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가 폈어요. 드디어...
왜 5월 장미겠어요? 한 해중 5월에 가장 탐스런 장미를 보게 되니 말이죠. 사계 장미는 몇 번 꽃을 올리지만 처음이 가장 탐스럽고 향이 진해요. 그러니 장미가 펴는 순간 마냥 행복해진답니다.
수많은 넝쿨 장미 중 우리 집에 자릴 튼 장미가 대견해요. 나와 눈을 마주치는 장미잖아요.
남편과 빨간 노란 장미를 3년 전 가을 들여 심었어요. 그런데 해가지나 5월이 되니 꽃이 피드라고요. 당연히 빨간, 노란 장미를 기대했죠. 빨간색과 노란색이란 택이 붙어있었으니 당연히 빨간색과 노란색을 기대하지 않겠어요? 그런데 핀 꽃은 모두 빨간 장미라 남편과 서로 쳐다보고 웃었더랬어요.
이럴 수가 하며 말이죠. 장미농원에 전화를 하니 농원 주인이 그럼 돈을 다시 돌려드리나요? 하여 우린 됐다 했지요. 둘 다 성격이 너무 물러서 그랬기도 했지만 일단 장미 향도 좋고 꽃도 크고 예쁘니 색을 탓하며 농장주에게 더 이상 뭐라 할 수 없었지요. 대충 우리가 사는 방식이 그래요. 특히 분간하기 어려운 식물의 일을 어찌 사람 탓만 하겠어요. 운도, 착각도, 운명도, 인연도 있으니까요. 올해 흰 철쭉을 달랬는데 진분홍 철쭉이라고 집에 들여 심은 철쭉을 몽탕 파가라 할 수 없듯이 말이죠. 그렇게 들어온 식물 중 으뜸이 이 장미랍니다. 여하간 색이 예쁘고 향도 좋지만 너무 빨강 빨강이라 작년에 다시 노란색 장미를 샀지 뭐예요. 남편과 장미를 심고서 이게 정말 노란색 장미일까 했는데 가을에 보니 정말 노랑이더라고요. 그런데 꽃송이가 작아 조금 실망했지요.
그런데 올해 꽃봉오리가 제법 크게 잡히더라고요. 꽃이 펴니 색도 예쁘고 꽃송이도 탐스런 것이 좋더라고요.
기다림이 필요한 게죠. 모든 생물엔 다 때와 정성과 시간이, 노력이 필요하잖아요. 장미는 유독 진득이가 자주 생겨요. 예쁘잖아요. 꼭 꽃송이 새잎에 붙어서 수액을 먹으며 왕성하게 자라요. 장미를 보려면 진득이와 자주 마주쳐야 해요. 또 한 가지 알게 된 사실은 장미는 영양분을 충분히 주어야 크고 탐스런 꽃송이를 볼 수 있는데 이것저것 따지다 보면 손이 많이 가는 게죠. 자주 쳐다보고 진득이를 제거하고 자주 영양분이 있는 흙이나 비료를 주어야 하니 다른 어떤 꽃보다 손이 많이 가요.
그래서 장미를 보면 옆에서 자라는 사계 국화, 마가렛, 팬지, 바이올렛에 비해 얼마나 돌봄이 필요한지 해요. 그래서 결국은 장미에게 눈이 가요. 그 강한 향과 탐스런 빛깔과 고고한 자태 때문에요. 사람이나 꽃이나 꼭 닮았다니까요.
한 가지 알게 된 것은 기세란 게 있다는 거예요. 한번 크게 융성했던 장미는 가을에 가지를 많이 치면 뿌리의 융성함을 알고 새 가지가 그만큼 자라난다는 게죠. 잘라주면 그만큼 새 가지를 올리니 자연스러운 세대교체죠. 아까워하면 세대교체를 더디 보는 게죠. 그러니 잘 쳐주는 요령이 필요함을 배웠어요.
요즘 울타리에 있는 장미들이 쑥쑥 자라고 있어요. 5월 말이면 모두들 얼굴을 내밀고 기가 막힌 향을 뿜어낼 것을 생각하면 벌써 가슴이 설레어요.
장미가 올 한 해 계절을 거쳐 우리에게 오고 갈 것을 생각하니 그저 좋네요. 장미가 펴고 지고 진득이가 득세하다 죽고 새 가지가 자라다 잘리고 꽃이 활짝 펴다 질 것을 생각하니 생명이란 아름답고 소중하단 생각이 들어요. 잔디 사이에 자라는 잡초도 고운데 하물며 장미는 말할 것도 없고 인간은 얼마나 아름다운 존재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