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배우고 싶었던 음식

12. 엄마의 배춧국

by 정물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는 '리틀 포레스트'다. '리틀 포레스트'의 앞단을 보면 주인공이 눈이 소복히 쌓인 배추밭에서 배추를 뽑아 배춧국을 끓여 먹는다. 추운 겨울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구수한 배춧국을 후루룩 먹으며 몸을 녹이는 주인공을 보면 엄마가 끓어 준 배춧국이 생각난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엄마가 나에게 가르쳐준 음식은 김밥이 전부다. 하지만 내가 엄마에게 제일 배우고 싶었던 음식은 바로 배춧국이다. 김밥은 엄마에게 배운 대로, 엄마와 먹었던 대로 맛이 나오는데 이상하게 배춧국은 엄마가 해줬던 맛이 안 난다. 배추에 된장만 넣고 끓이는, 어떻게 보면 김밥보다 더 간단한 음식인데도 엄마의 맛을 그대로 느끼기 힘들다.


엄마의 배춧국은 내가 가장 좋아했던 엄마의 음식 중 하나다. 딱 이런 추운 겨울에, 냄비 한 가득 끓여주던 엄마의 배춧국. 배추의 시원함과 된장의 구수함이 공존해 숭늉처럼 훌훌 마시게 되는 배춧국. 배춧국 하나에 밑반찬만 있으면 밥 한 공기를 뚝딱했던 시절이 있었다. 엄마는 그 고기 하나 안 들어간 배춧국이 뭐가 그렇게 맛있냐고 괜히 투덜대면서도, 배춧국에 밥까지 말아서 먹는 나를 흐뭇하게 바라봤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보면 엄마가 해준 채소볶음을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사용한다. 채소를 기름에 볶는 간단한 요리임에도 주인공은 엄마가 해줬던 맛을 그대로 재현하지 못한다. 채소를 삶아도 보고 양념을 바꿔도 보고, 엄마가 어떻게 만들었는지 회상해보면서 별의별 방법을 사용해본다. 그러다 샐러리 줄기 껍질을 벗기면서 아이디어가 떠올라 채소의 줄기 부분을 다듬은 후 기름에 볶았고, 드디어 엄마의 채소볶음을 완성한다. 그 채소볶음을 먹으며 주인공은 "정성이 가득한 음식이었네"라고 말한다.


엄마의 배춧국 맛을 그대로 재현하는 방법도 이처럼 내가 알지 못하는 아주 간단하지만 손이 많이 가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언뜻 봤을 때는 엄마도 채소볶음을 하던 주인공의 엄마처럼 후다닥 배춧국을 만들어줬던 것 같은데 무슨 비밀이 숨어 있는 걸까. 엄마가 배춧국을 끓이는 모습을 조금이라도 자주 봤더라면 하는 후회도 든다.


한편으로는 엄마의 배춧국 레시피를 정확히 모른다는 것이 행운일지도 모르겠다. 배춧국을 끓일 때마다, 엄마의 배춧국 맛을 재현하기 위해 자꾸 엄마를 떠올릴 테니까. 건강했던 엄마의 모습, 배춧국을 끓여 놓고 출근하는 엄마의 모습, 추운 겨울 아침 밥상에 자주 나오던 따뜻하고 구수한 된장 내음이 김과 함께 나는 배춧국의 모습, 배춧국을 맛있게 먹는 내 모습을 보며 흐뭇해하는 엄마의 얼굴. 이 모든 것을 영원히 기억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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