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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치명 Mar 24. 2021

성스럽지 못한

종교

 지금 나는 종교를 믿는 개인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나는 종교가 없다. 엄마가 독실한 불교 신자라 영향을 받기는 했다. 산 중턱에 있는 절에 가서 맑은 공기를 쐬고 스님이 키우는 개 진순이와 놀고 오면 마음이 편해지긴 했다.



 가끔 스님의 말을 신봉하는 엄마가 이해되지 않기도 했다. 엄마는 스님께 꽤 오래 시험 공부를 하는 언니에 대해 물은 모양이었다.

 "열심히 하면 합격한대."

 아빠는 상당히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당연한 사실을! 그것도 말이라고!"

 엄마는 스님의 조언을 듣지 않으면 무슨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행동했다.

 "나는 몰라. 스님이 시키는 대로 안했으니."

 뭐, 그래도 엄마가 불교로부터 위안을 받고 있으니 엄마의 종교 생활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나랑 친한 여자 Y 와 남자 K의 아버지는 목사님이셨다. 기독교는 Y와 K의 모태 신앙이었다. 그런데 둘은 교회에 다니지 않는 내가 안쓰러웠나 보다.

 "하느님을 믿어야 천국에 가지."

 그런데 나에게 일요일은 늦잠을 자고 집에서 뒹굴거리는 시간이었다.

 "나는 괜찮아. 너희들만이라도 천국에 가렴."


 몇 해 전, 12월 31일 Y의 부모님께서 나를 초대하셨다. 나는 인사를 드리고 늦지 않게 집에 돌아갈 예정이었다. (Y의 부모님은 집안 사정으로 교회  운영을 잠시 쉬고 계신 상황이었다.) 하지만 나는 근처 대형 교회에 가서 송구영신예배를 드릴 수밖에 없었다. 거절했지만 지나치게 완곡한 거절이었나 보다. 나는 마음을 다해 기도하는 척을 했지만 사실 좀 무섭기까지 했다. 방언을 처음 접했으니까.


  내가 Y랑 K랑 너무 친한 게 문제였다. 그들은 어떻게든 교회에 나를 데리고 가려 했다. 나는 거절을 못하는 성격때문에 교회를 한달이나 다녔다.


  글을 쓴답시고 늦은 밤에 자는 내가 목사님의 말씀을 경청할리 없었다. 나는 고개를 앞뒤좌우로 흔들며 졸았다. 친구가 나를 깨웠다. 그제야 목사님의 얼굴이 보였다.

 "야, 근데 목사님 범죄자 느낌이 있어."

 Y가 손으로 내 입을 틀어 막았다.

 "조용히 해!"

 Y랑 K는 그 이후로 나를 교회에 데려가지 않았다.


 그런데 Y가 목사님의 상황에 대해 이야기했다. 신도를 성추행했다는 고발을 당해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깜짝 놀랐다. 아으 쒸, 관상으로 돈을 벌어야하나. Y는 목사님을 감쌌다.

 "말도 안 돼. 목사님은 그럴 분이 아니야. 신도 문제야."

  사실 확인이 필요한 것은 맞았다. 나는 Y에게 핀잔을 줬다.

 "성추행이 사실이면 어떻게 할래."

 Y는 목사님을 끝까지 믿었다. 하지만 얼마 후 목사님은 뉴스에 등장했고 교회에서 쫓겨났다.


 나는 Y랑 K와 대화를 하다가 기독교인 Y랑 K에 대한 반감이 극에 달했던 적이 있다.

 "어머님께 교회 다니시라고 해."

 절에 다닌 세월이 30년이 넘은 엄마한테 교회를?

 Y가 나를 설득했다.

 "하느님은 다 뜻이 있으셔."

 나는 유치하게 말꼬리를 잡았다.

 "아, 안 좋은 일을 겪는 사람들도 다 그 분의 뜻이구나."

 K가 경건한 표정으로 말했다.

 "깨달음을 주시려고 그러는 거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본인이 원하지 않는데도 일방적으로? 불의의 사고를 겪게 해서라도?"

 Y랑 K는 나랑 더 이상 대화를 하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 날 나한테 말했다.

 "애들이 너 교회 데리고 오래."


  뭐, 완벽하게 사람을 구원하고 결벽에 가까운 종교가 있겠느냐만은. 불교 역시 마찬가지이다. 절에서 제를 올리는 상차림은 신도가 내는 금액에 따라 달라진다. 또 기도를 올리기 위해서는 1인당 얼마의 돈이 필요하다. 나는 절에 가기 위해 봉투를 준비하는 엄마를 보면서 종교란 회사 같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어디든 일탈이 없겠는가. 판돈이 어마어마한 불법 도박을 한 스님 이야기를 접하면서 회의를 느끼고는 했다.


 다른 종교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꽤 큰 종교 기관에서 일을 하는 S의 경험담을 들으면서 나는 성직자의 자질에 의문을 갖기도 했다. 종교인이든 신도이든 개인의 치우침과 타인에 대한 불필요한 강요는 결국 그 종교에 대한 회의만 남길 뿐이다. 제발 서로 존중하기를.  나는 니체에 대해 개뿔 모르지만 니체의 허무주의가 우리에게 가끔은 필요한 듯도 싶다.


 나도 힘이 들면 가끔 기도를 한다. 신말고 20년 전에 돌아가신 할아버지께. 할아버지의 힘이 약한지 기도가 통한 적은 없다. 그래도 할아버지가 나를 지켜준다고 생각하면 무슨 일이든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종교가 아니면 어떠한가. 나에게 의지가 되면 그만이지. 나만 믿으면 그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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