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땀, 눈물의 대가는 감자칩 하나

07. 엄마의 감자칩

by 정물

엄마와 나눈 음식에 대한 추억이 떠오르지 않아 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 1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엄마와의 추억이 하나 둘 사라진다는 것이 무섭다. 두손 꽉 엄마와의 추억을 잡으려고 하지만 그 두 손에서 기억이 연기처럼 사라진다. 깊지도 않은 기억 속을 유영하며 엄마와의 추억을 힘들게 찾아 본다. 그런 나 자신이 너무 싫다.


오늘은 엄마가 해준 음식은 아니지만 엄마와 관련된 음식(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엄마는 지금의 나처럼 매일 월급날을 기다리는 워킹맘이었다. 처녀 때 일하던 곳에서 20년이 넘게 일하며 아이 둘을 키웠다.


아이 둘을 키우는 워킹맘에게 월급날은 정말 팍팍한 일상 속 산소 같은 존재다. 그 월급날에 엄마는 항상 감자칩을 샀다. 그것도 제일 큰 크기의 감자칩. 그것은 우리들을 먹이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엄마는 그 큰 감자칩을 혼자, 두고두고 아껴 먹었다.


보통 월급날이 되면 비싼 물건이나 비싼 음식으로 한 달동안 고생한 나를 위로해주는 대부분이다. 하지만 엄마는 자신이 흘린 땀에 대한 보상을 감자칩 하나로 퉁쳤다. 왜 감자칩이었는지는 나도 모른다. 하지만 두 아이를 먹여 살리느라 하고 싶지 않아도 해야 했던, 뱉고 싶어도 삼켜야 했던, 참을 수 없어도 참아야 했던 엄마의 노력이 감자칩 하나로는 부족하다는 것은 누구보다 잘 안다. 하지만 엄마는 월급날 항상 자신의 노력에 대한 위로를 감자칩 하나로 때웠다.


그리고 나머지는 우리가 입고 먹고 하는 것에 쏟아 부었다. 자신은 보잘 것 없는, 언제든 사 먹을 수 있는 감자칩 하나로 때우면서 자식들에게는 제일 좋은 것을 주고자 했다. 엄마는 자신의 땀이 감자칩만하다고 치고 자신의 모든 것을 자식들에게 내어줬다. 그렇게 자신의 모든 것을 가족들에게 바치느라 엄마는 자신의 기력을 너무 일찍 소진해버렸다.


장례식날 어렴풋이 들렸던 아빠의 목소리를 잊지 못한다. 엄마의 직장 동료분들이 장례식장을 찾아 왔을 때 아빠가 흐느끼던 목소리를. 아빠는 엄마가 점점 몸이 안 좋아지는 이유가 직장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엄마에게도 계속 일을 그만 두라고 했고 엄마의 직장에 대해서도 좋지 않게 이야기했다. 무슨 사연이 그동안 있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엄마의 핸드폰에는 직장 동료와 다툰 흔적이 남아 있었다. 엄마의 직장 동료분들은 장례식날 엄마의 얼굴을 보지 않았다. 엄마의 평생이 감자칩처럼 힘없이 부서지는 순간이었다. 아니. 감자칩만도 못하게 된 순간이었다.


가끔 월급날만 되면 이것도 사야지, 해야지, 먹어야지 하며 나 자신을 최대로 위로하려고 생각할 때마다 죄를 짓는 기분이다. 엄마는 갑자칩 하나로 자기 자신을 위로했는데 그 감자칩보다 더 큰 것을 바라는 나 자신이 창피해진다. 감자칩만도 못한 나의 노력을 과대 평가하는 내가 부끄러워진다. 장례식장에서 의연함을 보이던 아빠가 처음 흐느꼈던 순간도 떠오른다. 아니야. 엄마의 땀은 감자칩만했던 것이 아니야. 이렇게 큰 두 아이가 엄마의 땀이 헛되지 않았음을 말해주고 있잖아. 그곳에서는 땀 흘리지 말고, 아프지 말고, 엄마 자신에게 충분히 보상하고 있길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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