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가 맛난 꽃양배추를 먹다가!

길냥이의 하루

by 정루시아

새해 첫날 흰 눈이 가득가득 왔지요. 참 좋았네요.

소복소복 쌓인 눈에 꽃양배추가 숨어 있었거든요.

눈 속에 꽃양배추 대가 야들야들 서 있었죠.

아이쿠나! 너무 추워 다 얼어 죽겠네 싶었는데

죽지는 않더라고요. 처음 꽃양배추를 심은 터라 그 생장을 잘 모르거든요.

2021년 1월 1일 오전 마당에 눈이 소복이 쌓이고...

어제 눈이 녹은 정원을 거닐다 깜짝 놀랐어요.

꽃양배추가 앙상해서요. 현관에 있는 꽃양배추는 아직도 의연하게 예쁜데

현관 앞 화분에 심긴 꽃양배추

정원에 심은 꽃양배추는 누가 와서 잎사귀를 모두 발라 먹지 않았겠어요?

2020년 12월 29일 마당의 꽃양배추 모습이에요. 그 당시는 생글생글했는데....

남편과 어정어정 걷다 서로 놀라 잠시 서 있었어요.

누가 먹었을까 싶어서죠. 개와 고양이가 종종 이리저리 거닐다 가는 마당이지만

개와 고양이가 채소도 먹나? 했죠.

2021년 1월 3일의 꽃양배추 상태

오늘 점심 먹고 동네 한 바퀴 하려는데 마당에 회색 털이 포르르 날리더라고요

그냥 봐도 새털이었는데 남편이 까치가 죽었네 하네요.

아침에도 없었던 흔적인데, 그 사이 까치가 길냥이에게 잡혀먹었더라고요.

남편이 죽은 까치를 치웠지요.

까치가 잎들을 잘도 먹었지요.

까치를 치우는 남편을 보고 잠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남편은 응급실에서 수많은 죽음의 얼굴을 보아왔는데

까치의 죽음과도 마주하다니.

미안했지만 특화된 영역이 다 있잖아요.

싫다 한마디 하지 않고 바로 치워줘서 고마웠어요.

꽃양배추 주변에 작은 까치 발자국이 송송 나 있더라고요.

우리 집 마당에서 꽃양배추로 배를 채우던 까치가

우리 집 주변을 늘 배회하던 길냥이의 뱃속으로 들어가다니!


정말 미안했어요. 까치에게.

맛난 꽃배추를 심어놔서..

까치가 꽃양배추를 먹는지 몰랐는데 그걸 먹다 죽다니

까치에겐 죽음이었지만 길양이겐 생존이구나 했어요.


삶과 죽음은 늘 이렇게 함께 있어요.

그걸 잊어버리고 살다 정신이 번쩍 들었죠.


남편이 풀풀 날리는 까치 깃털을 치울 때

까치를 생각했어요.

마지막 식사가 맛있었기를


올겨울 꽃양배추를 심어야 할지 잠시 생각하다

정신 차리고 잘 살아야겠다 생각했어요.

그냥저냥 살지 말고

행복하고 알차게 살아야겠다 했답니다.

까치가 오늘 제게 준 교훈이랍니다.

집 주변은 아직도 빈 택지만 가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