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과일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

14. 엄마의 딸기

by 정물

나는 과일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과일 맛을 싫어한다는 것이 아니라 굳이 찾아서 먹을 정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동생은 과일 철이 되면 그 과일을 꼭 사먹는다고 한다. 장을 보러 갈 때면 과일 코너에 먼저 찾아가서 먹고 싶은 과일을 꼭 장바구니에 넣는다고 하는데. 이상하게 나는 과일 코너에 가도 과일에 손이 잘 가지 않는다. 혼자 살면 더더욱 제철 과일을 챙겨 먹는 것이 중요하다고는 하는데 그럼에도 과일에 손이 잘 안간다.


그 이유를 억지로 굳이굳이 찾아보면 엄마 때문인 것 같다. 얼핏 들은 엄마가 나를 임신했을 때의 이야기. 당시 나를 뱃속에 품고 있던 엄마는 딸기가 너무너무 먹고 싶었다고 한다. 그런데 당시 비싸고 구하기 힘들었던 딸기를 혼자 먹어야 하니 눈치가 보였다고 한다. 그래서 결국 이불을 뒤집어 쓰고 어른들 몰래 딸기를 먹었다고 한다. 임산부가 먹고 싶다는데 그냥 먹으면 되지 왜 엄마는 눈치를 봤을까. 아직도 이해하기 어렵다.


과일이 엄마의 눈칫밥이었다는 것을 알고 난 뒤부터 그랬나. 엄마 뱃속에서는 그렇게 과일을 찾더니 막상 밖으로 나와서는 과일을 잘 안 찾았다. 엄마는 동생처럼 철마다 장에서 과일을 사오곤 했는데 나는 엄마가 사온 과일에도 손을 잘 대지 않았던 것 같다.


그렇게 철마다 과일을 챙겨 먹던 엄마의 제삿상에는 다행히 엄마가 눈치를 보면서 먹었던 딸기는 올라가지 않았다. 하지만 엄마가 잘 먹지 않았던 엉뚱한 과일이 올라가 있었다. 나는 '엄마는 참외를 좋아하는데'라고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동생은 '엄마는 참외를 좋아한다'라며 아빠에게 얼른 참외를 올리라고 말했다. 철마다 챙겨 먹는 과일이 엄마에게는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나는 잘 모르지만 동생은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언젠가 SNS에서 '철마다 과일을 챙겨 먹지 않으면 죽을 때 제삿상에서나 과일을 먹게 된다'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동생처럼 살아 있는 사람이 챙겨주지 않는 이상 죽어서도 자기가 먹고 싶은 과일을 먹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안다. 그렇기 때문에 내 제삿상에서나 과일을 먹게 된다고 해도, 과일이 엄마의 눈칫밥이 아니었더라도 굳이 내가 좋아하지 않는 과일을 억지로 챙겨 먹을 생각은 없다.

매거진의 이전글내 모습에서 엄마가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