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의 정원
수국이 피면서 일이 많아졌다. 수국 꽃송이처럼 일들이 주렁주렁 내 어깨에 매달려 하루를 어찌 보냈는지... 봄이 지나 수국에 꽃봉오리가 맺힐 때만도 그럭저럭 할만했는데... 수국 꽃이 펴니 일주일에 하루 글 쓰는 일도 사치였다.
어느 날인가? 브런치에서 짧은 알림이 왔다. 읽어보니 작가님이 60일 동안 소식이 없었다나? 이런 친절한 일이 있나! 나이 들면 친구들도 일 년에 두어 번 연락하고 마는데 브런치는 기준이 60일인가 보다. 두어 달 소식 없으면 자동으로 알람이 생성돼 작가의 소식을 공유하라 하니... 웬만한 친구보다 낫다.
브런치 글쓰기는 스스로 휴가 상태였지만 수국 물만은 꼬박꼬박 주었다. 마당에 식물들과 함께 산다는 것은 하루에 한 시간 정도는 식물들 상태를 보고, 물을 주고, 가지를 자르고, 흙을 돋우고, 잡초를 뽑고, 잔디를 깎는 단순한 일들을 반복하는 것이다. 하루 종일 앉아 작업하지만 저녁나절은 마당을 돌아다니며 이런저런 잡일을 한다.
수국은 병충해에 강해서 약 친 기억이 없다. 물만 주면 만사 오케이다. 가지를 잘라 물에 담가두어도 산다. 심지어 담가 둔 가지는 이주일 즈음 지나면 잔뿌리가 생겨 땅에 옮겨 심으면 새롭게 잘 산다. 참 대단하다. 물 한 가지에 만족하며 살아가다니!
그에 비해 사람은? 만족을 모르는 사람은? 수국에게 물을 주며 배운다. 물만으로도 이리 아름다운 꽃을 피우다니.
수국! 정말 키우기 쉬운 화초다. 물만 잘 주면 거기에 덤으로 거름을 적당히만 주면 꽃송이가 탐스러워 분에 넘치는 눈 호사를 할 수 있다. 수국! 너는 참 귀한, 탐스런 꽃이구나!
아침, 저녁으로 수국 잎을 보면 목이 마른 지, 견딜 만 한지 알 수 있으니 그도 참 쉽다. 올해엔 새 가지가 많이 뻗어 꺽꽂이(물꽂이)를 해 6개를 다시 심었다. 내년엔 더 많은 수국이 자라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해가 쨍했던 저녁나절엔 챙이 넓은 하늘색 모자를 쓰고 한가득 물을 준다. 딸과 함께 칸쿤 해변가에 선물코너에서 샀던 모자를 쓰고 말이다. 모자를 쓸 때마다 딸과 함께 걸었던 칸쿤의 해변을 떠올리며 수국에 물을 준다. 간혹 맹렬한 더위로 축 쳐졌던 수국 이파리들도 한 시간 지나면 손을 치켜들듯 생생해지니... 까다롭지 않은 수국 너로 인해 참 즐거운 시간이었구나.
수국 꽃이 모두 시들어 전지가위로 꽃송이를 자를 땐 늘 묘한 아쉬움이 깃든다. 그리 탐스런 꽃송이가 색을 잃고 연한 흙색으로 변하는 모습은 단순이 맘이 아프다와는 다른 생각이 든다. 지는 꽃송이는 초록 잎사귀 속에 한껏 아름다움을 뽐내던 수국이라곤 상상하기 어렵다. 시든 꽃을 잘라주며 저절로 늙음과 죽음 배운다. 마땅히 시들어서 새로운 꽃을 피울 내년을 기다리는 생명의 불인함을 직시하는 시간...
더운 여름이다. 수국은 졌고 목수국이 한참이다. 좋은 때다. 이제 마당은 백일홍들의 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