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또 들어와도 될까요?

by 최정식

소금교회가 처음으로 단독 예배당을 구한 곳은 세가 저렴한 반면에 아주 오래된 구도심이었고 재개발을 앞두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교회 간판이 이곳저곳에 많았다. 우리가 세로 얻으려는 건물, 같은 층에도 이미 교회가 있었다. 내가 건물을 둘러보러 갔을 때, 때마침 그 교회의 목사님을 만날 수 있었다. 나는 소금교회가 같은 층에 들어와도 괜찮겠냐고 정중히 물었고, 그 목사님은 크게 상관없다고 했다. 다행히도 그 교회는 주일예배가 오후 3시였고, 우리는 오전 11시여서 그곳에 머무는 동안 같은 시간에 예배드리는 일은 없었다. 게다가 그 교회 성도들도 우리 교회처럼 그 지역에서 온 성도들이 없는 터라 사역적으로 서로 방해되는 일은 없었다.

그럼에도 나는 여러 모로 주의를 기울였다. 우리가 사용하는 곳은 이전에도 교회로 사용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창가 쪽 외벽에 교회 간판을 붙였던 자욱이 남아있었다. 건물주는 우리가 3층에서 더 넓은 면을 사용하고 있으니 간판을 달라고 했다. 좋은 간판 업적을 소개해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그럴 맘이 없다고 말했다. 이미 있던 교회가 건물 한쪽을 간판과 광고로 거의 도배를 한 상태여서 우리 교회 이름까지 덧붙이고 싶지 않았다. 자칫 지나가며 건물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교회가 경쟁하듯이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몇 년이나 먼저 자리를 잡고 있는 교회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다. 그 교회는 우리보다 교세가 더 작았는데 한 층에 있는 동안 행여 우리 때문에 불편하지 않을까 신경을 많이 썼다.

나는 간판을 달지도 않았고 창문 선텐지도 붙이지 않고 그저 블라인드로 햇빛만 막았다. 그리고 스탠드형 배너를 사서 주일에 우리 예배시간 때에만 밖에 세워뒀다. 물론 가끔씩 교회를 찾아오는 분들은 소금교회를 찾을 때 단번에 찾기 어려워하긴 했다. 하지만 그런 배려 덕분인지 우리는 그 교회, 특별히 목사님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그 교회 목사님은 가끔씩 우리 교회에 감사헌금을 건네기도 하셨고, 설립예배 때는 함께 즐거워해주셨다. 아들이 감리교 목사로 전도사 때 교회를 개척했었고, 본인도 그 교회를 평신도일 때 섬긴 적이 있어서 이제 막 시작한 소금교회와 내 모습이 남같이 않다고 하셨다. 목사님은 뭔가 고칠 일이 있으면 나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하셨다. 컴퓨터에 관한 일은 우리 교회 형제가 도와드리기도 했다.

나중에 목사님은 우리가 처음 들어온다고 했을 때 그리 맘이 편하지는 않으셨다고 털어놓으셨다. 건물주가 자신을 내쫓고 그 공간을 우리 교회에 주려하지는 않는가 하고 걱정까지 하셨단다. 하지만 이런 오해 섞인 걱정은 우리가 1년 반 정도 있다가 이사를 한다고 할 때 모두 사라졌다. 그 교회와 그 목사님은 아직도 그곳에 계신다. 최근에 우리가 있던 자리에 또 다른 교회가 들어왔다. 그 자리를 지날 일이 있어서 건물을 살펴보니 창문 선텐지에 교회 이름을 붙여 넣었다. 반면에 우리와 이웃이었던 교회의 간판과 선텐지 글자들은 햇빛에 발해서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새로운 예배당을 찾았으니 인테리어를 하고 교회를 알리기 위해서 이름을 밖에 다는 것이 뭐가 문제인가 싶다가도 그 목사님이 어떻게 느끼실까 생각하니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기존 교회가 신생 교회를 그리고 신생 교회가 기존 교회를 조금만 배려해도 교회가 우후죽순처럼 생긴다는 세상의 비판을 어느 정도는 피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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