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 상남자 Jul 03. 2021

당신은 시간의 가치가 반영되는 사람입니까?

'형님, 10월도 벌써 끝나가네요..'

'올해가 아직 2달이나 남았어. 시간이 왜 이렇게 안 가는 거야. 이번 주도 아직 목요일이네....'

'저는 시간이 너무 빨리 가서 죽겠는데요 형님.'


어제 점심을 먹다가 시간이 너무 안 간다는 형님의 푸념을 들었습니다. 올해 여러모로 바쁘고 스트레스받는 일이 많으셔서 그런 것은 충분히 공감하지만 시간이 너무 안 간다는 말을 선뜻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았어요.


얼마 전에 아내가 퍼온 글이라면서 '별일 아닌 것 같지만 위대한 5가지 행동'이란 글을 보내줬어요. 다섯 가지가 다 기억나지 않지만 제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있는 것은 여행 다녀오자마자 짐 정리하기, 주말에도 평일 기상과 동일하게 일어나기였어요. 왜냐면 둘 다 제 이야기였거든요. 


 여행의 여운을 좀 더 남기도 싶어서 짐을 더 보관하시는 분도 왠지 있으실 것 같은데, 여행의 여운을 더 길게 느낄 수 있는 방법은 여행에서 보고 듣고 느끼고 사진 찍고 영상 촬영한 것들을 잘 정리해 놓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마치 포도를 잘 으깨서 액을 거르고 통에 넣어서 잘 보관해두어야 시간이 흐르면 향이 좋은 와인이 되는 것처럼요. 지금은 기억이 남아있으니 소중함을 잘 모르겠지만 여행에서 얻은 기억의 조각들을 잘 이어 붙여 놓으면,  1년, 2년 혹은 그보다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 음미해보면 지금보다 가치가 몇 배 더 올라가 있는 나만의 작품이 되어 있으리라 생각해요. 내가 더 정성을 들이면 같이 여행을 갔던 사람들에게 좋은 선물이 되기도 하겠지요.


 주말에도 평일처럼 일어나는 것도 시간이 주는 가치가 저에게는 무척 소중하기 때문이에요.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가족들이 일어나기 전까지 혼자서 책도 보고 글도 쓰고 요가도 하는 이 시간이 저에게는 무척 가치가 있게 느껴진답니다. 그래서 이왕이면 흔적을 남겨 놓으려고 해요. 글이 쌓여가는 것도 좋고, 미국 주식도 매매할 때가 있으니 매매일지가 기록되어 가는 것도 좋고, 영어 공부 앱에서 매일 5분의 공부 기록이 남는 것도 쌓이고 쌓이면 꽤 뿌듯해요. 시간의 가치는 축적의 기쁨과 함께 하는 것 같아요.


 '한국에 있는 100명의 부자들'이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부자들은 무조건 '시간의 가치'가 반영되는 종목에만 투자를 한다고 해요. 현금의 가치가 조금씩 내려가고 있는 시대이니깐 현금을 들고 있기보다는 앞으로 더 시가 총액이 높아질 것으로 확실시되는 기업의 주식을 산다거나 호재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부동산에 투자하는 식이지요. 나는 그럼 시간의 가치가 반영되는 사람인가? 부자들이 나를 보았을 때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는 사림일까 문득 고민이 되네요.


 내일모레가 이제 저도 마흔입니다... 그 날이 안 올 것 같았는데, 결국 마주하게 되겠네요. 열아홉에서 스무 살 갈떄는 기분이 꽤 좋았고, 스물아홉에서 서른 갈 때는 나쁘지 않았지만 서른아홉에서 마흔으로 넘어가려는 가슴 한편에 아쉬움이 남네요. 아쉬움이 남는다는 것은 아직 더 챙겼어야 할 나의 시간들이 남아있다는 뜻이겠지요?


 시간의 가치가 점점 쌓여서 서른 일 때보다 더 향이 좋은 마흔이 되면 서른 일 때보다 주변 사람들에게 좀 더 베풀고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보아야겠어요. 후배들도 더 많아지고 직장에서의 위치도 더 높아질 테니까요.

다른 누군가가 투자해볼 만한 가치를 느끼는 마흔 살의 내가 두 달 앞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