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18
커버사진은 올해 수능 샤프 사진이다. 언젠가부터 올해 수능 샤프와 같은 디자인의 샤프가 수능 시험 당일 학생들에게 몇 년째 제공되고 있는데 올해는 민트색으로 예쁘다고 소문이 나서 중고 거래 앱에서 3만 원까지 거래가 되었다고 한다. 수능 시험장이었던 우리 학교에는 남은 수능 샤프가 제법 많이 있었고, 그 뉴스를 접하고 난 후 "우리도 당근에 팔까요? 걸리면 선생님 그만둬야 하는 건가?ㅋㅋㅋ" 이야기하면서 수능 시험장 도우미를 해준 1, 2학년 아이들에게 나눠줬다.
대부분의 여학생이 필기구에 진심이듯 나도 그런 여학생이었고, 고등학교 때는 분기별로 꼭 아트박스 같은 곳에 가서 새로 나온 필기구를 구경하고, 마음에 쏙 드는 필기구를 구입했다. 중간&기말고사가 끝나면 해운대에 있는 대형 문구점에 갔던 기억. 내가 고등학생 때 꽂혀 있던 필기구 몇 개만 소개해보면 양쪽으로 얇고 굵은 펜을 사용할 수 있는 형광펜, 젤리롤 펜, MIT 샤프심 등이 있다. 그중에서 MIT 샤프심은 뭔가 단종될 위기에 처해있는 느낌이라 사재기도 했던 기억ㅋㅋㅋ
대학생이 되고 나서는 필기구 욕심을 많이 내려놓았지만 임용고시를 준비하면서 내 마음에 쏙 드는 검은색 볼펜을 찾아야만 했다. 임용고시 1차 시험 서술형 문항과 2차 시험 논술 등을 작성하기 위한 적당한 굵기로 부드럽게 나오는 볼펜. 나는 그때 제트스트림 볼펜(0.7mm)을 선택했고, 지금도 이 볼펜이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을까 궁금해서 임용고시 볼펜 추천 글을 검색해 봤는데 나처럼 제트스트림 볼펜을 추천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교사가 되고 나서는 샤프보다는 연필을 주로 사용했고, 볼펜은 학교에서 제공되는 것을 쓰면서 필기구 욕심은 거의 없어졌지만 여러 가지 문구류에는 여전히 관심이 많다. 선생님들은 본인이 사용하는 애정하는 문구류를 선물하기도 하는데 내가 동료 교사에게 받은 문구류 선물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모닝글로리의 스테이플리무버였다. 서술 및 논술형 평가를 치고 나면 학생들 이름을 가리고 채점한 후 점수 입력을 위해 스테이플러 침을 제거하는 일을 해야 하는데 스테이플러 침을 제거하는 여러 기구들이 있지만 다 마음에 안 들었다. 하지만 이 제품은 스테이플러 침을 제거하는 인체공학적 디자인의 리무버로 침을 제거할 때 종이에 손상 없이 깨끗하게 제거되고 적은 힘으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업무 중에 스테이플러 침을 제거하는 일들을 종종 해야 하는 분께 강력 추천한다.
아무튼 에세이 시리즈 중에도 "아무튼 문구"가 있다. 그 책을 읽다가 찍어본 한 컷ㅋㅋㅋ 새로운 귀엽고, 재미있는 문구를 만나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별로 필요는 없지만 구입을 하는 나.
운동, 요리, 캠핑 등등 무엇을 하더라도 장비빨이라는 말이 있다. 평생 생명과학 문제를 풀고, 실험 보고서 등의 수행평가 종이와 공문 등의 문서를 정리하는 일을 해야 하는 나의 문구 사랑은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