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홍과 배롱나무

꽃은 피고 지고 피고

by 정루시아

나무를 잘 모르던 시절 배롱나무 꽃을 백일홍이라 부르고 백일홍 나무인 줄 알았다. 그런데 화원에 가니 늦봄 백일홍이라 불리는 꽃이 있어 이리 작은 화초가 나무가 되나? 생각했더랬다. 배롱나무 꽃과 백일홍 꽃은 모양도 다르고 다년생 나무와 일 년생 화초라는 근본적 차이가 있는데 그것을 몰랐던 나는 백일홍이 자라 배롱나무가 되는 줄 알았다. 원래 무지함이란 깊이가 없다. 그렇다고 무지가 꼭 나쁜 것만도 아니다. 배우면 그만이니 말이다.

20210731_133046.jpg

시아버님이 천안 선산에 있던 배롱나무를 집들이 축하로 심어주셨는데 참 잘 자란다. 봄에 난 새순이 쉽게 병들어 꽃피기 전 몇 번 약을 주어야 하지만 그래도 꽃송이는 탐스럽다. 배롱나무 꽃송이는 포도송이처럼 꽃송이가 한아름 달려있는데 바람이 살랑살랑 불면 먼저 핀 꽃송이가 바람결에 날려 잔디에 살포시 흩뿌려진다. 그래도 워낙 탐스러워 쉬이 지지 않는다. 옆집 경계를 넘어간 꽃송이에 신경이 거슬릴까 남편은 늦가을만 되면 경계 너머로 뻗는 꽃가지를 잘라주지만 봄이면 새 가지는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란 듯 사방으로 자란다.

꽃나무를 보면 사람살이 경계가 얼마나 우스운 일인지 싶다.

KakaoTalk_20210815_170902891_07.jpg
KakaoTalk_20210815_170902891_08.jpg

정원을 꾸며주신 분이 마당을 만들며 선물로 심어준 작은 배롱나무도 해가 갈수록 쑥쑥 자라고 있다. 언제 자라나 싶었는데 가지가 사방으로 자라 집 앞을 오가는 분들께 눈호강을 시켜주고 있다.

KakaoTalk_20210815_170902891_05.jpg
KakaoTalk_20210815_170902891_04.jpg
KakaoTalk_20210815_170902891_03.jpg

백일홍 꽃은 늦봄 들여 심으면 초여름엔 그냥저냥 자라지만 한여름을 지나 가을로 들어서면 크게 번창하며 자란다. 정말 한 무더기의 꽃이 된다. 무슨 끈기일까 싶게 새 가지에 새 꽃을 피운다. 올여름 찌는 더위에도 꽃들은 잘 자란다. 흰색, 주황, 분홍 백일홍이 늦가을까지 펼 것을 생각하면 뜨거운 여름처럼 덥다. 겨울이 오기 전까지 백일홍 꽃을 계속 피워낼 것을 생각하면 숨차게 고맙다. 요즘 바빠 오래된 꽃가지를 정리하지 못했는데 만 3년 정원을 가꾸며 안 사실은 새 꽃을 많이 보고 싶으면 시든 꽃은 가능한 한 빨리 잘라주고 씨나 열매 맺기를 못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열매를 잘 맺을수록 다시 꽃을 피울 필요가 없으니 말이다. 꽃이 자라 열매 맺고자 하는 본능을 임의로 제거하면 꽃이 더 잘 피어난다니 참 잔인하다. 내가 전기 가위를 들고 나서면 꽃들이 속으로 날 두려워할는지 모른다.

KakaoTalk_20210815_170902891_12.jpg

이웃집 아주머니가 씨를 발아하여 주신 몇 포트 겹꽃잎 백일홍이 대단한 기세로 자라고 있다. 겹꽃잎의 화사함이 놀랍고 성장세도 놀랍다. 잎사귀에 잔털이 보송보송 있고 꽃대가 단단해 일 미터도 넘게 자라는 것이 기존 홑꽃잎 백일홍과는 아주 다르다. 화사함이 좋다.

KakaoTalk_20210815_170902891_16.jpg

집 앞 울타리인 스카이로켓 향나무에 살포시 앉아있던 사마귀는 아직 자라는 중인지 연초록 모습이다. 청소년 사마귀인 듯하다. 가을에 들어서면 얼마나 똥똥하게 살이 오를는지...


백일홍과 배롱나무가 올여름 분홍꽃으로 우리 집 마당에 머무르고 있다. 하루하루 더위가 식어가며 새잎과 새 꽃으로 올 한 해를 보낼 걸 생각하면 고맙다. 쉼 없이 자신을 드러내는 백일홍과 배롱나무에게서 배운다. 요란하지 않게 최선을 다하는 삶! 일상이 꽃인 삶! 을 말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수국은 지고 더위는 넘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