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보다 목사를 후원하는 게 낫다

by 최정식

어떤 목사가 교회를 설립(개척)할 때 교회나 개인들은 목사가 아닌 설립된 교회에 후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후원하는 교회 입장에서는 어떤 교회를 후원한다는 것이 어떤 목사를 후원한다는 것보다 훨씬 더 호소력 있게 들릴 것이다. 그러나 내 생각에는 선교지 교회를 후원하지 않고 선교사를 후원하는 것처럼 미자립교회를 후원하기보다는 그 교회의 목사를 후원하는 것이 여러 모로 낫다.

먼저 설립된 미자립 교회에 대한 후원은 대부분 그 목사를 통해 연결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 목사와 인연이 있는 교회들이나 관계가 형성된 개인들이 후원하다. 그도 그럴 것이 막 신생한 교회가 목사와 별개로 대외적인 관계를 만들기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것은 목사 가정의 재정 건전성을 위해서 매우 중요하다. 목사는 넘치는 정도는 아니더라도 안정적인 재정 상태를 유지해야 오래 사역할 수 있다. 이런 방식은 시간이 흘러 혹 그 목사가 해당 교회를 사임해야 하는 경우에 재정을 정리하는 데 있어서도 매우 유익하다. 목사의 친구나 가족들 그리고 그 목사를 보고 후원한 금액이 이미 목사의 재정에 들어갔으니, 목사가 자기 지분을 생각할 일도 없다. 그러므로 교회는 그 사이에 사례한 것에 대한 퇴직금과 전별금 정도만 계산하면 된다. 이렇게 해도 결국 목사에게 들어온 후원금은 교회에 헌금으로 들어가게 돼 있다. 미자립교회에서 사역하는 동기 목사들과 나눠보니 공통적으로 목사가 낸 헌금이 그 교회의 재정 수입에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했다.

두 번째로 사역자를 후원하는 것이 그 교회의 재정 건전성을 향상하는 데 더 유익하다. 교회 재정에서 수입항목에 외부후원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면 그 교회는 자립 교회가 아니다. 그런데 외부 후원이 고정적이 되면 성도들은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기 쉽다. 그래서 내 교회이니 내가 더 책임져야겠다는 생각보다는 교회는 이렇게 운영되는구나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한 걸음 더 나아가 목사의 월급을 정할 때 그 목사를 통해서 들어온 후원을 염두하지 않고 예산을 세우기 쉽다. 예를 들어 목사를 통해서 들어온 후원이 40만 원인데 목사 월급이 200만 원이라고 할 때, 실상 교회에서 그 목사에게 주는 사례는 160만 원이 맞다. 이런 이해를 통해 성도들은 목사를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일에 책임을 다해야겠다는 도전을 받는다. 한 번은 동기 목사가 교회 재정을 위해서 스스로 월급을 삭감했는데, 이후에 재정이 충분한 데도 월급을 원상 복구하자는 이야기가 없어서 성도들에게 서운했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성도들은 일단 교회 통장에 들어왔으니 그것은 온전히 교회 재정이고 교회의 결정에 따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목사를 통해서 연결된 후원은 일종의 지목헌금과 같은 성격을 띤다. 선교사들은 일반적으로 들어오는 후원금을 당연히 선교사와 그 가족을 위해서 쓴다. 사역에 필요한 재정이 있을 때 사역을 위해서 따로 모금을 한다. 나는 이런 방식이 국내 교회설립사역에도 적용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교회보다 목사를 후원할 경우 교회 재정이 보다 투명해진다. 어느 기관이든 인건비가 지출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것은 당연하다. 건물이 없는 교회는 있을 수 있지만 사람 없는 교회는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교회 재정 지출을 퍼센티지로만 따질 때 작은 교회일수록 목사 월급이 재정지출의 50% 이상이 된다. 이것은 그 절대 금액과 상관없이 목사가 교회를 운영해서 수입을 내는 듯한 이미지를 대내외적으로 줄 수 있다. 만약에 목사에게 들어오는 후원이 직접적으로 목사에게 들어가는 구조가 되면, 교회 재정지출에서 목사 임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기존보다 10% 이상은 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생각은 후원하는 교회나 동역자들이 동의하고 선행할 때 실천할 수 있다. 안디옥 교회나 빌립보교회는 바울이 설립한 지역 교회들이 아니라 바울에게 후원했다. 물론 바울은 스스로 벌어서 자생하려고 노력했지만, 특별히 빌립보교회의 후원은 감옥에 있어서 일을 할 수 없던 바울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나는 교회설립사역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 이 방법이 훨씬 더 유익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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