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디울의 그림에세이 05.
OTT 영화를 고르다 보면 99% 일치, 혹은 77% 일치니 하는 정보가 붙은 것들이 있다. 99% 면 OTT에서 ‘당신의 취향 저격 영화이니, 이걸 보는 게 어떻겠니?’라는 일종의 강력한 추천인 것 같다.
업데이트되는 수많은 영화 중에 가입자가 영화를 고를 고민을 덜어 주고자 하는 OTT 회사의 일종의 살뜰한 배려인 것 같은데, 어제 본 영화는 98% 취향 저격이라는 빅데이터 기반의 알고리즘의 강추가 무색할 만큼 내겐 영 아니었다. 98%나, 77% 같은 추천 수치를 보고 영화를 고르지는 않았지만 나름 어느 구석에서 그 영화가 내 취향이라는 분석이 내려진 이유가 있을 것 같아 조금의 기대는 있었는데, 끝까지 희망을 놓지 못하고 영화를 보며 지나간 아까운 2시간.
가이드를 해주려는 마음은 알겠으나, 무슨 자신감으로 내 취향을 재단하고 그렇게 높은 수치로 추천 확률을 박아 놓은 것일까? 그 와중에 영화에 실망한 것이 네 취향쯤은 다 꿰고 있다는듯한 알고리즘의 태도에 찬물을 끼얹는 것 같아 혼자 조금의 희열을 느꼈다. 이것도 일종의 방구석 정신승리일지는 몰라도 ‘내 정신세계를 모두 안다고 생각하지 마. 내 취향도 마음도 그리 단순하지 않아’라고 생각한 것이다.
물건 하나만 골라도 인터넷에 바로 그 비슷한 상품의 팝업창이 뜨니 이제 그런 빅데이터 기반의 광고며 추천이 징그럽기까지 하다. 네가 어제 한 일, 네가 보고 좋아하고 골라 놓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한 자세가 소름이 끼치고 힘든 것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수긍을 할 수밖에 없는 건 확인차 내가 싫어하는 공포물을 뒤져 보니 전혀 이 몇 프로 추천이 달리지 않았다는 것. 아....... 다시 소름.
글 · 그림 반디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