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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잇아웃 정PD Apr 09. 2016

<댄싱 위드 파파>

어둠은 빛을 이겨본 적이 없다

너무나 밝게 빛나는 누군가를 본 적이 있는지?

우연히 회사 모임에서 알게 된 슬기는 그 자체로 '빛나는' 사람이었다. 

회사생활에 슬럼프가 오고, 극복하는 과정에서 멋진 사람들이 모인 공간을 만나 즐거운 시간들을 보냈었지만, 그 안에서도 슬기는 '특별'했다. 

스스로 빛나고 있고, 그 열정과 에너지로 주변도 밝게 비추는 사람. 

자기 안의 빛이 자꾸 빠져나와 새로운 무엇인가를 계속 만들어나가는 사람.

슬기는 그런 친구다. 


회사생활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던 슬기가, 결국 결심을 굳히고 회사를 그만두었다. 

그만두기 얼마 전 만난 슬기에게선 기대감과 아주 약간의 걱정이 함께 보였던 것 같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바쁘단 핑계로, 연락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했었는데,

얼마 전 그동안 자신이 어떤 생각을 했고, 무엇을 했는지 알려줬다.  

<댄싱 위드 파파>라는 제목의 책으로. 



<댄싱 위드 파파 - 이규선 / 이슬기>


회사에 입사하기 전, 그리고 퇴사하고 나서 슬기는 아버지와 함께 배낭여행을 갔다. 다 큰 자식이, 아버지와 함께 배낭여행이라니. 어디선가 이야기로라도 들어봤을까? 그 밝게 빛나며 따뜻한 (조금은 독특한) 과정과 추억들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부녀는 참 잘 어울린다. 아버님과 슬기가 싸운 일화들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지만, 다 서로에 대한 사랑과 이해가 있기에 가능한 다툼들로 보인다. 서로 챙겨주고, 보살피고, 각자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가끔 다투기도 하며 그들은 서로의 마음속에 둘이 함께 만든 추억들을 새겨나간다. 


책의 많은 부분은 딸인 슬기가 적고, 각 여행지의 마지막에 아버님이 쓰신 글들이 들어 있다. 덕분에 슬기의 글을 다 보고 나서, 아버님의 글을 통해 같이 장면과 추억에 대한 두 가지 다른 생각과 느낌들을 보는 재미가 있다. 슬기의 글이 밝게 빛나는 한낮의 태양 같은 느낌을 준다면, 아버님의 글은 보름달 같은 느낌? 너무 강하지는 않지만 그 역시 밝게 빛나며 딸을, 주변을 감싸안는 듯 하다. 슬기가 어떤 환경에서 나고 자랐기에 저런 친구가 되었을지, 굳이 보지 않아도 알 것 같다. 다 큰 딸이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나와도 내 자식이 아닌, 그 존재 자체를 이해하며 사랑해주시는 부모님. 삶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이며, 살아가며 사랑해야 하는 대상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신다. 



<사하라 사막에서의 두 저자 분들(아버님과 슬기)-저자 블로그에서>




나 역시 가정을 꾸리고, 회사를 다니고 있기 때문일까. 아버님의 글에 많은 공감이 되었다.  


나도 분명 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꿈이 무엇이었는지
솔직히 생각도 나지 않습니다.

어쩌다 빛바랜 사진 속, 어설픈 모습으로 서 있는 
나를 바라볼 때 느끼는 아련한 가슴 아픔만이 
꿈이 있었다는 흔적을 대신할 뿐입니다. 

그러다 어느 날 그 일상의 흐름에서 제외되었을 때 
그동안 짊어진 짐에서 풀려 난 홀가분함도 있으련만
오히려 길들여진 일상에서 혼자 버려졌다는
불안과 공포 그리고 공허함이 밀려왔습니다...
이때 나의 사랑스런 딸 슬기가 배낭여행이라는 요술로
나를 이 굴레에서 벗어나게 해 주었습니다...

몸과 정신이 살아있는 한 꿈을 쫓아갈 것입니다. 
다시 징징거리며 후회하지 않도록
"슬기야, 고마워!"



즐거운 여행 속, 슬기의 고민,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도 보인다. 직접 적은 것처럼, 여행을 갔다 오고, 책을 썼다고 갑자기 세상이 바뀌고, 하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하며 살게 된 것은 아니겠지만, 분명 올바른 방향으로, 본인이 더 본인다운 모습으로 살아가기 위해 나아가고 있을 것이다. 


루브르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너는 무엇이 가장 두려운지 묻는다.

회사는 좋은 곳이었고, 원했던 곳이었고, 그곳을 나오면 앞으로 다시 들어가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매월 받는 급여의 달콤함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지옥'이라고 불리는 밖에서 힘든 것보다는, '전쟁터'에서 힘든 것이 더 낫다는 것도 물론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하고 싶은 것을 못하게 되는 것이 더 무서웠다. 나는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평생이 바람처럼 지나갈까 무서웠다. 나는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알면서도 용기가 나지 않을까 무서웠다. 

Seize the day. 나는 오늘 하루를 살지 못할까 봐 두려웠다. 

루브르의 물음에 답하였다. 이제야 조금 나다워졌다고.




이 멋진 친구는 회사를 그만두고 1)부모님과 함께 2)여행을 가고 3)책을 썼다. 하나하나도 큰 일일텐데 한꺼번에 모두 해치워버리다니. 앞으로도 본인이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며, 쉽지 않겠지만, 재미있게 살 것이다. 그 삶을 앞으로도 영원히 지속해 나가기를, 그래서 그 '빛나는 밝음'으로 주변 사람들을, 앞으로 만날 더 많은 사람들을 환히 비춰주었으면 한다. 그 빛은 분명 더 많은 사람들을 빛나게 해줄 것이므로. 


어둠이 빛을 이겨본 적이 없다 - 요한복음서 1장 5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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