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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치명 Jan 04. 2021

M에게

첫 번째 편지

어제부터 스테로이드제를 먹기 시작했어.


이명 치료를 시작했거든.


위 보호제를 네 알이나 같이 먹어야 돼.


스틸녹스도 처방 받았는데 이건 내 선택에 따라서.


한 달 전쯤이었을  거야.


새벽에 세탁기 돌리는 소리가 들렸던 건.


나는 늦은 시간에 세탁기를 돌리나 보네.


옆집 사람이 많이 바빴나 보구나, 예사로 넘겼어.


크게 거슬리지는 않았거든.


벽에서 파도가 친다면서


나는 시적인 사람이야, 웃기도 했으니까.


그런데 시도때도 없이 나는 세탁기 소리가 조금씩  


무서워지기시작했어.


 속의 파도가 날 덮치기라도 하면 어떻게하지.


크기도 가늠할 수 없는데.


나는 이명과 환청의 차이점을 확인하고나서야 안심을 했지.


우울증 치료를 받다 보니 걱정을 안 할 수가 없더라.


이비인후과에 가서 청력 검사를 했고


한쪽 청력이 다른 쪽 청력과 차이가 난다는 진단을 받았지.


믿어서는 안 될 그 사람의 이야기를 한쪽 귀로만 들어서


그런가, 하고 잠시 생각했어.


내 생활은 요즘 평온한데 사실 내 몸과 마음은 그렇지


았나봐.


산부인과 의사가 그러더라.


많이 피곤한가 봐요.


아직도 그 사람에게서 못 벗어났나봐.


나  정말 쓸데없이 끈질기지...


내일은 등산을 하면서 생각없이 걷기만 하는 내가 되어


볼까해.


아무래도 나를 이대로 두면 안 될 것 같거든.


희망찬 새해라니까.


나에게는 마지막 삼십 대이니까.


M, 너는 오늘 어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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