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린 건 없지만 공감은 될 거예요
최근 연구원 구내식당에서는 코로나 19 확산 방지를 위해 일렬로 앉아 식사를 한다. 그러다 보니 점심시간엔 배만 부른 벙어리 신세가 된다. 오늘은 식단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은 까닭에 오랜만에 동료 선생님들과 외식을 했다. 외식이라고 해봤자 연구 단지 내에 위치한 유일한 국밥집을 간 것이 다이지만. 그럼에도 오랜만의 외식이라 그런가 다들 신나 이야깃거리를 하나씩 풀어놓았다. 오랜만의 대화였기에 오늘은 이야기 꼭지들을 공유하려 한다. 오늘 저녁, 당신의 시시콜콜한 밥상머리 대화에 참고가 되시기를.
- 아직도 코로나 난리네. 쌤들 비자 어떡하냐.
- 그러니까 말이에요. 그래서 저 요즘은 기도를 그렇게 한다니까요.
- 뭐야 쌤 종교 없잖아요?
- 네 없죠. 근데 그냥 종교를 하나 가져야 할까 봐요. 신을 믿는 사람들이 오히려 인생을 되게 안정적으로 살아간다더라고요. 아 맞아. 참나, 그래서 제가 무슨 일까지 했는 줄 아세요? 엄마더러 잘 아는 보살님한테 저 올해 비행기 타는지 물어봐달라고 했다니까요.
- 아 저는 전에 유학 갈까 고민할 때 엄마 잘 아는 분이 사주 봐주셨거든요. 근데 해외 나가 살 팔자가 아니래요. 안 나가는 게 더 좋다던가 뭐 그랬어요.
- 어 나돈데.
- 그리고 재밌는 게 저는 사주 보러 가면 항상 제대로 말을 안 해줘요. 내 옆에 친구는 자세하게 풀이를 해주는데, 저한테는 다 똑같이들 얘기하는 게 '넌 어차피 네 멋대로 하고 살 놈이어서 그냥 생긴 대로 살면 된다'는 식..? 허허 근데 나 자신이 그걸 너무나 인정한다는 게 함정..
- 어 나돈데.
(??!! 끼리끼리는 사이언스?)
CNN "김정은 수술 후 중태"... 미국 정부 정보 분석 중
- 근데 김정은 위독하다는 기사 봤어요?
- 그거 봤어요. 김정은 죽으면 어떻게 되는 거지. 또 중국과 미국 대결인 건가. 바로 중공군이 밀고 내려오겠죠?
- 근데 우리나라 헌법에선 어찌 됐든 북한이 우리 영토잖아요. 한반도니까. 그럼 통일될 수도 있나?
- 에이 그게 그렇게 쉬울까요? 일단 북한에선 김여정이 후계가 되는 거 아니에요? 김정은 수술 들어가기 전에 김여정 직위를 높였다던가 그러던데, 무슨 일이 났을 때를 대비하는 거죠. 가능성 진짜 있는 듯?
- 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카오스 상태가 되지 않을까? 북한 고위층에서도 현 지도부에 불만 갖고 있던 사람 있을 거고 다들 권력 잡겠다고 엄청 날뛸 거 같은데.
금감원 "금융위기 때와 다르다"... '묻지 마 투자' 개미들에 경고장
- 그래서 그런가 오늘 주식 엄청 떨어졌더라고요. 주식이나 사야 하나.
- 그런데 저 전에 그 기사 봤어요. 금감원에서 개미들 지금 주식 사지 말라고 하는 내용이요. 주식시장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시장 회복되려면 멀었다고요. 근데 재밌는 게 댓글이 죄다 욕이에요. 늬들이 언제부터 개미들 걱정했냐, 애초에 주식시장 제도가 국민에게 불리한 거 아닌지부터 살펴봐라. 그리고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사냐고, 오히려 지금이 바닥이 확실한가 보다고 사야겠다고 하더라고요.
- 이럴 때 농약 주식을 좀 사놔야 돼요 쌤. 메뚜기 얘기 못 들었어요? 중국에 지금 메뚜기떼가 장난 아니라잖아요. 그 뭐야 ㅇㅇ팜 같은 주식 사야 된다니까?
- 오 그래요? 나 할래 나! 낼모레 월급 들어오면 간다~ 진짜 간다
- ㅋㅋㅋ이거 믿는 거 봐ㅋㅋㅋ
- 아 뭐야 바보라고 무시하지 마세요!!
