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 환생은 허구!

잡초론 4

by 정루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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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잡초! 겨울에 무슨 잡초랴 하지만, 양지바른 곳엔 어김없이 잡초가 자란다. 25층 아파트 그림자가 마당에 발을 들이는 토요일 저녁, 공부방을 다녀오던 아들은 누런 잔디밭에 쭈그려 앉아 잡초를 뽑는 내게 “뭐 하세요?”한다.

“잡초 뽑지!”

“겨울에 잡초가 있어요?”

“그럼”

“추워요. 그만 하세요, 얼어 죽을 텐데”

“잡초가 얼어 죽어? 그럼 겨울 잡초가 아니지… 얘네들은 겨울을 나”.

내가 잠시 일어나 길어져 가는 아파트 사이 해를 보며 허리를 펴니, 아들은 “잡초 환생 시키느라 고생 많네요” 한다.

“아이고, 잡초 환생을 기억하네”

“그럼요, 봄부터 뽑은 잡초를 합치면 엄청나겠는데요!”

“그러게 말이다”

아들은 지난 여름 내가 한말을 기억창고에서 꺼내 뚝 던지듯 말하곤 들어갔다.


잡초환생! 지난 여름 인도여행 전 읽었던 ‘세계 종교의 역사’와 여행 중 접한 흰두교를 뒤죽박죽 썩어 잡초 환생을 말했었다. 그건 코딱지만한 마당의 잡초를 뽑으며 미안함과 함께 그들도 생명이니 환생을 돕는 작은 손을 자처했던 것인데, 아들의 말에 지난 8월의 뜨거운 기억이 달려왔다. 그도 그럴 것이 끝없이 땅을 딛고 나오는 잡초의 생명력에 대응하여 하루도 거르지 않고 뽑아버리는 나의 손길이 맞닿아 환생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들이 잡초 환생을 말하고 들어간 순간, 표주박 속 시든 겨울 잡초가 가슴에 시렸다. 조금 전까지 생기로 가득했던 잡초들! 지금은 시들어 축 쳐진 모양으로 힘겹게 얼음 공기를 들이쉬는 잡초! 여름, 가을 내 잡초를 환생시키는 것이라며, 표주박 한 가득, 잡초를 뽑으며 뿌듯해 했던 기억이 몰려왔다. ‘이 잡초들은 여기에 그대로 태어나길 원할까? 아니면 어느 인적 없는 산속에 태어나 한 계절을 옹골지게 보내길 원할까?’

노을 속 금색 햇볕이 아파트 사이를 거닐며 잡초를 비추었다. 난 쭈그려 앉아 물었다.


나: 넌 다시 너로 환생하겠니?

잡초: 복제 잡초로요! 왜요?

나: 그럼 다른 잡초로 환생할래?

잡초: 다른 잡초요? 굳이!

~~

잡초: 똑같이 환생하고 싶어요?

나: 아니! 복제라며!

잡초: 그럼 다른 사람으로 환생할래요?

나: 굳이!


문득 의문이 들었다. ‘내가 복제판, 혹은 과거 존재의 업그레이드 된 환생판, 혹은 ‘도깨비’나 ‘별에서 온 그대’ 같은 드라마 속 주인공들처럼 전생을 돌고 돌아 다시 사는 사람이면 좋을까?’ 그때 겨울 공기를 품은 표주박 속 잡초들이 생의 마지막 속삭임을 던져주듯 내게 말했다.


난 그냥 유일무이한 잡초야! 잡초 환생은 거짓말이지, 환생은 자연과 존재에 대한 모독이 아닐까? 옛 사람들이, DNA전달 체계를 모르던 사람들이, 과거,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존재의 띠를 환생으로 이해하지 않았을까? 그리고는 영원불멸에 대한 욕망을 그 띠 속에 넣어 포장한 환생 꾸러미 같은 것으로 말야, 자연은 새로움을 갈구하지 복제품을 원하지 않아!


표주박 속 시든 겨울잡초를 보며 난 속삭였다.

“안녕, 잡초야!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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