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 타임즈
분기별로 가끔 들르는 드넓은 창고형 매장을
이 가구 저 가구 고르며 돌아다니다 계산대에 다다르니
피곤이 몰려왔다.
집에 가서 조립할 생각에 걱정이 살짝 들긴 하지만
이만하면 즐거운 쇼핑이었고, 빨리 계산을 마치고 싶어질 뿐이다.
그런데 계산대시스템이 개장 초와 달라졌다.
줄이 긴 계산원이 있는 계산대는 혼잡하니
무인 셀프 계산대로 가라는 안내.
처음엔 무인 계산대가 신기하기도하고,
이런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하면 뒤쳐지는 거 아닌가하며
배우는 자세로 끝까지 해내겠다는 의지를 발휘해 보았지만...
그렇게 몇번 해보고 나니 각이 서는 생각이 자라났다.
무인 계산대로 바뀐 이곳에선
세 라인의 계산원이 불필요해 축소 됐을테고
끝까지 소비자에게 시켜먹는 ‘프로슈머’라는 최신시스템을 가장한 그것은
내게 불친절하며 번거롭기 그지없는 것일 뿐이었다.
그렇다면 셀프계산,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오픈초보다 가격을 낮춘 것도 아니고 매출이 떨어진 것도 아닌데
호황을 누리는 해외 브랜드 업체로서 현지 인력 감축이 그리도 중요한지...
갑자기 분기별로 들르던 매장에 대한 호감이 한숨 식었다.
그런데 비슷한 이유로 똑같이 방문률이 떨어지려하는 매장이 또 있다.
동네에 있는 누구나 다 아는 사랑받는 글로벌 카페도
계산을 우리에게 시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심지어 크루는 네 다섯에서 셋으로 줄어
말시킬 겨를조차 없이 바빠 보였다.
노동자도 소비자도 모두 계산된 이윤 구조 속 숫자로만 취급하면서
최신을 덧입혀 따라오지 않으면 뒤처지는 것 마냥
꾸며 놓은 것 같아 심히 유감스러운 마음.
이것이 나만의 느낌이라면
이 시스템은 아마 정착 될 것이다.
하지만 사람을 위한 편의가 사라지고 있음을 눈치 채는 것이 나뿐일까?
최신을 가장한 그 어떤 모던한 시대가 와도
덮어놓고 따라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글·그림 반디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