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구의 민낯
그 무렵, 주미는 새벽마다 눈을 뜨며 당황했다. 남녀 순례 객 열다섯 명이 한방에서 누에고치처럼 침낭을 덮고 자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혼 후 주미에게 새벽은 유독 특별한 시간이었다.
남편을 꼭 닮은 딸은 중학교에 들어서면서 예민해졌다. 더 좋은 학원, 더 좋은 과외 선생님을 주미는 딸과 함께 찾아 헤맸다. 늦은 시간 딸을 차에 태우고 돌아오는 길, 주미는 딸의 기에 눌려 무기력해졌다. 목표한 대학에 들어가겠다는 집념이 철철 넘치는 딸이었다. 그리고, 동이 틀 무렵엔 남편에게 눌렸다. 기름진 회식의 기운이 몸에 밴 남편이 새벽녘 주미를 더듬을 때면, 주미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두툼한 남편의 손이 주미의 젖가슴에 닿고, 삼겹살 냄새가 코끝을 스치면 머릿속이 아득해졌다. 남편이 퇴근해 삼겹살과 마늘을 먹은 다음 날 새벽이면, 주미는 자신의 몸이 기름범벅이 된 듯한 착각에 빠졌다.
한번 그런 생각이 자리 잡자, 남편의 얼굴과 손, 성기마저 미끈거리는 돼지기름 덩어리처럼 느껴졌다.
35평 아파트에서 남편은 잘 자고, 활력이 넘쳤고, 적당한 때에 승진도 했다. 주미는 반대로 점점 말라갔다.
새벽녘에 전날 먹은 양주 냄새의 입김이 목덜미로 다가오면 몸이 저절로 굳었다. 남편의 손이 허벅지 안쪽으로 파고들고, 순식간에 아랫배에 통증이 밀려왔다. 주미는 이를 악물고 협탁 위의 작은 시계를 응시했다. 남편의 움직임이 초침보다 빨라지기 만을 기다렸다.
처음엔 아무것도 아니라고 다독였지만, 날이 갈수록 몸은 굳어졌다. 몇 차례 실랑이 후, 남편은 불만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왜 이렇게 건조하지? 별로야? 긴장 풀어봐.”
“피곤해서 그런 가 봐. 다음에 해요.”
주미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채 담담히 말했다. 몇 번 그런 일이 반복된 후, 남편은 샤워실로 향하며 말했다.
“우리도 윤활제 써야겠네.”
며칠 뒤, 남편 이름으로 배달된 작은 소포가 집에 도착했다. 주미는 그것을 서재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늦은 저녁, 귀가한 남편이 대뜸 물었다.
“소포 왔지?”
“책상에 있어요.”
샤워를 마친 남편은 얄팍한 튜브를 들고 침대 옆 협탁 서랍에 넣었다.
그리고, 새벽. 남편은 주미의 팬티를 내리더니 협탁에서 튜브를 꺼내 투명한 액체를 듬뿍 짜 주미의 아랫도리에 발랐다. 차가웠다. 그 액체가 묻은 손가락이 생각할 틈도 없이 안으로 들어왔고, 아랫배를 휘저었다.
남편은 작은 탄성을 내뱉았다. 전날 먹은 삼겹살과 마늘 냄새가 다시 주미의 코끝을 건드렸다. 속이 울렁거려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주미의 마음은 급속 냉동기 안에 들어간 듯 얼어붙었다.
“아~~ 좋네. 그렇지? 아주 좋아. 딱 좋네.”
엷은 미소를 띤 남편이 또 튜브를 짰다. 차가운 액체가 한껏 안으로 들어왔다. 주미는 메슥거림과 함께 목이 말랐다.
“어때? 안 아프지? 이게 아주 좋다고들 하드라고.”
남편은 흥분에 겨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아, 그렇지. 흥건하니 좋네. 이제야 할 만하네. 어때, 당신도 좋지?”
질척대는 소리와 함께, 남편은 자신의 것을 바라보다 주미 위로 쓰러졌다.
“정말 좋다. 당신도 좋았지?”
볼이 붉어진 남편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샤워실로 향했다. 주미는 침대에 홀로 누운 채 윤활제인지 정액인지 알 수 없는 액체를 흘렸다.
그날 이후, 주미의 자궁은 윤활제를 먹기 시작했다.
새벽이면 남편이 주미를 안고 들어왔고, 그 후 주미는 종일 화장실을 들락거렸다. 차가운 기운과 함께, 끈적한 액체는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정액과 윤활제 냄새가 섞인 액체는 팬티를 적셨고, 주미는 화장실에서 팬티를 빨고 또 빨았다. 아랫배는 늘 편치 않았고, 설거지를 하고, 청소를 하고, 초등학교 다니던 아들을 학원에 데리러 가는 시간까지 끈적한 액체는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몸은 점점 더 건조해졌고, 남편이 튜브를 짜낸 날은 하루 종일 물을 찾았다.
남편은 다양한 튜브를 사들였다. 딸기 향, 바닐라 향, 허브 향, 흥분제가 들어간 것까지. 어디서 정보를 얻는지, 효과가 좋다며 끊임없이 주문했다.
주미의 자궁은 몇 달은 딸기 향을, 몇 달은 바닐라 향을, 또 어떤 달은 무색 무취의 투명 액체를, 또 어떤 날은 로즈메리 향의 액체를… 쉼 없이 바뀌는 맛과 향을 먹으며 견뎌야 했다.
남편은 튜브를 알뜰하게 끝까지 짜서 썼다. 튜브를 사용할수록 주미는 점점 말라갔다. 정확히 자궁이 먹는 액체만큼 몸은 말랐고, 아랫배는 허해졌으며, 입술은 바짝바짝 말랐다. 주미의 자궁이 윤활제를 받아들일수록
남편은 더 힘이 넘쳤다.
주미는 혼란스러웠다.
‘싫다고 말해야 하나? 아니면 이건 남편의 배려인가?’
윤활제는 배려의 도구였을까? 폭력의 다른 가면이었을까?
그에게 부부 관계는, 그저 결혼생활의 기본이었다.
‘내가 남편을 밀쳐낸다면, 그는 어디로 갈까?’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지키는 일이 힘들지만 가치 있다고 믿었기에, 주미는 참고 견뎠다.
남편이 활기찬 아침을 맞이할 때면, 주미는 식욕을 잃었다. 남편과 아이들이 집을 나서면 하루 종일 물을 마셨다. 팬티를 갈아입고, 시간마다 화장실을 들락거렸다. 화장실에 앉아 오줌을 누는 그 짧은 순간만큼은 마음이 놓였다. 자궁 안에 남아 있는 액체가 씻겨 내려가는 듯한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