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렇게나 그렇지만 그래도 #4
작년 어느 날부터 야구가 그렇게도 재밌게 되었다.
물론 어떠한 계기가 있었고 그 계기는 사라졌지만 야구는 내게 남았다.
그렇게 우연하게 그리고 유일한 흔적으로 남아버린 야구는 2025년 여름을 살아가게 한다.
웃고 울고 화내고 또 응원하며 그렇게 내 삶의 한 부분처럼 함께 살아가고 있다.
유일한 흔적이라는 게 그다지 좋지 않고 찜찜하며 야구를 통해 그 흔적을 다시 떠올리는 순간마다 마뜩잖은 마음이 가득한데도, 마냥 즐겁고 기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더 많은 날들이 답답하고 화가 나기도 하고 시간이 아깝다 느껴질 때도 있지만 나는 여전히 매일 밤 야구를 본다.
나는 열 번 중 두세 번만 맞춰낼 수 있는 것을 매일 매 순간 자신의 기회에 ‘꼭 지금 맞춰보겠다‘며 온몸을 휘두르는 끊임없는 그 실패의 과정을 지켜본다.
맞춰냈을 때의 그 기쁨과 희열의 순간을 즐기다가도 맞추지 못했을 때의 그 허무와 허탈의 순간을 지켜보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타이밍에 맞추게 될지 모르는 그 시간을 기다리는 타자들의 실패와 성공의 기록을 지켜본다.
때로는 해낸다. 때때로는 지독하게도 해내지 못한다. 그동안 무수한 운동과 연습, 상대 투수들의 전적을 분석하고 공부하더라도 해내기도, 해내지 못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늘 타석에 서서 자신에게 올 그 안타의 기회를 기다린다. 그리고 그들이 안타를 훌륭하게 쳐내길 나도 기다린다.
실패에 집중한다면 그들은 그 기회의 타석에 섰을 때 두려울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단 열 번 중 단 두세 번의 확률로 안타를 쳐냈더라도, 그 두세 번의 성공 확률을 떠올리며 또다시 몸을 맘껏 휘둘러 볼 것이다. 나는 그 과정을 지켜보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오늘의 하루를 보내고서 내게 남아있는 무언가가 작은 실수투성이의 실패의 흔적이 아니라 내가 해낸 아주 자그마한 성장의 흔적이 되길 바라며 3할 타자들이 받는 찬사를 내 영혼에도 불어넣어준다.
“너도 3할만큼은 성장한 하루란다”
그 작은 기록들이 쌓여 영구결번이 되는 야구선수들의 순간들을 떠올리며 나도 내 삶에 멋진 기록들을 남겨보는 지금 순간. 순간의 기회들에 내 몸을 멋지게 던져보자. 그리고 그 기회의 순간에 집중하자.
하루 몇 시간의 기회 앞에서 3할의 순간에 기쁨에도 감사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