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먹고 싶지 않은 음식 1

09. 엄마의 순두부찌개

by 정물

엄마와 먹은 음식이 이제는 잘 생각이 안 나서 주말에 성당에 앉아 엄마에게 기도했다. 엄마가 나에게 어떤 음식을 해줬는지 생각나게 해달라고. 엄마 입장에서는 내가 그렇게 많은 음식을 해줬는데 이 딸년은 기억도 못하고 기도하고 자빠졌네 싶었겠다. 기도해놓고 조금 민망하면서 미안했다. 그럼에도 글로 겨우겨우 자신을 기억해내려는 내가 불쌍하기라도 한 것인지 엄마는 조용히 나에게 몇 가지 음식을 알려줬다.


내가 어느 정도 돈을 벌고 엄마와 가장 해보고 싶었던 것은 엄마와의 데이트다. 엄마와 예쁜 카페에 가서 커피도 마시고 쇼핑도 하고 수다도 떨고. 지금 사람들이 마음만 먹으면 엄마와 할 수 있는 그런 것들을 나는 꿈꾸기만 하다가 기회를 영영 잃고 말았다.


딱 한 번 엄마와 단 둘이 데이트를 한 적이 있다. 시장에서 쇼핑을 하고 배가 고파서 엄마와 분식집에서 밥을 먹은 것이 전부. 특별한 것은 없었다. 엄마는 학창 시절 그 분식집을 자주 갔다고 말해줬다. 딱 봐도 연식이 오래돼 보이는 분식집에서 엄마는 떡볶이나 김밥 같은 분식이 아니라 순두부찌개를 시켰다.


그 순두부찌개는 깊은 맛과는 거리가 멀었다. 맵고 자극적이고 딱 불량식품 같은 찌개였다. 엄마와 나는 용암처럼 부글부글 끊는 찌개를 나눠 먹으며 자극적인 찌개 맛과 상반되는 심심한 대화를 이어갔다.


그 이후로 그때의 순두부찌개와 비슷한 맛을 찾지 못했다. 엄마는 친구들과의 옛 추억을 떠올리며, 나는 엄마와의 추억을 새로 쓰면서 먹었던 불량식품 같던 순두부찌개. 물론 그 분식집은 아직 그대로 있다. 하지만 혼자서는 도저히 그곳을 찾아가지 못하겠다. 그 순두부찌개를 맛보면 그때의 그 맛을 느끼지 못할까 봐 겁난다. 그때의 맛을 그대로 느낄까 봐 겁나기도 하다. 이 순두부찌개 맛은 그대로인데 엄마는 그대로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아야 하니까 겁난다. 그 순두부찌개는 다시는 먹고 싶지 않은, 그저 추억으로만 묻고 싶은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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