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미의 결혼, 그리고 아이들
주미가 산티아고에 간다고 하자, 가족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결혼해 싱가포르에 살고 있는 딸은 카톡을 받자마자 영상통화를 걸어왔다.
“엄마? 산티아고 순례길을 간다고? 언제?”
“4월 18일에 출발해. 봄이 좋다고 하더라. 엄마 친구 수연 아줌마가 가자고 해서.”
“며칠 걷는 건데? 열흘?”
“아니, 30일 걷는 걸로 가~.”
“뭐, 30일!!! 몇 킬로미터나 걷는데 그렇게 오래 걸려?”
“800km가 조금 안 된데.”
“800km? 그걸 다 걷는다고?”
“뭐, 밥 먹고 걷기만 하는 거니까~.”
“정말 가고 싶어? 그냥 여행을 하지. 왜 생고생을 하게?”
“좋잖니. 구경도 하면서 살살 걷는 건데.”
“엄마가 가고 싶으면 가야지. 그 친구분 좋은 분이지? 믿을 수 있는 사람이야?”
“응, 믿을 수 있는 사람이야. 걱정하지 마.”
영상 속 딸은 고개를 갸웃하며 애매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을 키우는 동안 집순이처럼 살아온 엄마가 800km를 걷는 다니, 딸로서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 듯했다.
홍콩에서 펀드 매니저로 일하는 아들은 카톡으로 짤막하게 메시지를 보냈다.
“엄마 파이팅! 건강이 최우선입니다!! 맛난 것 사먹어요. 후원금 보냈어요. 파이팅!!!!”
정작 남편은 며칠 동안 말이 없다가, 필요한 준비물이 뭐가 있냐고 물었다. 그는 통장에 여행 경비를 넉넉히 넣어주었고, 침낭이며 약품, 가벼운 스틱과 헤드 랜턴, 고속충전 배터리까지 꼼꼼히 챙겨주었다. 산티아고로 출발하던 아침, 남편은 주미를 공항까지 바래다주며 쓸쓸한 표정을 지었다.
“여보, 물 좀 사다 줘요. 목이 마르네. 난 인솔자에게 가서 체크할 게.”
주미가 잔잔하게 말했다. 남편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곤 편의점 쪽으로 걸어갔다. 그 뒷모습이 왠지 쓸쓸해 보였다. 남편은 물을 사 들고 돌아와 주미 손에 건네며 조용히 말했다.
“여보, 내가 배낭 맨 위쪽 주머니에 물에 타 먹는 비타민 넣어 놨어. 하루에 하나씩 꼭 타 먹어. 조심하고.”
그는 주미의 어깨를 살며시 어루만지며 작게 말했다.
“잘 다녀와.”
주미는 순간 목이 메었다. 십여 년 넘게 원치 않던 미끈거리는 액체를 아랫배에 밀어 넣던 그가, 이제야 마실 수 있는 물과 영양제를 준비해 주다니. 마음이 가라앉으며, 가슴속을 가득 채우고 있던 얼음 같은 물이 서서히 흘러내리는 듯한 기분이었다.
주미의 남편은 부모님이 소개해준 사람이었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스물셋에 만난 성실하고 가정적인 남자였다. 하지만 결혼이라는 긴 시간은 그들을 조금씩 서로 다른 곳으로 데려다 놓았다.
남편이 돌아간 지 얼마 안 되어, 수연이 씩씩하게 걸어왔다. 빨간 모자에 몸에 딱 붙는 블랙 재킷과 바지를 입은 수연은 나이를 가늠할 수 없었다. 자신을 닮은 붉은색 배낭을 주미 옆에 툭 내려놓았다.티아고 순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