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개구리야, 눈치를 보렴!

벌레들도 눈치를 봐요. 눈치 존중해요. 그래야 살죠.

by 정루시아

저녁 모임 후 현관문을 열고 집에 들어가려다 현관 외벽에 청개구리 두 마리가 붙어있어 깜짝 놀랐다. 현관에 있던 율마와 만냥금, 천리향, 홍콩 야자수 화분을 날이 추워저 썬룸에 옮겨놓으니 집 잃은 두 청개구리가 어디로 갈까 고민 중이었나 보다. 그곳이 집이었다니! 일주일에 세네 번은 현관 물청소를 하고 화분에 물을 주니 청개구리들에겐 안성맞춤이었을 게다.

9월 29일 저녁 현관 앞 청개구리, 엄마? 딸?

물청소 때 밥풀 같은 똥이 있어 어떤 벌레가 이리 야무지게 먹고 흔적을 남기나 했는데 청개구리였다. 나 몰래 사느라 현관에서 얼마나 눈치를 봤을까?


현관은 하루 종일 택배기사님의 부지런한 발걸음으로 늘 부산한데 왜 마당을 버리고 이곳에 있었을까? 궁금했다. 생각해보니 저녁마다 밝힌 현관 등 때문이지 싶다. 등을 밝히니 거미는 늘 1순위로 현관주위에 거미집을 지었다. 빛을 보고 날아오는 많은 벌레들! 우리 부부가 산책 가며 휘휘 거미줄을 치워도 거미에겐 그만한 공간이 없으리라! 청개구리는 작은 화분 8개가 옹기종기 모여있는 화분속에서 저녁마다 밝혀진 현관등을 무기삼아 벌레사냥을 했지 싶다. 거미도, 청개구리도 '모두 눈치를 보며 살고 있었구나!'


위쪽 조금 큰 청개구리와 아래쪽 작은 청개구리를 보며 관계가 궁금했다. 모녀일까? 자매일까? 어디로 뛸지 모를 청개구리여서 청개구리 눈치를 보며 사진을 찍었다. 갑자기 내게 뛰어 오기라도 하면 그 작은 생명체를 온전히 잘 받아줄 용기가 없어 눈치를 보며 사진을 찍었다.


3년 전 마당에 데크를 놓으니 마당을 활보하던 그리마와 노네기, 청개구리들이 데크에 올라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재빠른 그리마의 수많은 다리를 보고 깜짝! 노네기의 느릿하나 강렬한 다리들에 깜작, 폴짝 뛰던 청개구리에 가슴이 철렁했다. 작년 여름엔 데크 위 나무 테이블 아래 청개구리가 살았더랬다. 물을 뿌리면 잠시 데크 아래로 내려가 나무속에 숨었지만 다음날 저녁 데크 물청소를 하자면 폴짝폴짝 뛰어다녔다. 3년이 지나니 그리마도, 노네기도, 거미도, 메뚜기며 여치, 배짱이, 청개구리도 데크 주변엔 얼씬 않는다.


3년 동안 나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나의 비질과 데크 물청소하는 소리에 드디어 그들도 눈치를 보는가 보다. 요즘 걔네들을 데크에선 볼 수 없다. 늦은 밤이나 이른 새벽 그들이 데크를 지나갈 망정 해가 뜬 이후 데크는 온전히 나의 공간으로 그들이 인정해 줬다. 3년 내가 벌레들 눈치를 봤더니 이제 그들이 내 눈치를 본다.

10월 11일 만난 청개구리, 정말 반갑다. 눈치 보며 잘 살아줘서!

현관에 있던 청개구리가 정원으로 갔을지 궁금하던 며칠 후 현관 앞 국화 화분을 보니 늘 멈춰있듯 움직이던 커다란 사마귀가 맛난 식사를 하고 있었다. 턱이 발달한 사마귀가 달게 먹고 있는 것은 귀여운 청개구리 발이었다. 순간 청개구리 사진이 떠올랐다. 생과 사의 증거로만 남게 된 사진이라니.


차마 오래 볼 수가 없었다. 사마귀에겐 삶의 담담한 일상이지만 청개구리를 생각하니 마음이 철렁했다.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그 현장을. 귀여운 청개구리가 죽다니. 눈치를 보며 잘 살던 청개구리가 국화 화분에서 눈치보기에 실패하다니. 마음이 싸늘했다. 사마귀가 밉지는 않았지만 청개구리가 애처로웠다. 엄마 청개구리였을까? 딸 청개구리였을까?


며칠 지나 화단에서 작은 청개구리를 만났다. 반가웠다. 메뚜기며 여치며 배짱이며 높이뛰기를 잘하는 모든 생명체에 깜짝깜짝 놀라지만 그날 만난 청개구리는 대견해서 반가웠다. 그리곤 나도 모르게 한마디 했다. "청개구리야 눈치 보며 살아! 오래오래. 눈치 좀 보면 어떠니~ 잘 살며 되지, 그게 싫지만 그래도 그래야지. 눈치 없인 살기 어려운 세상이구나. 이 작은 정원도." 했다.


10월 19일 저녁나절 만난 맨드라미 위의 청개구리. 너무 눈에 띄어! 눈치 보며 살라니까? 제정신이니?
10월 20일에 만난 아스타 국화꽃을 거니는 청개구리!
10월 22일 아침, 작은 동백 나뭇잎에 앉은 청개구리! 동색이라 처음엔 몰라봤다.

예쁜 꽃들 속에 한가로이 돌아다니는 청개구리를 보니 마음이 포근해졌다.


작은 마당도 온갖 벌레들이, 생명체가 자신들의 주기를 갖고, 계절을 맞고, 시간을 보내고, 삶을 보내니.

늘 배운다.


청개구리야!

눈치를 잘 보렴!

내년에도 그 예쁜 모습을 꽃들 속에서, 나무들 속에서 깜짝 놀라게 보여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