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정치예능의 균형추?
썰전은 단연 장르의 진화과정이나 사회적 특성과 긴밀하게 맞 닿아있는 프로그램이다. 지상파 3사가 시사 정치 뉴스를 다루는 방식은 사람들의 신임을 잃은 지 오래다, 내가 즐겨보던 토론 프로그램들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자기 말한 하는 걸 담화라고 하는 식의 웃기는 형태로 흘러갔다. 어떤 언론을 세상을 조망하는 자신의 고정적인 렌즈로 삼을 것인지에 혼란을 느낀 사람들이 JTBC 뉴스룸, 그리고 썰전에 안착했다. 대통령이 기본적 자질이 와장창 깨져버리고, 세계에 조롱거리가 되어버린 시국에서도, 언론은 사태의 본질을 국민들에게 전해주는데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새로운 이슈를 터뜨리는데 집중하고 그 이슈가 다른 이슈를 덮으며 사태를 분명히 인지하는 걸 오히려 방해한다. 썰전은 이런 사회적 배경과 맞물려 유시민과 전원책, 다른 이데올로기를 가진 패널들이 사태를 가감 없이 해석하는 힘, 쉽고 재밌게 정치를 풀어가는 정치토크쇼라는 틀이 사람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예전에 내가 즐겨보던 W라는 시사교양 프로그램이 폐지되고 지상파에서 드라마 오락 프로그램의 편성을 더 늘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는 국민들을 멍청하게 만들기 위함이었던 3S 정책처럼 사람들이 바보가 될까 걱정했다. 하지만 지금은 시사프로그램 편성 비중이 높아져도 그것도 프로그램 나름이라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사람들이 아예 시사정치에 관심을 꺼버리는 냉소주의는 점점 더 심화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먹고 싸는 것처럼 정치라는 주제를 일상으로 끌어오려는 정치예능이라는 장르는 아주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썰전은 TV 장르 안에서의 빈번히 층위를 고려했던 내가 바뀐 전환점이 되기도 했다.
썰전의 재료는 정치뉴스 외에 강남역 살인 사건처럼 다양한 시사문제를 다루기도 한다. 이번 회차의 최순실 게이트라는 재료는 다른 정치적 입장을 가진 두 패널의 토론을 통해 조리된다. 차은택의 옷차림 같은 사소한 것에서부터 대통령에게 남은 해결책, 법의 해석 등에서 두 사람의 시각차이가 생기지만 둘은 납득이 가면 서로를 인정하거나 상대방의 발언을 쉽게 깔아뭉개지 않는다.
기존 정치프로그램과 가장 다른 건 각종 효과음, 색깔 자막, 애니메이션, CG의 요소가 담겨져 있다는 것이다. 패널들의 입장을 강조할 때 들어가는 갑작스런 ZOOM IN과 잘게 나눠진 컷 분할, 자료 사진들이 MC와 패널들 머리 위로 뜨는 것, 기존 버라이어티쇼에서 봐왔던 요소들이며 이 장르의 관습이 된다. 패널들로 백분토론처럼 프로그램이 끝날 때까지 심각하고 진중한 태도로 앉아 있지 않고 다양한 표정들을 짓는다. 이런 요소들이 패널들의 말들에 적절하게 배열되어 어떤 입장을 강조하기도 하고 유머러스하게 만들기도 한다. 김구라라는 일반인과 진보 보수 진영의 패널이 각각 앉아있는 구조는 언뜻 보면 우린 이미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말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예능적인 요소들이 썰전 역시 게이트 키핑의 요소가 다분하고 영향력이 크다는 걸 당연하게 간과하게 될지 모른다. 유시민이 후반부에 이 사태의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가를 먼저 상정하여 썰전이 주변부만 건드리는 듯한 기존 언론과의 차별성을 회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클레오파트라와 최순실을 합성한 애니메이션과 대통령의 얼굴에 먹구름 사진 노출 등이 빈번하다. 비하인드 스토리, 언저리 이야기에 더 집중하며 재미를 놓치지 않기 위해 분투하고 있음이 너무 보여 아쉬움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