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록 <요리를 한다는 것>
조림인간, 조림핑, 연쇄조림마. 연예인이 아닌데도 여러 별명을 가지고 있고, 매체에 노출될 때마다 화제가 되는 그. 그가 이렇게 사랑받는 비결은 뭘까.
사실 <흑백요리사 1>이 방영되었던 당시에 <최강록의 요리 노트>라는 책을 먼저 읽었다. <흑백요리사 1>에 나와서 심사위원들이 감탄할 만한 요리를 뚝딱 만드는 모습을 보고 어떻게 요리하길래 다들 맛있다고 그럴까 궁금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최강록 셰프가 평소에 재료를 어떻게 손질하는지, 맛은 어떻게 내는지를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런 것보다 다른 것을 알고 싶었다. 그는 자신의 생각을 어떻게 다루고, 어떻게 요리하는지.
그로부터 1년 뒤, 최강록 셰프는 <흑백요리사 2>에서 "나야, 재도전"이라는, 과거 자신의 유행어를 뛰어넘는 유행어를 들고 등장했다. 그리고 과거의 자신을 뛰어넘어 우승자가 됐다. 이번 <흑백요리사 2>에서도 그는 말과 요리를 통해 자신만의 독특한 색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여느 TV 스타처럼 외모가 출중한 것도 아니고 끼가 다분한 것도 아닌데 프로그램에 나오기만 하면 화제가 된다. 말을 조리있게 잘 하는 것도 아닌데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유행어가 된다. 이런 현상들을 보면서 도대체 저 사람은 평소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길래 저런 요리를 만들 수 있고, 저런 어록을 남길 수 있으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열광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궁금증은 <요리를 한다는 것>이라는 책을 통해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 이전 책에서도 느꼈지만, 이번 책에서는 유독 글이 참 '최강록스럽다'라는 게 느껴졌다. 무 자르듯 군더더기 없이 시원시원하게 잘린 짧은 문장과, 중간 중간에 조미료처럼 들어간 그만의 유머, 그 속에 깊이 스며든 그의 철학과 생각. 마치 최강록 셰프만의 깔끔한 조림 요리를 먹는 느낌이었다.
이 책에서 최강록 셰프는 음식과 요리에 대한 자신의 애정을 담담하게, 하지만 열정적으로 드러낸다. 호들갑 떠는 표현이 하나도 없는데도 그가 음식에 얼마나 진심이고, 요리 과정 하나하나부터 조리 도구에까지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 아주 잘 느껴진다.
그와 동시에 자영업자로서 식당을 운영하는 것에 대한 현실적인 부분, 그리고 요리사의 현재와 미래를 조곤조곤 이야기하고 있다. 그 담담하고 무색무취의 표정과 말투에 숨겨진 은밀한 속내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마치 최강록 셰프가 퇴근 후 집에서 소주를 마시면서 쓴 영업일지를 훔쳐 보는 듯하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최강록 셰프의 모습이 눈 앞에 생생하게 그려진다. 좋아하는 가게에 조용히 찾아가 반주를 곁들이며 만족하는 모습, 고심 끝에 자신의 손에 딱 맞는 칼을 찾았지만 가격을 보고 조용히 제자리에 내려 놓는 모습, 출근하기 전이나 잠자기 전에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는 모습, 조금 잘 팔린 날에는 다음 날에는 손님들에게 비싼 재료를 내볼까 생각하며 조용히 입꼬리를 올리는 모습이 보인다. 이런 모습들이 활자를 읽기만 해도 잘 그려지는 이유는 이것이 최강록만의 것이 아니라, 나도 살면서 언젠가 느껴봤던 것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왜 이 사람에게 열광하고, 이 사람의 한 마디 한 마디에 관심을 가지는지 알게 되었다. 사람들이 최강록 셰프를 좋아하는 이유는 대단하고 특별한 셰프이기 때문이 아닌,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혹은 나와 비슷한 사람이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출근을 준비하고 일을 마무리하는, 가끔 좋아하는 식당에 가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노동요를 들으며 재료 손질을 하는, 이런 최강록의 평범한 일상이 곧 우리의 일상이기에 그에게 많은 감정을 이입하는 것이 아닐까.
여기에 남다른 요리 실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과시하지 않는 것도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비결이라 생각한다. 이 책에서 최강록 셰프는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자기 자신을 위해서 쓰지 않는다. 가게를 찾아주는 손님들, 심사위원, 가족 등 자신의 요리를 먹는 사람들을 위해서 쓴다. 그는 출근부터 재료 손질, 점심시간, 퇴근까지 일상의 모든 루틴에서 손님에게 최상의 요리를 선사하기 위한 최상의 컨디션을 만드는 데 집중한다. 또한 모든 요리에 먹는 사람이 좀더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여러 부분에 배려를 담는다. 요리를 좋아하고 잘 하는 '요리 오타쿠'이지만 자신의 취향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이기적인 오타쿠가 아닌, 자신이 좋아하는 것으로 먹는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데 집중하는 '이타적인 오타쿠'. 이런 최강록의 겸손하고 따뜻한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매료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최강록 셰프에게 '요리'는 본인의 인생을 풍성하게 만들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인생에도 웃음과 행복을 선사하는 중요한 '곁들임' 역할을 했다. 앞으로 남은 최강록 셰프의 인생에서 '요리'는 어떤 존재가 될까. 이 책을 덮으며 최강록 셰프의 다음 도전이 궁금해졌다. 다음엔 또 어떤 어록으로 대중들을 사로잡을지, 어떤 요리와 이야기로 감동을 선사할지 기대된다. 이 책에서 보여준 요리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숫기 없는 모습 속에 꽁꽁 숨기고 우리가 전혀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깜짝 등장할 이타적인 오타쿠의 다음 행보를 응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