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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 상남자 Jan 28. 2022

그리스인 조르바 를 읽고

[책후기3] 40대, 50대 남자들이 그렇게나 많이 읽는다는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고






하루 중 인풋, 아웃풋도 아닌 '노풋'인 상태로 있는 시간이 몇 분이나 될까?




어느새 스마트폰은 내 분신이 되었다. 잠깐의 틈만 있으면 특별한 목적성 없이 눈에 띄는 아무 앱이나 눌러보고 뭔가를 보고 있다. 그리고 그것에서 자극을 받고 연결이 되어 뭔가를 찾아보고 생각한다.




내가 사고 싶어하는 차, 옷, 시계, 구두 등


내가 먹고 싶어하는 족발, 치킨, 방어회 등


내가 가고 싶어하는 미국, 프랑스, 브라질 등




이 모든 것이 진정 내가, 양파 껍질처럼 켜켜이 쌓여 숨어있는 내 내면의 내가 진정 욕망 하는 것일까?




몇 년전에 세바시에 출연한 서강대 최진석 교수가 '자신의 욕망에 집중하라'고 강조했던 말의 의미를 이제야 좀 알것 같다










유투브-세바시, 최진석 교수







그리스인 조르바를 내가 선택하여 읽게 된 것도 어쩌면 내가 욕망했던 것은 아닐꺼다. 유투브라는 녀석은 너무나 집요하다. 내 취향, 선택, 방향성, 철학, 가치관, 취미 등을 철저히 분석하여 내가 클릭을 할 수 밖에 없는 컨텐츠를 보내 나를 유혹한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인 유시민과 박웅현을 보내 '그리스인 조르바'를 이래도 안 읽을꺼야? 하며 유투브가 던진 추파에 결국 넘어가버리고 말았다. 흥미롭게 유시민님과 박웅현님의 책후기 토론을 보며 내 내면의 욕망은 어느새 그리스인 조르바의 첫 페이지를 넘기고 있었다.








출처-알릴레오 북 10회






40대, 50대 남자들이 '그리스인 조르바'를 많이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유.. 자유...그리고 자유






그리스인 조르바를 완독하는데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어렵기도 했고 흥미로운 문장이 많았다. 전자책으로 빌려보다보니 모든 문장을 기억하고 새겨놓진 못했다.




그리스인 조르바에 대한 책후기를 언제, 어떻게 써야 할까를 고민하다 미루게 되었는데, 요즘 내가 느끼는 '자유'의 순간 중 하나인 나홀로 커피한잔 시간을 활용해 보기로 하였다.




집에서는 노트북에 보이는 큰 여백이 그렇게나 광활하게 보이는데,


커피집에 와서 이런저런 백색소음을 듣다보면 채워볼만 하겠다는 의욕이 샘솟는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써서 그런것 같기도 하고 ㅎㅎ












집근처 새로운 커피집에서 마주하는 바닐라 라떼. 다른 가게보다 500원 비싼 이유가 저 그림 때문인가 보다. 






'나는 자연인이다'를 보며 '자유'를 대리만족하는 우리나라 40대, 50대 남자들. 


20대 초반의 자유를 그리워하기도...









출처-중앙일보 '도시 생활에 지친 50대 남성들의 판타지-나는 자연인이다'





도시생활에 지친 40, 50대 남성들이 '나는 자연인이다'를 넋놓고 보는 이유가 무엇일까? 산속에서 여러가지 불편함을 감수하고 사는 사람들이 뭐가 부럽다고...




그 이유는 내가 모든 것을 '선택'해야 되기 때문이 아닐까. 어떻게 먹고 일하고 자고 뭘 준비해야 할지에 대한 선택권이 오롯히 나에게 있는 삶, 곧 자유로움이다.




