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는 되고 인간은안 되는이유?
2020년 봄 작성: 작년에 써 놓았던 글입니다. 지금에서야 발행하네요. 쏘리...
개학이 연기된 고3 아들과 점심으로 꼬막 돌솥밥을 먹었다. 아들은 해산물을 좋아한다. 내륙에서 자랐으나 식성은 섬 아이 같다. 해산물과 회를 마다하는 법이 없다. 굴 철이면 초고추장에 굴을, 날씨가 추워지면 알탕을, 회나 초밥, 갈치조림, 고등어 갈비, 보리굴비 등 해산물이라면 언제나 환영이다. 탱글탱글한 꼬막이 가득한 밥상을 기대하며 군산의료원 근처 군산 꼬막 집을 들어섰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손님이 적겠지 싶었으나 문을 여니 나이 든 손님이 가득했다. 목발을 옆에 두고 엉거주춤 움직이며 자리를 잡으니 아주머니가 땀을 흘리며 물을 갖다 놓았다. 땀을 흘릴 정도로 사람이 꽉 찬 상황도 아니었으나 홀을 오가는 아주머니는 동선이 자꾸 꼬여 이곳을 가다 저곳을 가고 저곳을 가다 이곳을 가는 듯했다. "꼬막 돌솥밥 2인분 주세요." 했다. 아주머니는 내 말을 따라 "꼬막 돌솥밥요." 하고는 주문을 되뇌다 갔다.
식당은 막걸리를 한잔씩 마시는 어르신들로 부산했다. 넉넉한 정식 밥상의 반찬을 안주 삶아 막걸리를 마시는 모습은 뭐랄까 나이 듦에 대한 정신 사나운 코로나 정국의 위로 같은 느낌이었다.
"아들! 네가 멋진 신세계가 인상 깊은 책이라 하여 엄마가 읽어봤네." 했다. 아들은 "그러셨어요?" 하곤 반찬으로 나온 멸치를 집어 야무지게 먹었다. "책을 보며 엄마는 그런 생각이 들던데, 왜 개미는 본능적으로 여왕개미를 중심으로 피라미드 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데 인간은 그리 못하나? 하는 생각 말이야?" 아들은 작은 멸치를 대여섯 개씩 잡아 입에 넣으며 날 쳐다봤다. "벌이나 개미가 영양분을 분배하여 태생부터 성격이 다른 벌과 개미를 만들듯 인간은 그리 못하나? 하고 말이야. 개미와 벌이 우수한 생존 시스템을 만들었고 인간은 왜 그리 못하나? 이런 생각이 들더란 말이지." 했다. 아들은 "저는 지금이 멋진 신세계 같은데요? 벌써 만들었는데 뭘 더 만들어요?" 했다. "아니 우린 태어날 때 멋진 신세계처럼 계급을 나눠 영양분을 주지는 않잖니?" 하니 "그건 엄마 생각이고요. 저희 보세요. 멋진 신세계가 주입하듯 지금 그러고 있잖아요." 했다.
나는 '자유로운 세계에 살고 있고 저마다 개성을 발휘하며 살고 있다.' 생각했는데 아들은 '현실이 책 속의 도그마적 멋진 신세계'로 느껴진다니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아들은 멸치를 씹다 "인간은 벌써 그런 체계를 만들어 살고 있잖아요. 평등을 가장하여 올라갈 수 없는 계급 사회를요. 벌써 그런 것 같은데요." 했다. "그러니? 너는 그렇게 생각하니?" 하고 물었다. 아들은 "그럼요. 엄청나게 갖고 있는 사람들과 사회적 영양분을 공급받지 못하는 사람들로 벌써 나눠져 있는데 개미랑 뭐가 달라요?" 했다.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넌 소설의 세계가 이미 왔다고 생각하는구나." 했고 아들은 천연덕스럽게 "안 그런가요?" 했다.
자본의 꿀을 나누어 먹는 시스템에서 우린 개미와 닮아 있는 것일까? 개미나 벌보다는 좀 더 자유롭다 착각하고 있는 것인가? 한참을 아들과 얘기하며 배가 고파왔다. 시계를 보니 주문한 지 20분이 지났는데 밥이 나오지 않았다. 아주머니께 여쭈니 비빔밥을 내와 돌솥밥이라 하여 다시 20분을 기다렸다. 막걸리를 한잔씩 한 어르신들이 돌아가며 한 마디씩 거들었다. "어이 주인 양반! 주문을 어찌 받아서 그러나! 아니 밥 한 끼를 자시러 오신 분들이 배고파 죽겠네. 뭐라도 더 갖다 드려. 이래서 다시 오시겠어?" 하며 너도 나도 우리 모자를 바라보며 안쓰러워했다. 주인아주머니는 오셔서 "홀 서빙 아주머니가 오늘 처음 일을 하는지라 주문을 잘못 넣었다."며 꼬막무침이며 꼬막전을 추가로 내주셨다. 서빙 아주머니가 연신 땀을 흘린 이유를 그제야 알았다.
꼬막 돌솥밥이 아주머니 이마의 땀방울과 함께 나왔다. 땀을 연신 흘리며 "제가 주문을 잘못 넣어 죄송해요." 하셨다. 나와 아들은 "아니에요. 잘 먹을게요. 배가 고파 더 맛있겠습니다." 했다. 아들과 나는 누룽지까지 긁어먹으며 수많은 꼬막을 먹어치웠다. 누군가의 손을 빌어 해감되고 펄펄 끓는 물에 데쳐 나온 후 하나하나 꼬막을 주워 담는 긴 단순노동의 과정을 거쳐 나온 꼬막을 말이다.
'멋진 신세계'가 셰익스피어 작품 속 대사를 빌어 내뱉는 미개인 존? 의 외침이지만 우린 어떤 멋진 신세계를 소망한 것일까? 밥을 먹고 계산을 하고 신발을 신으려 하니 주인아주머니가 따라나섰다. "죄송해요. 오늘 처음 일하시는 분이니 양해해 주세요." " "알았어요. 덕분에 맛난 전을 더 먹었네요." 하곤 목발을 짚고 신발장에 가니 아들이 쪼그려 앉아 신발을 신겨주었다. 아주머니가 "아유 장가 가기전이니 이리 엄마에게 잘하지. 장가가면 다 남이에요." 한다. 내가 "그래요? 아니 장가가면 더 잘해야지요!" 했더니 아주머니는 "글쎄 장가 가면 바뀌더라고요." 했다. 아들 보고 "너도 그럴까?" 했더니 "그러게요." 한다.
인간은 늘 자기식의 멋진 신세계를 꿈꾼다.
한창 공부 중인 고3 아들이 왜 이 책을 추천했을까? 대학 선택이 현실의 문턱이 된 자신에게 있어 현실 세계가 멋진 신세계로 다가온 것은 아닌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