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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평 Oct 15. 2020

최종합격 소식을 기다리며 자문자답

취업준비 더 이상은 naver..★

1. 오늘이 최종 전형 합격자 발표일이라고 들었다. 지금 기분은 어떤지?

일단 떨린다. 아마 합격하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여러 전형을 거쳐 여기까지 왔기에 이 과정을 또 거듭하고 싶지 않다. 시험공부는 정말이지 지루하다. 필기시험은 통계, 영어, 논술의 세 과목을 보는데, 이것 때문에 몇 년 전에나 봤던 사회조사분석사 자격증 책을 다 들여다봤다. 솔직히 말해 들여다본 수준이 아니고 나름 열심히 공부했다. 면접도 스크립트까지 짜면서 꼼꼼히 준비했다.


2. 시험과 면접은 볼만 했나?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볼만 했다. 같은 전형을 이미 치러본 동료들께서 시험이 어떤 유형으로 나왔었다든지 면접에선 이런 질문을 받았었다든지 하는 정보들을 주셨다. 덕분에 바쁜 와중에도 든든하게 준비할 수 있었다. 감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과 공부를 병행하는 것은 그 자체로 어려웠다. 완전히 새로운 일상 루틴을 짜야했기 때문이다. 퇴근 후엔 공부를 하러 카페에 갔고, 몇 주간 주말에 귀경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최선을 다했기에 싱숭생숭하긴 해도 어느 정도 마음을 추스른 상황이다.


2. 마음을 추스르다니 이미 결과를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는 것인가?

그렇다. 솔직히 합격할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아니면 누가 붙겠는가!


3. 만약 합격하지 못하면 어쩌려고 그렇게 당당한가?

옛말에 말이 씨가 된다고 했다. 말이라도 이렇게 하고 자신감이라도 채워놔야 혹시 모를 상황에서 멘탈을 심폐 소생할 수 있지 않겠나.


4. 사실 떨어져도 상관없지 않나?

그렇다. 살면서 다들 플랜 B 하나쯤은 마음에 품고 살지 않나. 이번에 떨어지면 항상 이야기하고 다니는 일을 드디어 실천에 옮길 셈이다. 우리 아버지 고향인 경주에 내려가 고향집 근처 gs25시에 지원서를 넣는 것이다. 황리단길도 괜찮고 불국사 근처도 나쁘지 않다. 정신을 정화하고 심신을 단정하게 하는 시간을 가지며 살 셈이다. 는 물론 농담이다. 아마 어떻게든 우리 연구원에 더 있을 궁리를 해보거나 다른 연구원의 자리를 알아보지 않을까. 그리고 이 한 몸 건사할 자리는 어디든 있으리라 생각한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가 가장 최근 내 삶의 태도이다. 스스로에 대한 긍정과 자신감을 갖고 사는 것이 합격과 불합격보다 중요한 일이라고 본다.


5. 만약 불합격했을 때 원내 다른 자리나 다른 기관 동일 직급에 지원한다는 걸 보니, 이 일과 잘 맞거나 이 일을 좋아하는 것처럼 보인다. 맞나?

지금까지는 그렇다. 개인적으로는 학교에 있는 것보다 정책을 연구하는 기관에 있는 것이 더 잘 맞는 것 같다. 현실 개선에 더 가까이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게다가 출연연 연구원은 현재 내가 가진 역량으로 임할 수 있는 최적의 노동 스폿이다.


6. 조만간 발표가 날 것 같다.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란다. 끝으로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오늘 합격한다고 해도 아마 이곳이 평생직장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박사 하겠다고 퇴직하고선 해외에 가버릴지도 모르겠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도 다시 리서치 회사로 돌아갈지도 모른다. 혹은 무슨 바람이 불어 완전히 새로운 일에 도전할지도 모르지. 물론 국내에서 공부하고 또 계속 시험과 승진에 도전하며 이 기관에 눌러앉을 수도 있겠고. 다만 모든 것은 불확실하기에 하나의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여느 때와 같이 앞으로 정진할 것을 다짐한다. 자신만의 성취점을 고민하고 그것에 충실하다 보면 좋은 결과는 언제든 뒤따를 것이니.