도시인의 하루를 관중석에서 가만히 내려다보면 생각보다 내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정해진 출근 시간에 맞추기 위해 하루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고 직장 생활은 위, 아래의 눈치를 봐야하고 육아라는 것도 단순화해서 보면 아이들에 의해 부모가 끌려다녀야 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내 '욕망'이라고 생각했던 것도 친구들, SNS, 광고, 매스컴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경우도 많을꺼다.






홍수가 나면 먹을 물이 없다. 


나에게 제공되는 정보가 많으면 내 것이 없을 수도 있다.




인생은 실전이다  중에서






비싼 골프채나 낚시대를 질렀는데 나랑 안맞아서 집 한구석에 처박아 놓는다거나 '카더라' 뉴스만 듣고 주식 투자를 했다가 망하는 경우도 있겠지..









승진을 하려는 이유가 뭘까?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고자 하는 본능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누군가에 의해 끌려다니다보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그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두 가지 선택을 하게 되는 것 같다.




개선하거나, 체념하거나




고난의 행군(?)을 끝내고 한 기관의 사장 자리에 오른 한 형님에게 '사장'이 되니 좋냐고 여쭤보니 이런 말을 하셨다. 사람들이 행사 일정을 잡을때 당신의 스케줄을 먼저 물어오고, 사람들의 대안을 모두 들어보고 자신이 그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으니 힘들지만 재미있다고.








조르바는 '자유'를 갈망하는 40대, 50대 남자들의 


대리만족 아이콘이다. 








그리스인 조르바는 평생을 누군가에 끌려다니지 않고 자기 주도적으로 살아온 인물이다. 누군가가 보면 지멋대로라고 할 수도 있겠고, 다른 말로는 지극히 현실적인,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조르바를 관찰하는 '나'는 경험보다는 지식과 규칙, 규범, 생각이 앞서는 인물이다. 기분 내키는대로 행동하는 조르바를 보며 '저런 삶도 있구나'하며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앞으로의 인생 방향을 고민한다.








당신은 조르바 인가?


아니면 조르바를 꿈꾸는 자 혹은 조르바를 관찰하는 자인가?








조르바와 '나'의 관계를 보며 고향에 있는 '형님'과 '나'를 떠올렸다.




공익근무를 하며 알게 된 형님은 조르바와 같은 매력을 가졌다.




수영을 하다 라이프 가드 자격증을 땄고


낚시를 좋아하는데 잘 잡히지가 않는다며 스킨스쿠버를 배워 장비와 보트를 사서 원없이 생선을 잡아 제끼며


캠핑을 시작했는데 아내와 가족이 힘들다고 하니 카라반을 거쳐 지금은 캠핑카를 아예 사버렸다.


공무원인 나와는 다른 사업가의 길을 가고 있다.




형님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내가 책을 통해, 티비를 통해 배웠던 삶의 통찰을 형님은 직접 경험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는 것을 자주 느끼게 된다. 전혀 다른 인생을 살아왔고, 앞으로 살아갈 길도 다르지만 서로 통하는 것이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개같이 살자 


-'여덟글자'에서 박웅현 작가가-






티비를 보며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티비는 보는 것인가, 휴대폰을 하는 것인가?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면서 내일 회의 내용을 떠올리고 있으면 지금 뭘 하는 중이라고 해야 하는가?


삶의 매 순간 순간을 관찰하고 재미를 찾고 감동을 느껴보자는 것이 그리스인 조르바에 대한 박웅현 작가의 평이다. 배가 고프면 먹고, 산책을 나가면 너무 신이나서 방방 뛰고... 미래에 대한 기대, 걱정, 불안, 설렘 보다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한 삶이다.



하루 중 몇 번이나 '와우'하며 탄성을 내뱉어 보았는가?


박수를 쳤던 순간, 크게 웃었던 순간이 몇 번이나 있었는가?


눈물을 글썽이는 감동의 순간이 과연 있었는가?


오늘? 어제? 지난 달? 


혹시.. 언제적이던가 기억이 가물가물 하다면...??



나이 먹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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