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노래를 읽는 밤

by 단팥

저녁 6시 30분. 사람들이 붐비는 1호선 역사 안으로 들어선다. 남자와 여자, 아저씨와 아줌마, 노인들이 한데 섞이는 그곳으로.


비둘기가 휴지통 근처를 어슬렁 거리고 답답한 마스크 안으로 지린내가 은근하게 풍겨온다. 매일 보는 이 풍경 속에 점 하나로 사는 내가 무거운 다리를 내밀열차에 오른다. 낯 모르는 사람과 1센티의 간격을 촘촘히 유지하다 넘어지지 않으려 애를 며 휘거리고, 그들과 나 사이를 오가는 더운 공기는 여전히 불쾌함을 내뿜는다.


그래도 오늘 있었던 기분 나빴던 그 일은 창 밖의 바람처럼 흘러가게 내버려 둬야지. 잘 되지 않는 주문 같은 다짐을 동일 시간, 동일 장소에서 또 하며 열차 바닥에 떨어진 자존감과 마음을 주섬주섬 가슴으로 집어 담는다. 나를 위해 혼자서만 할 수 있는 의식으로, 내일이면 또 없어지고 새로 시작될 그 날들을 위해.


오반과 숀이 부른 노래 '퇴근'은 이런 순간에 딱 어울리는 노래다. 내 몸 남은 기운을 이끌 집으로 돌아가는 그 순간, 누군가 보고 싶기는 한데 딱히 외로운 것도 슬픈 것도 아닌 그런 기분에.



https://youtu.be/yx7 jtsaiyVo





퇴근 - 오반,숀(SHAUN)


이제야 퇴근을 했나요

오늘도 고생이 많네요 그대

수고하셨어요

우리 오늘은 맥주 한 잔만 할까요

오늘은 뭐가 기뻤나요 (아무것도요)

오늘은 뭐가 슬펐나요 (그대가 떠났다는게)

그대의 기분을 알고 싶은데

아무 대답도 없는 그댄 울고 있나요

왜 이렇게 우린 바빠야만 하죠

나는 여전히 그댈 보고 싶은데

왜 이렇게 서로 기다려야 하죠

나의 일상이 되어버린 그대

오늘은 노래를 했어요

내일도 노래를 하겠죠

그대를 향해 적었어요

부담이 아니라면 들려줘볼까요

난 그댈 행복하게 만드는 게

전부가 돼 버린 내 일상을 다 바꿔야겠죠

선물했던 꽃다발에 담긴 네 표정은 날 아득하게 사랑에 빠지게 했으면서

끝에 찍었던 사진 지갑에 넣어 두었어 아직은 그 책도 다 안 읽었다면

나를 따라 걸어 주었던 다리 밑 어귀에서 아직 나의 일기장이 멈춰있어

나는 너의 퇴근만 기다려

너의 퇴근만 기다려

나는 너의 퇴근만 기다려

(데리러 가도 될까)

나는 너의 귀가를 기다려

너의 귀가를 기다려

나는 너의 귀가만 기다려

(데려다 줘도 될까)

왜 이렇게 우린 바빠야만 하죠

나는 여전히 그댈 보고 싶은데

왜 이렇게 서로 기다려야 하죠

나의 일상이 되어버린 그대



사진출처

오반,숀(SHAUN) she is 앨범 자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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