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론5
잡초는 잔디가 촘촘할수록 잔디처럼 자란다. 둥근 잎인 잡초도 잔디처럼 입 모양이 변하고, 성장하는 폼도 길~쭉 하게 자라 얼핏 보면 잔디인지, 잡초인지 구별이 어렵다. 잡초는 겉모양뿐 아니라 뿌리도 달라지는데, 잔디 사이를 비집고 살기 위해 뿌리가 물음표 모양으로 휘고 야들야들하다. 간신히 자리를 잡은 잡초는 살짝 당기기만 해도 쉽게 뽑혀 2년 전 성긴 잔디사이 탄탄하게 자리를 틀던 것과는 모양도 힘도 다르다.
“여보! 잡초가 참 잘 뽑혀!”
잔디가 꽉 들어찬 정원 탁자에 앉은 남편은 “그래? 그만 뽑아 힘들어” 한다. 반은 누운 채 야구중계를 보며 말하는 여유! 그저 한가롭다.
“잡초는 아나? 잔디인 척 살아야 생존이 쉽다는 것을?”
남편은 카세트테이프 늘어지는 소리처럼 “잡초가~ 환경에~ 적응하는~ 게지!”한다.
“참 야무지네, 잡초! 적응도 잘하고.”
뽑힌 잡초가 앳되어 우두커니 앉아있으니, 남편은 “독하게도 뽑는다. 그만해”하며, “아휴~ 오늘도 텄네”하고 응원하는 구단의 스코어를 아쉬워한다. 그 한가로움에 약이 올라 “독한 건 잔디지. 잔디 뿌리 봤어?”하니, “뭐?”하며 남편은 심드렁하게 대꾸한다.
“잔디 뿌리가 얼마나 독하게 생겼는지, 볼펜심처럼 뾰족하게 생겨서, 땅을 파고들어가는 폼이, 잘 보면 괴기스럽거든” 하니, “그래? 어디 봐” 하고는 표주박 속 뽑힌 잔디 뿌리를 바라보며 “아 기운차네 뭘!” 한다.
“그만 놀고, 좀 도와주지?”
“뭘?”
“디딤돌 주위, 잔디를 삽으로 좀 정리해줘”
“뭘 정리해~, 지금 딱 좋구먼”
“아니 잘 봐봐, 여기 잔디가 디딤돌을 타고 자라서 디딤돌이 작아졌잖아”
“모르겠는데~”
“잘 봐요? 자 봐봐”
내가 디딤돌 가장자리를 따라 삽을 눌러 잔디를 자르니, 잔디는 긴 인절미 가락처럼 몽실몽실 잘렸다.
“이렇게 정리해야 되거든, 이렇게~. 난 나무 밑 잔디를 캘 테니!”
“그걸 정말 캐려고?”
“당신이 잔디를 안 깎으니 할 수 없지”
남편은 고개를 가만히 끄덕일 뿐 말이 없다. 2주~3주에 한번, 무선 잔디 깎기로 30분만 깎으면 되는데, 남편은 미루기 일쑤였고, 반복되는 잔소리 같은 대화에 지쳐, 작심하고 잔디를 캐기로 한 것이다. 가볍게 디딤돌 주변을 정리한 남편이 테이블에 앉아 다시 핸드폰을 보기에, “여보, 잔디가 땅을 쥐고 있어 캐기가 어렵네! 당신이 삽으로 잘라주면 좋겠는데? 해줄래?”했다.
남편은 “내가?~ 또?~” 하며 눈을 크게 떠, “싫으면 관두고, 내가 하지 뭐, 근데 다리에 힘이 없네” 하니, 큰 인심을 내듯 웃으며, “그럼 힘 좀 더 써봐?” 하며 일어선다.
“사방 30cm 정도만 잘라주면 내가 파낼게. 그냥은 힘들어서” 투명 선글라스에 튄 흙과 땀이 범벅이 된 얼굴로 남편을 바라보니
“살살하라니까!” 하며 잔디 깎을 일이 없어진다는 것에 흥이 나 “아 힘을 이렇게 쓰면 안되는데, 어딜 파?” 한다.
“어디긴 어디야, 당신이 깎지 않는 잔디지”
“그렇지~ 그렇지~, 알았어. 좀 쉬어, 내가 한 후 당신이 해. 얼음물 마셔~” 한다. 먼저 나서서 일하지는 않지만 나 몰라라 하지 않는 남편은 삽질을 했다.
작업 후 늦은 저녁을 먹으며, “근데 여보! 결혼은 잔디밭 같아” 생각을 던지듯 말했다.
남편이 핸드폰으로 카톡 대화를 하다 날 쳐다보며, “갑자기 결혼이 왜 잔디밭 같아?” 한다.
“두 사람이 살아가면서 자식이란 뿌리, 가족이란 뿌리, 추억이란 뿌리들을 촘촘히 엮어, 행복 잔디, 고통 잔디, 슬픔 잔디, 희망 잔디를 만들어가는~, 그런 잔디밭! 그래서인 가봐 이혼하려면 사람들이 엄청 힘들어하잖아”
“아니 잘 나가다 왜 이혼! 잔디밭같이 촘촘한 결혼생활이라며” 남편은 무슨 말을 하려나 하고 핸드폰을 옆으로 민다.
“아니 잘 자란 잔디도 예쁜 정원을 위해, 상황에 맞게 정리하듯, 결혼생활도 행복 해질 수만 있다면 잔디 캐듯 캘 수 있지 않을까 한다는 게지. 힘들어도”
남편은 기가 차다는 듯 “그래? 우리 잔디 좋은데!”
“그렇지~ 내가 얼마나 정성을 들였는데, 갈수록 맘에 들지!”
“그럼 뭐가 문제야?”
“더 행복해질 수 있다면 과감한 변화가 있을 수 있고, 그런 과정은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지!” 뚱딴지 같은 소리란 듯, 남편은 “난 너무 행복한데! 안 행복해?”
“아니~ 더 행복해질 수 있다면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는 말이지~” 내가 한입 가득 쌀밥을 넣고 볼록한 입으로 “글쎄 행복한가?”, 매실장아찌를 맛나게 먹으며 “힘들게 잔디를 캐면서 행복도 같이 파낸 것 같은데~”, 살랑살랑 웃으며 말하니, 남편은 커진 눈으로 “그래?” 한다.
내가 단호하게, “그럼! 변화해서 더 행복하다면 그렇게 해야지, 이혼해서라도, 잔디 깔고 정성껏 키웠다가 뒤엎어버리는 것처럼 말이야”
남편은 “아니 어떻게 한 결혼인데, 안돼~ 힘들어서” 한다.
“늘 핸드폰 보면서?” 어림없다는 말투로 말했다.
남편은 “허어, 당신은 만족이 안됐구먼!”하고는 엉덩이를 들어 식탁의자를 밀었다.
“밥 먹다 말고 어딜 가려고?” 하니 남편은 활짝 웃으며 “마누라 잔디밭 정리하러 갈려고, 가자 방으로!”한다. 아휴~ 생각이 이리 한 방향이고 일차원 적이니, 깝놀야” 하니 “몰랐어? 난 일방향, 당신 방향” 한다. 내가 눈을 흘기며 ”무슨 얘기를 해도 생각 흐름이! 실망이야!”하니, “당신이 뭘 모르네, 관리를 하라며! 일단 몸을 먼저 쓰고 그다음 단계로 가야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