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눈치 안 봐요! 어쩜 그리 뻔뻔하게 예쁜지
잡초! 누구 눈치를 볼까?
by
정루시아
Oct 18. 2020
장미는 늘 당당해요. 어쩜 그리 뻔뻔하게 예쁜지
.
..
작은 마당을 거닐다 보면
생각이 잡초 자라듯 자란다.
그럴 땐 생각들이 잡초 자라듯 자라게 내버려 둔다.
잡초를 뽑다, 생각 잡초도 뽑힐 터이니 말이다.
8월 잔디
9월 잔디
10월 잔디
잔디밭을 걷다 눈에 들어오는 잡초를 본다. 올해 처음 우리 집 마당에 날아온 씨앗인지, 앞뒤 구분 없이 잎을 넙데데하게 키우며 잔디와 쌈박질을 하고 있다. 한껏 자기 공간을 확보하며 자란 이름 모를 잡초! 잡초 제거 갈고리로 깊숙이 넣어 뿌리째 뽑는다.
몇 년째 잔디와 함께 자라는 개망초와 달맞이꽃은 점점 잡초처럼 자란다. 정성 들여 보지 않으면 잡초인지 잔디인지 한다. 살기 위해 잡초가 잔디처럼 잎모양을 바꿔버렸다.
잡초들이 눈치를 보다니. 참 기특하다. 그래도 어쩌랴. 쪼그려 앉아 살살 뽑는다. 장갑도 없이 보드라운 감촉을 느끼며 뽑는다. 잡초의 눈치를 보며, 눈치껏 잡초를 뽑는다.
잡초는 내 눈치를 본 걸까?
잔디 눈치를 본 걸까?
삼 년째 잡초를 살살 뽑으며 누가 누구의 눈치를 보는지 한다. 잔디의 눈치를 보며 내가 사는 걸까?
정말 궁금하다.
잡초가 내 눈치를 보는 걸까?
잔디 눈치를 보는 걸까?
마당 울타리로 장미를 심고
장미가 꽃대공을 올리니 그리 눈치가 보였다.
영양분을 더 줘야 할까?
물을 자주 줘야 할까?
혹 진드기가 없나?
약을 쳐야 할 시기인가?
장미 나무 주변을 서성이며 꽃대공이 오르니 마음이 꽃송이처럼 부풀었다.
2020년 마지막 장미꽃. 얼마나 당당한지. 콧대가 정말 하늘을 찌를 듯하다.
가까이 보면 너무 고와 출근길을 멈추고 멀뚱멀뚱 장미를 보며 코를 들이댄다.
남편이 좋아하는 노란색 장미!
주홍색? 주황색? 이슬을 한껏 먹고...
노랑 넝쿨장미. 하늘과 참 잘 어울린다.
피고 또 피고, 눈치 볼 것도 없이 늘 당당하게 장미는 핀다.
내년에 다시 보자!
장미! 참 당당하다.
우리 집 마당에 심긴 똑같은 식물들 중 장미는 늘 당당하다.
모든 화초가 당당할 터인데
장미가 유독 당당하게 느껴지는 건 뭘까?
내가 장미 눈치를 보며,
향기를 맡고자 코를 들이대고, 꽃잎의 보드라움을 코끝으로 느끼며,
어디서도 맡지 못할 달콤하고 향긋한 향기를 들이키며 행복을 느끼기 때문일 게다.
장미는 혼자서도 당당하고, 여럿이어도 당당하다.
내 삶이 장미 같기를!
꽃받침이 내려가면 장미가 펼 준비를 한 거죠. 향기를 가득 품고서 말이죠.
장미! 눈치는 고사하고 뻔뻔하게 예쁘다.
장미도 아는 것 같다.
내가 자기들 눈치를 보는걸.
지인들이 가끔 놀러 와 잡초 뽑느라 고생한다 한 마디씩 할 때
속으로는 내게 말한다.
잡초는 내 눈치를 봐요.
잔디처럼 자라며 눈치를 봐요!
살려고 눈치를 봐요. 그 눈치가 좋아요.
그 눈치를 존중해서 소중히 매만지며 뽑아요.
보드라운 잡초를 뽑으며 내 맘속 생각 잡초도 함께 뽑거든요.
마당에 쪼그려 앉아 잡초를 보고 내 생각 잡초를 뽑으니 고마워요.
잡초가! 잡초의 생명력이!
내 삶이 잡초 같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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