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맛난 것을 둘만 먹다니.....
여름의 끝자락이지만 아직은 덥다. 그래도 가끔은 그냥 해 먹고 싶은 것이 있다. 알리 올리오 파스타... 낮에 작업하다 파스타가 생각났다. 저녁 무렵 컴퓨터 작업을 하다 오프라 집에서 쉬고 있는 남편에게 꼬시듯 말을 던졌더랬다.
알리 올리오 파스타 해 먹을까? 올리브 오일 듬뿍 넣어서~ 어때요?
좋지? 맛나겠네.
옆 컴퓨터에서 기사를 읽던 남편이 냉큼 받았다. 프로그램 네 개를 켜놓고 작업하던 내가 미끼를 문 남편에게 냉장고 상황을 말했다.
알리 올리오를 하고 싶은데 엊그제 야채를 볶으며 편 마늘을 모두 써서 마늘을 사 와야 하는데... 볶아먹을 땅콩도 떨어지고.... 당신이 마늘을 사 와서 자르면 내가 맛난 파스타를 하지요. 시장 봐 올래요?
좋지!!
말하자마자 벌떡 일어나 시장 갈 채비를 나서는 남편을 보니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시장 보러 나가는 남편에게 큰 소리로 시장거리를 추가했다.
여보 브로콜리도 사와.. 그것도 넣게.
브로콜리? 오케이~~~~
남편의 목소리가 멀어진다. 엄청 빠르다. 집에서 해 먹는 것을 좋아하는 남편이 시장 보는 게 무슨 일이나 될까 싶게 재빠르다. 파일을 다시 들여다보고 작업 내용을 살짝 검토하니 딱 10분.. 남편이 현관문에 들어선다. 소리와 함께 컴퓨터에 켜진 모든 파일들을 일제히 저장하고는 부엌에 내려갔다. 남편이 싱글벙글이다.
물을 올려 브로콜리를 데치고, 면을 삶고, 씻어놓은 마늘 20알을 얇게 설고, 올리브 오일에 마늘을 볶다, 데친 브로콜리를 넣고 살짝 볶다 삶아진 면을 넣고는 새우젓을 넣어 간을 하고, 화이트 와인을 듬뿍, 후추와 소금으로 간을 해서 완성... 만원이 넘는 파스타 한 그릇이 만들어지는 데는 15분이면 충분하다. 이 15 분 동안 남편은 사온 마늘을 씻어 커다란 칼날이 달린 도구로 편 마늘로 썰어서 지퍼락 봉지에 넣어 냉동실에 넣고는 김치를 식탁에 내놨다.
아마 남편은 내가 파스타를 하는 동안 늦여름 동안 해먹을 미래의 요리를 생각하며 마늘을 저몄을 것이다. 입가에 잔 미소가 가득 머금어져 있었으니 말이다. 새우볶음, 야채 볶음, 고기 볶음, 모둠 볶음 등등....
이번에는 멸치액젓이 아닌 새우젓으로 간을 했는데 그도 좋았다. 2년 전에 사놓은 육젓이 곰삭아 맛이 깊었다. 둘이 앉아 간편하게 만들어진 파스타를 먹으며 참 맛나다 서로 감탄하고는... 딸과 아들이 함께 먹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둘 다 알리 올리오 파스타를 좋아하는데... 잘 볶아진 마늘이 얼마나 달착지근하며 맛이 좋은지...
젊어서 바쁠 때는 한 끼 식사를 차리는 것도 일이었는데 아이들이 다 나간 요즘은 이 한 끼를 함께 하고프니... 시간의 역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