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어린 숙이가 성당 마당에서 친구들과 공깃돌을 하며 까르르 웃고 있었다.
늘 첫 순번도 제대로 못 돌던 숙이 손에 공깃돌이 착착 감기고 있었다.
주미는 놀란 눈으로 숙이를 바라봤고,
덕희는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말했다.
“숙이야, 너 웬일이니? 너무 잘한다!”
성미는 숙이 손에 들린 공깃돌을 넋 놓고 바라보다 감탄을 터뜨렸고,
수연은 작은 손으로 박수를 치며 외쳤다.
숙이는 마치 신들린 듯,
자기 손아귀에서 놀고 있는 공깃돌의 감촉에 들떠 있었다.
파도처럼 쓰윽— 하고 지나가는 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황토색 맨땅은 믿기지 않을 만큼 단단하고 매끄러웠다.
숙이는 공깃돌이 허공으로 높이 솟구칠 때 고개를 젖혀 바라보았다.
땅바닥에 앉아 놀고 있는 줄 알았는데,
자신은 어느덧 하늘 위에 떠 있었다.
그리고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땀방울이 이슬처럼 맺힌 볼,
붉게 달아오른 얼굴,
공깃돌을 바라보는 눈 속엔
늙은 숙이의 얼굴이 담겨 있었다.
어린 숙이는 웃고 있었지만,
그 눈동자 속에 비친 숙이는
웃는 듯,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그 순간 숙이는 잠에서 깼다.
하늘을 날다 추락하듯 차가운 현실에 닿아
몸에 한기가 몰려왔다.
옆에선 남편이 코를 골며 자고 있었고,
새벽 어스름이 창문 너머로 퍼지고 있었다.
숙이는 조용히 일어나 화장실에 다녀왔다.
입안에 남은 들큼한 소맥 냄새가 어지러웠다.
잠이 달아났다.
거실 소파에 앉아
닫혀 있는 딸들 방문을 바라보았다.
긴 한숨이 나왔다.
이 공간을 만들기 위해
죽을힘을 다해 살아온 숙이였다.
누구도 그 삶을 강요하지 않았는데,
자신은 알지 못하는 사이
스스로 발목에 족쇄를 채운 듯했다.
이 공간을 숙이가 끌고 가는 건지,
이 공간이 숙이를 끌고 가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숙이는 안방 침대로 들어가
이불을 머리끝까지 끌어올려 온몸을 덮었다.
오 년 전에 지나간 줄 알았던 갱년기가
다시 시작되는 것처럼,
몸 안에서 뜨거운 열기가 올라오고
식은땀이 배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