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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분노한다

이편도 저편도 아니라는 친구에게

by Soopsum숲섬


윤석열이 체포되고 난 다음날인 오늘, 12월 3일 이후 처음으로 아침 6시까지 내리 자고 일어났다. 새벽 1시, 2시, 4시마다 깨어나 체포되었나? 혹시라도 무슨 일이 있나? 뉴스를 확인하며 지낸 지 43일째다. 아침부터 뉴스를 틀어놓기 시작해 잠들기 직전까지 듣는 동안 해가 바뀌고 겨울이 깊어졌다. 윤석열 탄핵안 가결도 그리 어렵게 되더니, 체포 또한 쉽지 않았다. 시간은 더디게 흐르고 마음은 답답하다. 이 답답함의 이유를 어제 매불쇼를 들으며 조금 알게 되었다.


내 곁의 평범한 사람들은 사실 '법 없이도 살 사람들'이란 말이 잘 어울린다. 법, 고소, 고발 같은 일들은 뉴스에서나 보던 일처럼 느껴진다. 작은 오해만 생겨도 내가 뭐 잘못했나 먼저 돌아보는 사람들. 우리가 생각하는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원칙이란 게 있다. 평소 우린 그 원칙이 잘 지켜지고 있으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으며 살아간다. 소매치기 없는 나라, 카페에 노트북을 올려놓고 화장실에 다녀와도 마땅히 제자리에 있는 나라, 지갑을 주으면 고스란히 주인에게 돌아오는 나라에 우린 살고 있다고 믿었으니까.


그러나 이런 나라에서 왜 윤석열 같은 존재가 다시 대통령이 되었는가. 지난 대선 이후 계속해서 마음이 아프고 고통스러웠다. 법대로 일하고 있지 않은 게 분명한 검찰 조직의 수장이 대통령 선거에 나왔으며 심지어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는 사실이 더 놀라웠기 때문이다. 인사청문회의 인사들이 형편없는 인성과 범죄사실들이 보이는데도 버젓이 임명되고, 진실은 가려지고, 언론을 통해 그럴듯하게 포장된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김건희의 주가조작, 디올백 청탁 사건, 명태균 등의 선거개입과 유착 등 수많은 사건들이 생겨나기만 하고 단하나도 해결되지 못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계엄을 통해 자신을 반대하는 세력을 모두 죽이려 하고 거기에 전 군과 국무위원 등의 공무원들이 가담했다는 사실이 가장 큰 충격이었다. 직무만 정지되었지 여전히 살아있는 대통령 권한 때문인지 많은 수의 국무의원들과 군인사들은 여전히 윤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이어갔다. 혼란을 부르는 것은 오히려 민주당이라는 여론을 만들고 국민의힘 전체가 강력하게 가담하고 언론들을 부추겨 그럴듯한 정쟁으로 포장한다. 극우들은 댓글을 써가며 동조하는 힘을 만들어낸다. 이것이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들어낸 힘의 작동 원리다. 이 힘은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만들어졌을 때부터 존재했던 것으로 보인다. 법을 어겨도 나라를 일본에 팔아먹어도 처벌받지 않았기에, 그들은 대대손손 법기술을 부리고 비리를 저지르고 반대세력을 억압하며 잘 살아왔다. 그들의 정체가 무엇인지 시험 약물이라도 마신 것처럼 시민들의 눈에도 투명하게 다 보이게 되었다.


살아오는 동안 무언가 잘못된 일이 생길 때마다 내가 잘못한 것인가를 먼저 돌아보곤 했다. 사건이 생기면 쉽게 우울해지고 자책하기도 했다. 이런 성향은 원래의 내 것이었을까? 결코 아니다. 주변의 힘. 사회와 국가가 주입해 온 교육과 환경 탓이다. 조용히 시키는 대로 따르는 것이 미덕이던 시대를 지나, 형형색색의 응원봉을 들고 나온 2030 세대들처럼, 40대 후반인 나도 내 목소리를 내는 것이 당연하다고 느끼는 시간이 온 것이다. 진실을 외치는 연대의 힘은 거기서 온다. 내 목소리는 작고 가냘플지라도 모여서 내는 소리는 크고 우렁차다. 이번 윤석열 탄핵 시위에 젊은 여성들의 목소리가 가장 컸던 것 역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우리의 외침은 정당하다는 것, 바른 것이라는 믿음. 그 믿음대로 이 나라가 운영돼야 한다는 아름다운 외침!! 믿는 대로 행동하는 것은 이 땅의 민주 시민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그 외침을 왜곡하고 폄훼하는 것들은 분명한 악의 세력이다. 의도와 욕심이 있는 것들의 행태에 이제는 철퇴를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처벌하고 다시는 이 땅에 발붙일 기회를 줘서는 안 된다.


언론에선 이야기하고 있지 않지만, 이번 내란 계엄을 저지하고 나라를 위기에서 구한 것은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 국회의원들 그리고 목숨을 걸고 국회로 달려갔던 시민들이었다. 작년 7월부터 계엄이 있을지 모른다고 수없이 경고하고 준비했던 민주당 의원들 덕분에 계엄령을 빠르게 해제할 수 있었다. 그 밤을 생각할수록 두렵고 끔찍하다. 지금처럼 중요한 이 시기에 난 이편도 저편도 아니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홀로코스트의 생존자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엘리 위젤님의 말씀을 전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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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세상, 지극히 상식적인 세상을 원한다. 서로를 존중하고 질서를 지키며 남의 것을 쉽게 탐할 수 없도록 법질서가 탄탄하고 잘 지켜지는 세상. 윤석열 사태를 통해 알게 된 진실은 안타깝지만 내가 살던 세상은 지금껏 그런 세상이 아니었단 사실이다. 소수의 불법을 오히려 감추고 보호하는데 쓰인 법이었고 그들 모두가 그 사실에 입 다물고 있었단 사실을 결코 잊어선 안된다. 그 사실을 눈 뜨고 지켜봐야 하고 마땅히 분노해야 한다. 윤석열이 파면되면 다시 대선이 올 것이다. 국힘당은 벌써부터 대선을 준비하며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윤석열을 그럴듯하게 포장해 국민을 속여온 자들이 어디서 나대는가. 제대로 된 사과는 없고 오히려 민주당에게 덮어씌우는 그들의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진실을 꿰뚫어 보는 당신의 목소리에는 힘이 있다. 세상을 더 나아지게 할 수 있다. 내가 살아야 하고 내 자식과 내가 사랑하는 이들이 살아갈 세상이기에 당신이 마땅히 민주시민 편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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