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사랑받기
일을 잘한다는 것이 무엇일까? 나는 정해진 시간 내에, 상대방의 기대 수준을 충족시키는 것으로 정의하겠다.
왜 일의 완성도가 아니라, '상대방의 기대 수준'이라고 했을까?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시킨 것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상사, 다른 팀 사람, 협업하는 동료에게 작업물을 제공한다. 그러므로 상대방의 요구를 잘 맞춰야 "일 잘한다"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가상 사례]
# 9월 1일(목요일)
짜증 난다. 팀장님이 다음 주까지 보고서를 써오란다. 9일부터 추석 연휴이니 8일까지 보고해야 한다. 오늘 포함해서 6일 남았다. 3일 정도면 쓸 수 있을 분량이니 다음 주 화요일부터 써야겠다.
# 9월 5일(월요일)
오후가 됐는데 팀장님이 지난주에 말한 보고서 어떻게 됐느냐고 물어본다. 아니 다음 주까지 하라고 해놓고 왜 월요일부터 물어보지? 내일부터 할 거지만 작성 중이라고 대충 둘러댄다.
# 9월 7일(수요일)
열심히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는데 팀장님이 자꾸 독촉한다. 내일까지 드리겠다고 했다. 기분이 상한다. 연휴 전에 이게 무슨 짓이람.
# 9월 8일(목요일)
목요일이 되어 보고했다. 팀장님은 "그래, 수고했어요" 한 마디가 끝이다. 항상 이러니 보람이 없다.
이 사례를 보면 무슨 생각부터 나는가?
당신이 팀장 욕을 했다면 일못러이고,
주인공을 욕했다면 일잘러이다.
왜 주인공 문제인지 짚어보자.
1. 팀장님이 먼저 질문하게 만들었다.
업무를 요청한 사람은 결과물을 기다리는 시간이 불안하다. 참다못해 담당자에게 진행 경과를 확인하는 것이다. 일잘러였다면 미리 중간보고를 했을 것이다. 적어도 팀장님이 물어봤을 때 내 계획을 설명했어야 했다. 주인공은 작성 중이라고 거짓말까지 했다.
2. 주인공 마음대로 일정을 정했다.
팀장님은 다음 주까지라고 했지만, 구체적인 날짜는 주지 않았다. 주인공은 자기 마음대로 마감을 9/8(목)으로 정했다. 사실 이 부분은 정확하게 지시하지 않은 팀장님 잘못이다. 하지만 주인공이 일잘러였다면 팀장님이 일을 시킬 때 구체적인 시기를 되물었을 것이다. 나아가 상급 일잘러는 자신이 언제까지 보고할 것임을 그 자리에서 답변했을 것이다.
3. 상대방의 기대 수준을 고려하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 9/8(목)에 제출만 하면 땡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일못러의 특징이다. 무슨 자신감인지 모를 일이다. 보고서가 팀장님 입맛에 맞지 않을 수 있다. 주인공은 당연히 편집, 수정을 감안하고 일정을 세워야 했다. 팀장님은 분명 보고서를 받아 들고 한숨이 나왔을 것이다. '그냥 내가 수정하고 말지 뭐...'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더 높은 분께 제출할 보고서였다면 일은 더 심각하다. 추석 연휴 전날이라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이다.
내 작업물이 상대방의 기대 수준에 부합할지 미리 알기는 어렵다. 그러나 마감 시간은 명확하다. 초과하면 bad, 맞추면 good이다. 그런데 다른 선택지도 있다. 빨리 내면 excellent, wow이다.
빠르게 하면
디테일이 부족해도 용인되고
상대방에게 시간 여유까지 준다.
이것이 다른 모든 것을 씹어먹는 장점이다. 9/2(금)에 팀장님께 60% 수준의 미완성 보고서를 보여드리고 의견을 여쭤봤다면? 그 피드백을 듣고 9/5(월)에 80% 수준으로 보고했다면? 팀장님의 기대 수준을 달성하지 못했더라도, 미친 속도로 커버해버릴 수 있다.
나는 상사가 내 일의 진행상황을 물어보면 '실패했다'라고 판단하고 반성한다. 묻기 전에 내가 먼저 보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대충주의자로서 완벽주의자들을 보면 조금 답답하다. 애초에 그 완벽이라는 수준도 본인 판단이지 상대방 기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회사에서는 상대방을 만족시켜야 일잘러 평가를 받는다.
되돌아와서, 일을 잘한다는 것은 아래 두 가지 요소의 만족으로 정의했었다.
1. 정해진 시간 내에
2. 상대방의 기대 수준을 충족시키는 것
2번이 어렵다면 남은 것은 1번뿐이다.
결국 상대방의 예상보다 빠르게 하는 것이
일을 잘하는 방법이다.
주어진 과업이 어렵고, 잘할 자신이 없다면? 그래도 그냥 냅다 빨리하고 물어보자. 오래 붙잡고 있다해서 퀄리티가 저절로 좋아지진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