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개구리야!올 여름도 잘 지내보자

by 정루시아

꽃잔디가 가득 폈다. 첫해 들여 심은 꽃잔디는 어찌나 세력을 다해 번성하는지! 놀랍다. 처음 진분홍 꽃잔디를 사다 심고 너무 분홍인가 해 흰 꽃잔디를 섞어 심었다. 누가누가 잘 자라나 경주하듯 서로 세력을 더하며 자라더니 올해는 다채롭게 얼굴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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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25_104928.jpg 꽃잔디 뒤 분홍 철쭉이라고 사다 심었는데 붉은 철쭉...

한창 꽃잔디가 펼 때는 무더기로 올라와 한 덩어리의 진분홍, 연분홍, 흰색으로 보였지만 요즘처럼 꽃이 질 때는 속에 숨어있던 꽃대가 쑤욱 올라와 꽃을 편다. 그들만의 생존 전략인 듯 이스트를 넣은 빵처럼 부풀어 오를 대로 올랐지만 그 속에서 다시 쏟구친 꽃잔디를 보면 얼마나 애쓰며 사는지 한다.

20210408_110804.jpg 너무 이쁜 꽃잔디
향이 나는 꽃잔디, 색이 다른 꽃잔디들이 함께

살아있는 것은 모두 애쓰며 산다.

꽃잔디도, 벌레들도, 동물도, 사람처럼 애쓴다.

사람만 애쓴다 생각하면 착각이지 싶다.


첫해 호남 식물원에서 마가렛을 한판(16개 들이) 사니 인심 좋은 주인아주머니가 아주가 한 포트를 그냥 주시며 아무 곳이나 심어놓면 아주 잘 자란다 했더랬다. 정말 아무 곳에 심었는데 여름이 지나니 무리를 이루며 자라 놀랐다. 이렇게 잘 자라다니 하곤 작년 초여름 아주가를 이곳저곳에 옮겨 심었다. 올봄에 여기저기 심긴 아주가가 몸집을 키우더니 수직 꽃대를 쑥쑥 올렸다. 꽃색은 알면서도 실제 펴면 놀랄 만큼 예뻐 다시 놀란다.

아주가가 군락을 지어 피니 마당이 풍요롭다. 은은한 향도 있고 남보랏빛이라 더 좋다.


한 포트에서 이년이 지나니 정말 무더기가 된 아주가를 보며 아주가의 성실함과 인내, 끈기와 노력을 본다. 얼마나 많은 날 세를 불리려 영양분을, 수분을, 빛을 좇아 끝없이 성실했는가 말이다. 죽을 때까지 성실할 아주가를 보며 내년에는 더 세를 불릴 것이니 이를 어쩌나 싶다. 가드닝이란 적당히 세를 규제하지 않으면 성실하고 꾸준하고 적응력 높은 식물이 모든 자리를 차지하니 말이다. 인간의 삶과도 닮은 식물의 삶을 보며 올여름 맘을 잡아야 할 듯하다. 세를 규제할지, 넓혀줄지....

알리움 옆 아주가와 뒤의 꽃잔디...

아침마다, 저녁마다 마당을 거닐며 새싹이 자라고 꽃망물이 여물고 꽃이 펴는 것을 보는 게 큰 낙이다.


마당 한편에 있는 은목서가 지난겨울 동해를 입었는지 바람 불면 이파리를 대여섯 개씩 하루에 떨구니 시간 날 때마다 쪼그려 않아 주변 꽃들에 떨어진 나뭇잎을 줍는다. 은목서 이파리가 이리도 뻣뻣한지는 올해 알았다. 누렇게 낙엽이 져도 뻣뻣해 낙엽을 주워 따로 버려야 하는데 하루는 나뭇잎이 더 떨어질까 싶어 나무를 살피다 청개구리를 만났다. 어찌나 조신하게 앉아 있는지 나뭇잎 색상과 청개구리 색상이 적당한 채도, 명도 차이를 내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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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이 지나도록 밤이면 사라졌던 청개구리가 낮에 은목서 잎에 앉아 조는지, 자는지, 벌레를 기다리는지 웅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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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날은 한 마리, 어떤 날은 두 마리가 함께 앉아 있는데 남편은 "어떻게 올라갔지?" 한다. 개구리 발바닥이 기어오르는 데는 최적화되어있음을 알면서 모르는 척한다. 여하간 한 마리는 크고 한 마리는 작아 나이차가 날까 싶다. 여하간 두 청개구리 모습이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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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국 나뭇잎에도 청개구리가 앉아 있는데 조금 더 살이 오르고 표정이 무섭다. 영역이 나뉜 듯 각자 자기 영역을 지키며 벌레들을 먹고 사는가 보다. 나무 화분 옆과 국화잎들 사이에서도 청개구리를 보았으니 우리 집엔 최소 6마리 청개구리가 살고 있는 듯하다. 각자 자기 영역에서 조심조심 잘 살길.....


올여름, 가을도 잘 지내고 월동 후 내년 봄에도 만나겠지만 무사히 한 해를 잘 살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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