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 쿨해요. 해지기 전 퇴근, 비 오면 자체 휴무!
작년보다 매화꽃이 많이 폈다. 작년엔 6월 둘째 주에 매실을 따 장아찌를 담갔었다. 매실 장아찌를 딸과 나눠먹었는데 올해는 더 많은 매실이 달릴 듯하니 좋다. 해가 뜨고 꽃이 초롱초롱 빛나면 꿀벌들이 사방에서 날아온다. 꿀벌 소동이다. 점심 먹고 차 한잔 하며 매화나무 옆에 가 있으면 벌들이 어찌나 열심히 일을 하는지.... 윙윙... 윙~ 삼십여 마리가 날아와 각자 꿀을 채취하는 모습은 소란스럽기 그지없다. 잔치다. 꿀벌 대 잔치! 쳐다만 봐도 재밌다. 사람이 서 있건 말건 벌들은 한 꽃에서 다른 꽃으로 옮겨 다니기 바쁘다.
꽃가루를 다리에 가득 묻혀 멀뚱이 서서 구경하는 내 허벅지가 무거울 지경이다. 벌들은 꽃술이 시들면 잠시 상황을 살피고는 자리를 뜬다. 막 피어난 새 꽃송이엔 머리를 쳐 박고 몇 초를 머무르며 분주하다. 어찌나 영민한지 넋을 놓고 바라보면 점심시간이 다 지나가 버린다.
그리 바쁘던 벌들도 해 저물녘이면 모두 사라진다. 귀신같이 모두 집으로 돌아간다. 저녁나절 산책하며 매화꽃을 바라보면 조용하기 그지없다. 매화꽃은 다음날 아침 꿀벌들을 기다릴 뿐이다. 열매 맺기란 기다림이기도 하다. 꽃술과 꽃잎의 휴식시간, 벌들의 휴식시간이다.
노란 크로커스 꽃송이에 들어앉아 꿀을 채취하는 벌의 모습을 보니 사랑스럽다. 얼마나 좋을까? 큰 꽃송이에 폭 안겨 나만의 꿀을 먹고 있는 벌을 우두커니 쪼그려 앉아 보다 내가 벌이 된 듯 한량없이 기쁘다. 잘 먹고 양껏 먹고 편안히 먹고 가길...
히야신스가 펴기 시작하자 꽃향기가 살살 퍼지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벌들은 날아오지 않았다. 뭉쳐있던 꽃송이를 하나하나 야금야금 펴는 모습이 좋아 아침, 저녁으로 살폈다. 슬쩍 지나가기만 해도 풍기는 고급진 향기를 맡으니 좋다. 아직까지 벌은 오지 않고 지나갈 뿐이었다.
히야신스 꽃송이가 모두 만개하니 벌들이 날아왔다. 꽃송이에 깊숙이 들어가야만 꿀을 채취하니 꿀벌들의 노고가 크지 싶다. 꿀벌이 날아와 꽃송이 상태를 두런두런 살펴보더니 어느 순간 꿀벌 꽁지만 보인다. '향기 좋은 히야신스 속에 들어간 꿀벌은 무슨 생각을 할까?' 싶다. 행복하지 싶다. 그걸 앉아 보는 나도 행복하다.
꽃잔디가 가득 폈다. 앞으로 이삼 주일은 꽃잔디 잔치가 펼쳐질 듯하다. 행복한 벌들을 볼 수 있어 행복하고 벌들이 채취하는 달콤한 꿀을 생각하니 달콤하다. 어제오늘 비가 오니 벌들을 볼 수 없다. 비가 오니 자체 휴무를 한 게다. 세상을 이롭게 하는 꿀벌님! 대소동도 감사하고 당신들의 잔치를 구경할 수 있어 고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