있다. 그냥 표절 작가가 되는 순간이다.


타인의 글을 읽고 그 글에 대한 감상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글이 갖는 문학 작품으로서의 가치를 평가하는 사람일수록, 집요하게 글을 파고드는 법이다. 그 과정에서 자기의 창작 이론, 문학 작품에 대한 다양한 지식, 그리고 방대한 독서량을 자랑이라도 하는 듯 당장 읽고 있는 글이 자기의 두뇌 안에 축적된 문학과 관련한 데이터베이스의 자료 중에서 유사한 부분을 검색하기 시작한다. 정확하게 일치하는 부분이나, 혹은 아주 유사한 표현으로 묘사한 부분을 찾게 되면 쾌재를 부른다. 드디어 아무도 모르는 사실을 자기 혼자 찾아내었다는 성취감에 다른 독자나 평론가에 대한 우월감까지 더해서 의기양양하게 주변에 그 사실을 전한다. 사실 확인이라고는 전혀 하지 않는다. 만일 그런 부분을 발견했다면, 가장 먼저 작가에게 확인하면 될 일인데, 절대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냥 표절작을 하나 찾았다는 사실에만 집착한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표절작이라고 한 작품을 창작한 작가는 원래의 작품을 읽어 본 적도 없는 상황에서 우연히 그 작가와 같은, 아니면 아주 유사한 문학적 상상력을 발휘했을 뿐이라는 사실이 확인되었다고 하자. 물론 그럴 수 없다고 주장할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 예를 들어서 톨스토이의 작품을 표절했다고 주장했는데 그 작가가 톨스토이의 작품은 단 한 편도 읽어 보지 않았다고 소명했다면, 일반 독자가 그 말을 믿겠느냐고 다시 추궁할 것이다. 표절 작가가 된 사람이 아무리 톨스토이가 위대한 작가이지만 자기에게 톨스토이와 같은 문학적 상상력이 없으리라는 법이 있냐고 항변해도 그저 뻔뻔하다는 말만 들을 것이 뻔하다. 솔직히 모두가 진실이라고 믿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추잡한 작가가 될 것이다. 아니, 작가라는 말 대신 사기꾼 소리를 들을지도 모른다.


이쯤에서 이야기를 돌리자면, 이곳에서 이런 말도 안 되는 글을 쓰는 이유가 있다. 문학 작품은 당연히 글을 쓴 작가의 것임과 동시에 읽는 독자의 것이기도 하다. 그 글이 표절일 가능성이 높다고 해도, 그 글을 읽는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유는 읽는 사람도 표절로 의심되는 부분의 원작을 읽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냥 글 자체가 좋았을 뿐이다. 그냥 그 말이 하고 싶었다. 나 자신부터 독서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남들이 다 알아채는 표절의 징후를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그러다가 표절이라느니 혹은 표절의 가능성이 짙은 글이라느니 하는 주위의 평을 들었을 때, 과연 나는 어떤 생각을 할 것인가? 솔직히 내가 글을 읽었을 때의 감흥에 만족하고, 그 이후에는 잊을 것 같다. 나부터도 어떤 글을 쓰든 나의 그 글이 다른 작가의 글이나 문학적 상상력을 베꼈다는 평가를 들을지도 모르는 상황인지라, 표절로 의심되는 글을 쓴 작가의 속내를 추궁하고 싶지 않을 뿐이다.


적어도 글을 쓴다는 사람의 브런치에 이런 의미 없는 글을 올린다는 것부터 잘못된 것일 수도 있지만, 뜬금없이 떠오르는 생각을 그냥 흘려보내기 싫어서 적어 보았다. 결코 의도적으로 표절을 일삼는 작가를 옹호하고자 쓴 글이 아님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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