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그리고 처음에 대하여
그는 1932년 2월에 내 삶으로 들어와 다시는 떠나지 않았다. - 21p
마지막 문장의 충격이 가시기 전, 다시 첫 장을 펼쳤다. 2시간이 채 되기 전 읽었던 그 문장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1년간의 짧은 우정을 나눈 그들은, 그렇게 평생을 함께할 수밖에 없는 존재가 되었다.
홀로코스트를 직접 경험하지도, 잘 알지도 못한다. 프리모 레비의 저서를 비롯해 그 당시의 이야기를 다룬 책을 본 적은 있지만, 인류사에 큰 오점으로 남을 커다란 비극이라는,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알게 해 준 정도였다.
그런 내가 왜 눈물을 흘리고 있을까? 어떤 감정이 이들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그 시대를 살아갔을 수많은 사람들, 그 고난에 고통받고, 저항했던 사람들이 겪었던 일들의 아픔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것은 아마도 그 시대에 사라져 간 수많은 사람들, 힘들게 살아남았지만 그 기억에 고통받았던 더 많은 사람들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그 속에서 사라져 간 수많은 사랑과 우정 때문이었을 것이다.
1~2시간 만에 읽을 수 있는 짧은 이야기에서, 더 정확하게는 마지막 한 문장을 통해서, 이 모든 이야기를 전한 작가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여러 형태의 감동이 있겠지만, 이렇게 짧고 강한 울림은 한동안 만나기 힘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