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향기를 맡으려다...청개구리처럼 살아봐요!

장미꽃이 집이 되다니..

by 정루시아

일요일 비가 하루 종일 내려 할일 없이 정원을 서성였다. 넝쿨 장미가 활짝 웃고 작약이 간드러지게 폈는데 비가 오시니 꽃이 일찍 지겠구나 했다. 오솔비에 작약 꽃송이가 고개를 숙였다. 꺽일 지경이다. 무슨 연유로 작약은 그리 꽃잎이 많은지... 분에 넘치는 꽃잎에 고개를 숙이니... 일주일 넘기 어렵겠구나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꽃잎이 바닥에 수북이 떨어져 있다. 아쉽다. 꽃이 펼 때는 아름답지 그지없는데 꽃잎 떨어지면 가없이 아쉽다. 살살 걷는데 뭔가 수상쩍다. 작약 꽃송이를 살펴보니 청개구리가 있지 않은가? 허참 귀엽기도 하지 하며 사진을 찍으니 초상권을 지키고 싶은가 보다. 청개구리가 꽃송이 속에 숨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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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집고 다니는 청개구리에 꽃잎이 후루룩 더 떨어졌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니 청개구리가 살금살금 꽃송이 속으로 들어갔다. 아이고야... 이 놈 봐라. 꽃잎을 우산 삼아 자리를 틀었다. 남편과 실실 웃었다. 너무 귀여워서 웃고, 그 앙증맞은 자세에 웃고, 넉살스러운 팔자에 웃고 말이다. 동네 한 바퀴 돌아온 후 다시 봐도 청개구리는 꼼작 않고 있다. 우산 쓰고 남편과 비를 피한 청개구리의 깜찍한 행동을 말하다 내가 맞는 비와 청개구리가 맞는 비가 다름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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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이야 보슬보슬 내리는 빗방울 맞는 게 별것 아니지만 새끼손가락 만한 청개구리 입장에선 그 비도 큰 비가 아닐까 싶으니 말이다. 비가 쏟아지면 곤충들이 나뭇가지 뒤에 숨는 이유가 별것 있겠는가? 골프공만 한 우박을 맞는 것과 같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스케일이 다르다는 것은 생존이 다르고 처신이 다르고 입장이 다를 수 있음이지 않을까? 하물며 청개구리와 나도 그런데 사람살이의 다름이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약 꽃잎에 숨어 있던 청개구리가 부러웠는데 그저 부러워할만한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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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에 늘 그렇듯 정원을 한 바퀴 돌고 나가려 발걸음을 옮기다 담에 있는 장미 꽃향기를 맡으러 갔다. 연보라 장미에 코를 드밀다 깜짝 놀랐다. 고급스러운 향기에 아들도 이 장미는 기품이 남달라요 했던 장미꽃이었는데 떡하니 청개구리가 자리를 틀고 있으니 말이다. 아침 이슬에 촉촉하게 젖은 장미꽃을 청개구리가 헤집고 다니고 있었다. 앙증맞은 발로 꽃잎을 살금살금 디디며 움직이는 청개구리! 너무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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넝쿨 장미에도 청개구리가 있는지 몰라도 울타리에 편 큰 장미 꽃송이에 청개구리가 자릴 틀었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많고 새들 눈에도 쉽게 발각될 터인데 청개구리가 용감도 하지...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는 이곳에 머무르다니... 보색 대비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청개구리라니... 간이 부었나? 대담한 겐가? 용감한 건가? 원래 그런 건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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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타리에 심긴 장미는 꽃송이 지름이 15cm가 넘는 크기다. 너무 커서 꽃이 피면 절로 탄성이 나온다. 향기의 진하기도 놀라운데 이제 청개구리까지 자릴 틀고 사니 더 놀랍다. 비가 오니 몸을 숨기려 했겠고 그 비친 저녁나절엔 향기를 맡고 오고 가는 작은 벌레들을 쉽게 사냥하니 좋겠고 덤으로 향기까지 맡으니 청개구리가 어쩜 저리도 영약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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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저녁 청개구리 배가 홀쭉했는데 오늘 아침 보니 배 고래가 불룩한 것이 잘 먹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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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개구리야 부럽구나 장미꽃 속을 헤집고 다니는 네가 부럽지만 너의 삶과 나의 삶 중 뉘 삶이 더 좋은지는 모르겠구나. 여하간 올 한 해도 잘 살아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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