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맛을 찾습니다

15. 엄마의 감자샐러드

by 정물

문득 엄마가 만들어준 감자샐러드가 생각났다. 삶은 계란이 너무 많이 남아 그걸 처리하는 방법을 떠올리다가 그랬다.


엄마의 감자샐러드를 찬찬히 떠올려봤다. 감자와 삶은 계란, 오이. 이게 다였나? 맛살도 들어 갔었나? 햄은 안 들어갔던 것 같은데. 이럴수가. 벌써 엄마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지고 있다. 겁이 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주말에 당장 재료들을 사서 엄마가 만들어줬던 감자샐러드를 해봤다. 엄마가 어떻게 만들었는지 머릿속으로 그려봤다. 이름이 감자샐러드인데 감자는 들어갔겠지. 감자를 삶으며 시간 여행을 떠났다.


엄마의 감자샐러드는 감자샐러드 단독으로 먹는 것이 아니라 식빵 사이에 넣어 먹는 것이었다. 시중에 흔하게 파는 식빵 사이에 감자샐러드를 샌드해서 먹는 방식. 겉으로 보기에는 별거 아닌데 그게 왜 그렇게 맛있었는지. 엄마가 있었을 때 자취하면서도 종종 해 먹었다.


감자가 다 익은 것을 확인하고 감자를 으깬 후 냉장고에 넣어 한 김 식혔다. 오이는 씨를 빼고 적당한 크기로 잘랐다. 삶은 계란도 으깼다. 감자와 계란과 오이. 이것만 있으면 됐었나? 엄마 음식은 항상 뭐가 많이 안 들어가는데 맛있었으니까. 그리고 엄마는 이것저것 많이 들어가는 거 별로 안 좋아했으니까. 이것만 들어가도 괜찮겠지 하면서 재료들을 한데 섞었다.


마요네즈를 적당히 넣고 소금 후추 간을 해서 섞으면서도 이게 맞나 의구심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감자샐러드는 완성되었다. '나야 감자샐러드'라고 하면서 나의 평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왠지 나는 먹는 것이 두려웠다. 엄마의 맛이 안 날까 봐.


맛은 있었다. 하지만 엄마가 만들어줬던 그 맛이 안 났다. 식빵에 넣어 먹어도 그 때 그 맛이 안 났다. 더 이상한 건 예전에 엄마가 있을 때 혼자 만들었던 감자샐러드에서는 엄마가 해줬던 맛이 났는데 지금은 안 난다는 것. 이렇게 점점 엄마의 맛을 잊어가는 건가. 슬펐다.


한 장면이 생각났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 채소 볶음을 하는데 엄마가 해줬던 맛과 식감이 안나서 계속 도전하고 고민하던 딸의 모습.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다가 채소의 질긴 껍질을 하나하나 손으로 벗기는 것이 정답임을 알고 엄마의 사랑을 느꼈다는 이야기.


나도 이 소녀에 빙의된 듯 하나하나 시도해봤다. 다다기오이 말고 가시오이를 쓰기도 하고, 햄을 넣어 보기도 하고, 계란을 완숙으로 하기도 하고, 감자를 삶을 때 간을 미리 하기도 하고.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지만 아직 엄마의 맛을 찾지 못했다.


엄마의 맛을 찾는다. 그 흔한 식빵에 넣어 먹던 그 흔한 감자샐러드의 맛. 어떻게 하면 맛볼 수 있을까. 영영 못찾게 될까 봐 너무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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