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엄마의 옥돔 미역국
두 번째, 엄마가 없는 설 명절이 찾아왔다. 엄마가 돌아가신 이후로 우리 집에서는 명절음식을 하지 않는다. 가족 중 누구라도 하면 되지 않느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엄마가 돌아가신 시점에, 마치 모두가 기다렸다는 듯이 명절음식을 차리지 말라는 의견을 모았다.
이번 명절에는 아버지가 어디서 옥돔을 선물 받았다며 옥돔 미역국을 끓이자고 했다. 제주도에서는 명절에 옥돔 미역국을 끓여 먹는다. 미역국에 옥돔이라니. 바다에서 나는 것이 두 개나 들어가는 거라 비리지 않을까 생각될 수 있지만 옥돔의 고소함과 미역의 감칠맛이 더해지면 그 어떤 미역국보다 맛있어진다.
나는 아버지가 손질해 주신 옥돔으로 미역국을 끓이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옥돔이랑 미역 넣고 끓이면 되지 뭐. 하고 생각했지만 한 손으로는 바쁘게 인터넷으로 옥돔 미역국 레시피를 찾았다. 엄마가 어떻게 옥돔 미역국을 끓였는지 몰랐기 때문이다.
어찌어찌 레시피를 알아내서 옥돔과 미역을 넣고 옥돔의 뼈가 우러나길 기다렸다. 맛이 없으면 어쩌지 초조한 마음으로 가스불 앞을 떠나지 못했다.
그러다 문득 엄마도 이런 마음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명절음식을 다 만들고 마지막에 국을 만들었던 엄마. 갓 끓인 국을 따뜻하게 대접하고 싶다는 의도였다. 그때의 엄마도 새벽까지 가스불 앞을 떠나지 못했다. 입맛이 다양한 친척들이 먹는 국인만큼 혹시 잘못될까 가스불 앞에서 떠나지 못하고 계속 간을 보던 엄마의 모습. 그 모습이 나에게서 보였다.
엄마는 친척들 때문에 가스불 앞을 떠나지 못했지만, 나는 우리 가족들만 먹는데도 불안한 마음에 가스불 앞을 떠나지 못했다. 엄마가 해줬던 음식을 내가 할 때는 엄마의 맛을 그대로 내고 싶은 욕심이 있다. 내가 만든 음식으로 가족들이 따뜻했던 엄마의 음식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하는 심정에서다. 엄마가 해준 맛이 안 나면 어떡하지, 엄마가 해준 것보다 부족해서 엄마의 빈자리를 더 느끼면 어떡하지 여러 복잡한 생각이 가스불 앞에 있는 내 발을 묶어버렸다.
그렇게 어찌어찌 우럭 미역국을 만들긴 했다. 하지만 엄마가 해줬던 것처럼 깊은 맛은 나지 않았다. 가족들이 맛있게 먹었으니 됐다며 넘기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나에게 남은 엄마에 대한 기억처럼 내가 끓인 미역국은 너무 희미하고 옅었다. 내 모습에서는 엄마의 모습을 봤지만, 미역국에서는 엄마의 맛을 느낄 수 없었다. 지금보다 미역국 맛이 더 희미해질까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