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은 직장생활에 있어서 최고의 우군이다.
가정주부와 아이 엄마의 신분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모든 여성 직장인들에게는 공통의 고민이 있을 것입니다. 바로 직장과 가정생활을 어떻게 하면 현명하게 병행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 저는 신혼 초부터 확고한 원칙을 세우고 그대로 실행했습니다. 그것은...
“가족 없이는 내가 직장생활을 잘할 수 없다. 그러므로 최대한 가족의 지원을 끌어내야 한다”
어떻게 생각해 보면 자칫 이기적인 생각이라고 매도당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그렇게 얌체 없는 생각은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여성이 밖에서 돈을 벌어왔을 경우, 저는 그것이 여성 혼자의 힘으로 이룬 결과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직장에 출근하면 가족 걱정 없이 일에만 충실할 수 있었기 때문에 거둔 성과입니다. 결코 자신이 혼자 잘나고 능력이 많아서 이룬 성과는 아니라는 거죠. 그래서 저는 최대한 가족의 협조를 끌어내는 방법을 생각해 냅니다.
시어머니께는 살림의 전권을 드립니다. 이것은 시어머니를 살림꾼으로 부려 먹는 개념과는 전혀 다른 뜻입니다.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예로부터 고부갈등의 주요 원인 중의 하나가 바로 젊은 사람이 노인의 영역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새살림이라고 해서 멀쩡한 식기도 젊은 풍으로 바꿔버리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합니다. 저는 지금까지도 어머니가 사용하시던 식기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어머니가 만들어 주시는 반찬은 정말 맛이 있습니다. 하나라도 반찬 개수가 줄어들면 어머니의 새로운 레시피를 끌어냅니다. 새로운 반찬을 만들어 달라고 하죠.
넉넉하지 않은 살림이지만 저는 항상 싱크대 상부 장에 일정한 액수의 현금을 넣어 놓고 시부모님과 아이들이 자율적으로 꺼내어 사용하게 했습니다. 직장 생활하고 월급을 받는다고 해서 매정하게 한도를 정하고 노인들의 지출을 통제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께서는 처음에는 자율적인 방법이 얼마나 잘 지켜질 것인지 의문이 들기도 하겠지만, 결과는 예상외로 성공이었습니다. 아니 오히려 살림살이에 들어가는 지출은 더 줄었거든요. 노인들은 절약이 몸에 밴 세대입니다. 그런 습관을 존중해 드려야 합니다.
밖에서 회식이나 기타 기회에 찾았던 맛집은 가족과 반드시 같이 갑니다. 제가 먹고 맛있다고 느꼈던 음식은 필히 가족들도 먹어봐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만큼 남편도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그러면 집에 와서 서로의 직장생활 불만을 들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당신만 그러는 줄 알아? 나도 직장 생활하는데, 당신은 내 생각을 한 번이라도 해본 적이 있어? 나도 힘들다고.”와 같은 말은 절대로 금물입니다.
그리고 가족에게 원하는 일이 있으면 전전긍긍하지 말고 솔직하게 이야기해야 합니다. 그래야 서로 도움을 줄 수 있거든요. 저는 학교에서 급식을 먹지 않고 여자 선생님 몇 명이 모여서 도시락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그 도시락을 싸는 일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남편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엄마한테 말하기는 그렇고, 당신이 내 도시락 반찬을 좀 챙겨서 싸주라.”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그 말 이후로 남편은 제가 퇴직하는 날까지 출근 전에 제 도시락을 챙겨 주었습니다. 물론 제 도시락 반찬은 학교에서 인기가 만점이었고, 남편이 다른 선생님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을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이렇게 말 한마디면 저는 학교에서 제 일에 더욱 전념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가족의 협조를 받는 방법은 계속해서 다음 글에 이어서 전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