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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오 Sep 20. 2022

터미널 김밥집에서

미널 김밥집에는 중장년 어르신들이 앉아 있다. 맞은편 깔끔한 인테리어의 프랜차이즈 식당에는 젊은이들이 앉아 있다. 대한민국에는 자신을 중산층이라 여기는 수많은 빈곤층이 있지만 실제 빈곤층적 삶의 양식은 사라졌다는 말, 명쾌한 진단이란 생각이 든다. 보통사람이지만 상대적 빈곤층이 되어가는 중에도, 일정 수준 이상의 옷과 음식과 집을 누려야만 하는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빵을 떼어 나누기 보다는 두 개 사서 나누는 것이 미덕이 되었다.


미디어는 부자들의 삶을 더욱 그럴싸하게 포장해서 내보내고 그들의 일상은 소셜미디어를 통해서도 쉽게 접근된다.  그것이 실제 일상인지 아닌지의 여부와는 무관하게 피드에 전시된다. 피드feed라는 말의 또다른 의미처럼 우리에게 떠먹여준다. TV 토크쇼에 나온 연예인들이 그들의 재산이야기, 저작권료나 인세, 고액의 출연료 이야기를 서슴없이 한다. 빚을 갚는 이야기를 콘텐츠로 삼는 연예인도 있다.


그런 흐름이 계층간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식의 우려섞인 발언은 사라진지 오래다. 그러는 중에 서민들이 최소한의 인간적 삶을 살게 하기 위한 사회적 장치를 마련하는 노력은 기운을 잃는다. 삶은 이토록 힘겹고 전쟁터와 같은 것이니 더 노력하고 실력을 쌓으라는 메시지들이 있을 뿐이다. 


거리에서 전단지를 나눠주며 힘겹게 삶을 살아가고 계시는 아주머니들을 매일 본다. 그것이 미래의 자신의 직업일 것이라고는 차마 상상하지 못하는 나같은 젊은이들. 집에 배송된 우리 지역구 후보의 선거공보물을 읽기 보다는 00캐스트 같은 '퍼온' 콘텐츠에 '좋아요'를 누른다. 


이런 푸념을 하는 것은 내가 빈곤층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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