여기까지 결과를 기다리며 쓴 글이다. 그리고…




7. 기어코 합격했다고 들었다. 기분이 어떤가?

당연히 좋다. 일단 당장 몇 달 뒤 해야 했던 '먹고 살 걱정'을 더 이상 안 해도 된다는 점이 좋다. 사실 그보다도 근 세 달간 들인 노력에 대해 제대로 보상받는 것 같아 기쁘다.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일을 책과 자료들로 꾸역꾸역 견뎌낸 보람이 있다. 스스로가 대견하고 기특하다.


8. 뿌듯함에 가득 찬 모습이 보기 좋다. 이 기분이 얼마나 갈 거라고 예상하나?

아주 좋은 질문이다. 아마 한 달 가면 오래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일단 별 다른 휴가 없이 그냥 어제, 지난주와 똑같이 출근해서 일하면 된다. 특별할 것 없는 나날의 연속이다. 당장 내일 출근해 해야 할 일들은 머릿속에서 대기표를 뽑고 기다리고 있다. 그렇지만 이 기분을 최대한 오래 즐길 수 있도록 당분간은 공부와 멀어질 생각이다.


9. 공부와 멀어진다니! 그럼 무엇을 가까이하고 지낼 생각인가?

반응을 보니 내가 학생도 아닌데 못 할 말을 했나 싶다. 일부러라도 올해까진 쉴 것이다. 매사에 조급해하는 성격을 이때가 아니면 고치기 어려울 것 같다.

읽지 않고 사두기만 책들이 책장에 한가득이다. 저것들을 처리할 필요가 있다. 책값이 아깝지 않게 하나하나 찬찬히 읽어갈 생각이다. 소홀했던 브런치 활동도 재개해야겠다. 특히 파리 여행기를 부지런히 쓰기로 마음먹었다. 벌써 다녀온 지 1년이 넘어 기억이 희미해지고 있으니 큰일이다.

또 다른 최근 관심은 요리와 운동에 있다. 혼자 사는 인간을 건강하게 살게 하는 가장 주요한 활동이자 제일 관심을 끊고 살던 것들이다. 집에 제대로 된 웍 하나가 없다는 것은 아무래도 문제다. 살 게 많다. 그리고 오래 머물 집도 알아봐야 하겠고. 아무튼 2021년의 해가 밝을 때까지는 단순한 신변 관련 사항들에 신경 쓸 셈이다.


10. 그럼 올해가 지나면 또 다른 것에 신경을 쓸 계획이라는 것인지?

물론이다. 앞으로 어떤 공부를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더불어 그에 따른 계획을 실현시킬 수 있는 공부를 할 것이다. 토플부터 시작해서 통계, 전공... 아! 지금은 생각하지 않으련다. 벌써부터 위의 다짐을 흐트러뜨릴 수는 없다.


11. 잘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오늘 하루를 다섯 글자로 표현해 본다면?

"기억날 거야." 오늘은 정말 멋진 하루였기 때문이다. 전전긍긍하다가도 짜릿한 성과를 얻었을 뿐만 아니라, 몹시 좋아하는 작가의 강연을 듣고 질문하고 또 생각해볼 만한 답도 얻은 하루였다.

작가님은 종종 "내가 왜 여기에 왔지? 왜 하필 ㅇㅇㅇ이라는 몸뚱이를 가지고, 하필이면 21세기에 왔을까?"라는 생각을 한단다. 이에 대해 '우리는 완전한 존재, 꺼지지 않는 불꽃이었을 것이며 이 삶을 선택해서 왔고, 삶이 끝나면 또다시 영원한 존재로 돌아갈 것 같다'라고 했다. '자기 스스로 겪어야 알게 되는 것이 있기 때문에 불완전한 삶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즉 죽음에 대한 전망은 삶의 태도와 무관하지 않고, 아름다운 삶을 살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나는 빠짐없이 괜찮은 날을 살아갈 작정이다. 이것이 오늘과 가장 잘 어울리는 다짐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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