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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세흔 Aug 05. 2022

나는 학생들의 동네 엄마였습니다.

저는 평상 시, 학교에서도 엄마였습니다.  

Prologue - 나는 엄마였습니다.




37년을 근무하면서 졸업을 맞은 학생들의 숫자는 어림잡아 1만 명을 넘어서는 숫자입니다. 그렇게 저의 일생을 학교에서 보냈으며, 학교야말로 제 인생의 전부였습니다. 재직기간 도중에 근무지 이동이 없는 사립학교의 특성상, 많은 학생이 제가 살고 있던 동네의 이웃 어린이였습니다. 그리고 특히 고등학교까지만 졸업하고 동네에서 일자리를 잡은 학생들은 동네에서 거의 매일 마주치고 있었습니다. 동네 마트에 있는 계산원도 제자였고, 볼링장에서 일하는 직원도 제자였습니다.    




그렇게 한 지역에서 정년을 맞도록 이사 한 번 가지 않았으니, 저는 말 그대로 동네 엄마였습니다. 평상 시 학교에서도 종종 듣던 호칭이었습니다만, 퇴직이 결정된 후에는 더욱 자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런 호칭은 보통 결혼한 여자가 시어머니에게 엄마라고 부르는 것과는 다른 경우입니다. 인위적으로 맺어진 사제지간이지만, 학생들(특히 여학생들)로부터 엄마라는 호칭을 듣는 것은 그리 흔하지 않은 경우입니다. 




이제 퇴직하고 평범한 동네 아줌마가 되었지만, 그 시절에 졸업해서 지금은 결혼하고 아이들의 엄마가 된 제자들의 눈에 저는 여전한 엄마로 남아 있습니다. 저는 부자입니다. 이렇게 많은 아이들을 무사히 졸업시켜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이끌었으니까요. 

 



이제부터 저와 아이들의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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