- ㅋㅋㅋㅋㅋ
- 근데 그 메뚜기떼 얘기는 진짜던데. 그 왜 성경에서 말하는 재앙이 몇 가지가 있다면서요. 코로나에 메뚜기떼에 완전 이거 재앙 수준이잖아. 말세~ 말세 하더니 진짜 이거 인류 대종말 아니야? 쌤 성경공부 했잖아 말 좀 해봐.
- 맞아요. 메뚜기가 여덟 번째 재앙이고 전염병이 다섯 번째 재앙인가 그래요. 마지막 열 번째 재앙이 장자, 첫째 아들들이 죽는 거거든요? 아 나 첫짼데..
- 어머어머 어떻게 해?
- 아 이번 주에 목사님한테 가서 물어봐야겠다. 첫째이자 막내아들인데 해당사항 있는 거냐고..
- ㅋㅋㅋㅋㅋ
'그것이 알고 싶다', 2003년 평택 '전옥분 사망사건' 미스터리 추적
- 야 근데 인생이 별 게 없어. 운명이라는 게 어쩌면 정해져 있는 걸 지도 모른다니까. 자 들어봐. 얼마 전에 그알에서 봤는데, 한 아주머니 얘기가 참 안타까워. 이분이 평택에 살았는데 서울 친정 조카 집들이에 가야 하는 날이었어. 평소엔 차를 가지고 다니는데 이날은 '하필이면' 시어머니가 급히 입원을 하게 되어서 남편이 차를 쓰게 된 거야. 그래서 차를 쓰지 못하고 친정 오빠 부부와 함께 서울에 갔지. 그런데 급하게 나오느냐고 또 '하필이면' 휴대전화를 집에 나오게 돼.
- 아이고.. 불안하다 불안해
- 그렇게 집들이에 갔다가 평택에 돌아오는데, 그 올케가 조수석에 타기만 하면 멀미를 한대. 그래서 집까지 태워다 주진 못하고 평택역에서 헤어지게 돼. 그런데 또 이 아주머니 딸이 전날 생일이었던 거야. '엄마 나 어제 생일이었는데 아무것도 안 해줘?'라는 딸의 말 때문일까. 피자를 사서 가느냐고 버스를 몇 개 놓치게 돼. 그 버스를 놓치는 동안 마을 입구에서 기다리던 남편은 길이 엇갈렸나 싶어 집으로 다시 돌아가. 버스를 두어 개 보냈는데도 안 오니 이상했던 거지. 만약 버스를 한 번만 더 기다렸다면.. 이 이야기가 달라졌을까. 어쨌든 그렇게 아주머니는 집 근처 정류장에 도착했지만 집엔 못 돌아갔어. 그냥.. 그렇게 죽었다는 거야.
- 야.. 진짜 어떡하면 좋냐... 남은 가족들은 어떡해요. 완전 '하필이면'의 연속이네. 그리고 가족들 각자 죄책감이 엄청날 것 같은데.. 내 입원, 내 멀미, 내 생일, 내 시간 때문에..
- 그래! 그 '하필이면'이라는 거. 그게 문제였어. 그게 쌓여서 그렇게 간 거야. 아, 시어머니는 그 일로 화병이 나서 돌아가셨대.
- 완전 가족이 붕괴된 거네요.. 어쩜 좋아 너무 안타깝다.
- 근데 이게 과연 가족들 각자의 잘못이었을까? 그알 같이 본 우리 엄마가 그러더라. 애초에 휴대폰만 들고 나갔다면.. 괜찮았을 수도 있겠다.
- 아.. 맞네. 어디서 날뛰고 있을지 모를 미친놈을 피해 갈 수 없으니 나에게 안전장치가 있어야 하죠. 정말 여자로 살기 힘드네요. 슬프고 화나는 일이다.
- 되려면 어떻게든 된다는 말이 생각나기도 하고, 이 편 본 날 이 피해자가 하루 종일 생각나더라.
- 무섭고도 우습네요, 사람 운명이라는 게. 무엇보다 사고도, 자연재해도 아닌 타인에 의한 죽음이라는 게 그래요. 천지신명도 알 수 없이 결국 나와 같은 또 다른 한 인간에 의해서 내 운명이 결정된 거잖아요.. 인간이 신이 될 수 있나. 어쩌면 인간이 유일한 신인 건가...
* 각 문단 별 파란색 글씨들을 누르면 관련 기사를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럼 가볍고도 진중한 저녁 시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