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19
서울체크인이라는 예능에서 이효리와 엄정화가 나눈 대화
효리 : 아유 좋다 언니 있으니까. 언니는 언니 없이 어떻게 버텼어요? 언니는 위에 이런 선배가 없잖아요.
정화 : 없지.
효리 : 그럼 이런 기분이 들 때 어떻게 버텼어요?
정화 : 몰라. 술 마셨어.
효리 : 갑자기 눈물 나려 그래.
(이효리의 눈물이 갑자기 터지고, 엄정화는 이효리를 꼭 안아준다.)
효리 : 이런 이야기할 사람이 없었을 거 아니야.
정화 : 재형이 붙들고 울었지.
효리 : 재형이 오빠가 뭘 알아 남자가.
정화 : 절대 모르지. 근데 너 왜 울어?
효리 : 언니 짠하다... 아무도 없이 그 시간을 그냥 버틴 거 아니야.
언니
1.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사이이거나 일가친척 가운데 항렬이 같은 동성의 손위 형제를 이르거나 부르는 말.
2. 남남끼리의 여자들 사이에서 자기보다 나이가 위인 여자를 높여 정답게 이르거나 부르는 말.
어떤 이유를 설명하지 않아도 아무튼 그냥 좋다는 말로 대신할 수 있는 존재들 중에서 오늘은 정생물을 성장시켜 준 여러 언니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일단 나에겐 친언니가 한 명 있다. 4살 차이 나는 언니는 나에게 있어 자매와 부모, 그 사이 어디쯤의 존재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초등학생 때 내 숙제도 도와주고(특히 나는 그림을 잘 못 그려서 그림을 잘 그리는 언니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영어도 가르쳐주고, 등교도 같이 하고... 언니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학창 시절에는 내가 초등학생 때 언니가 중학생, 내가 중학교에 진학하면 언니는 고등학생, 내가 고등학생이 되었더니 언니는 대학생... 이렇게 계속 학교급이 달라서 말도 잘 안 통할 때도 많고 싸우기도 많이 한 것 같은데 성인이 되고 나서는 친구처럼 잘 지냈던 것 같다. 물론 아예 안 싸운 것은 아니지만ㅋㅋㅋ 지금도 무슨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의논하는 언니. 몇 년 전 아빠 사고 이후에는 거의 매일 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 더 돈독해졌다. 주변에 오빠가 있는 친구들은 오빠는 전혀 필요가 없다며 언니가 있는 날 부러워한다.
성인이 되고 나서 대학생 때나 지금 교사가 되고 난 후에도 선배의 위치와 동시에 후배의 위치를 가지게 된 나는 동생이 없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동생들보다는 언니들과 함께 있을 때 훨씬 신난다. 학교에서 그리고 직장에서 나를 믿어주고 응원해 주는 언니들을 만난 덕분에 지금까지 잘 지내왔다. 따뜻하게 이야기해 주는 다정한 언니들을 만나면서 많은 경험을 했고, 연대가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좌충우돌 정생물이 슬기로운 교사 생활을 하기까지 많은 언니들의 도움이 있었다(물론 오빠들의 도움도 있었지만 오늘은 언니 이야기만 하는 글이니까). 지금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을 이미 오래전에 걸어본 사람들... 자기 불확신의 시기를 보내면서 여러 어려움을 먼저 겪고, 후배들이 똑같은 경험을 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언니들. 나의 부족함을 탓하지 않고, 옆에서 묵묵히 내가 성장하도록 도와줬던 수많은 언니들이 있다.
나이와 상관없이 언니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 좋은 언니, 일 잘하는 언니, 무서운 언니, 본받고 싶은 언니, 왜 저러나 싶은 언니 등등 학교에서 근무하면서 지금까지 수많은 언니를 만났다. 나는 후배 교사들에게 어떤 언니일까? 나이가 들수록 언니보다 동생들이 많아진다. 언니들 앞에서는 마냥 철부지여도 상관없을 것만 같은데... 힘든 일이 생겼을 때, 결단이 필요할 때, 그냥 이야기하면서 징징거리고 싶을 때 난 여전히 언니들을 찾는다. 이렇게 언제까지나 동생으로만 있고 싶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언니 역할을 해야 할 일이 늘어나겠지. 누군가에게 언니가 된다는 것, 나도 이제 제대로 언니 노릇을 하는 '언니미(美)'를 뿜뿜 할 수 있는 다정한 언니가 되도록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