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차를 마셔요!
나는 일단 뜨거운 걸 잘 못 먹는다. 그래서 좋아하는 커피도 매번 아이스만 찾고, 따뜻하게 즐기는 차에 대해서는 1도 관심이 없었다. 밀크티를 좋아하긴 하니까 홍차에는 약간 관심이 있는 정도? 하지만 수술을 앞두고, 커피만 자꾸 마셔서 될 일이 아니라 생각한 나는 송정에 있는 보이차를 경험할 수 있는 또오기라는 곳에 가게 되었다.
부산 송정에 있는 또오기. 사실 여기는 내 고등학교 동창이 운영한다는 걸 친구 페이스북을 통해 본 것 같은 곳이었다. 처음 방문해서 차를 마시고, 마지막에 혹시 저기 Y고등학교 나오셨어요? 저 3기 졸업생인데 J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본 것 같아서 여쭤본다고 그랬더니 맞다고 ㅋㅋㅋ J랑 자기들은 3학년 때 같은 반이었다고 했다. 남녀공학 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분반이라 아는 남학생 거의 없었으므로 운영하는 그 동창과 나는 3년을 같이 학교를 다녔지만 서로 모르는 사이였던 것이다. ㅋㅋㅋ 우리들은 동창이었지만 처음 만나는 사이였기 때문에 어색하게 존댓말을 썼는데 다음에 오면 말을 편하게 하기로 하고, 학교 선생님들과 함께 마실 보이차와 홍차를 구입했다.
2달의 병가 기간 동안 오전에 차를 마시며 내 몸을 챙기는 시간을 가지고 싶었던 나는 수술 직전에 한 번 더 방문해서 저번에 경험해보지 못했던 다른 보이차도 시음해 보고 3종류를 구입해 왔다. 동창과의 두 번째 만남이고, 말을 놓기로 했지만 바로 반말을 한다는 게 좀 어색해서 반말 반 존댓말 반으로 ㅋㅋㅋ 그리고 거기 있는 큰 테이블에서 수행평가 실험보고서 채점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여기 아지트처럼 와서 수행평가 채점해도 되냐고 했더니 물론 된다고 해서 기뻤다. ㅋㅋㅋ 뭔가 내 작업실도 아닌데 내가 편안하게 갈 수 있는 어떤 공간이 생겼다는 느낌?
보이차를 사러 왔다고 말을 하면서도 보이차를 대하는 내 태도에서 '너는 차에 관심이 없구나.' ㅋㅋㅋㅋㅋ 동창들에게 나는 내 마음을 들켜버렸다 ㅋㅋㅋ 사실 올해 근무하면서 2층 교무실 우리 부서에 티포트를 가져다 놓고, 매일 차를 우려 놓으면 여러 선생님들께서 오며 가며 차를 드시는 그 분위기가 좋아서 나도 같이 마시면서 차에 관심을 좀 가지기도 했다. 그래도 수술 건만 아니었으면 내가 내 발로 직접 보이차를 시음해 볼 수 있는 공간에 찾아가 경험하고, 차를 구입한다는 건 상상도 못 한 일이었다. 수술이라는 큰 이벤트가 내 삶에 미친 영향이 아주 크다.
그리고 "또오기"라는 이름은 부모님이 하시던 또오기 문방구에서 이름을 따온 것이라고 들었는데 참 이름이 정겹고 귀엽다는 느낌을 받았다. 또 오라니 ㅋㅋㅋ 학창 시절 문방구는 가도 가도 또 갈 수밖에 없는 공간이었는데 ㅋㅋㅋ 또오기에 두 번째 간 날 우리의 공통분모인 고등학교 시절 선생님 이야기와 J는 어떤 아이인지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깔깔깔 ㅋㅋㅋ 또오기에 또 가기. 두 번밖에 가지 않은 곳이지만 또오기는 나에게 또 가고 싶고, 갈 수밖에 없는 사랑스러운 공간이다. 내가 좋아하는 초록초록 식물도 많다.
입원해 있는 기간 동안에 인스타에 올라오는 또오기 게시물을 보고 내가 디엠을 몇 번 보냈는데 물욕 많은 나를 바로 알아보고 저울이랑 굿즈도 쾌유 기념 선물로 주겠다고 해서 감동 감동. 학교에 출근하면 자주 갈 수도 없을 테니 병가 기간 중에 들러서 힐링하고 와야겠다. 퇴원하면 맛있는 거 사가지고 가서 놀다 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