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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 상남자 Jul 03. 2021

고요한 아침의 나라 석모도로 아침 라이딩을 다녀왔다

일요일 아침 라이딩 이야기

                                                                                                                                                                                                                                                                                                                                                                                                                                                                                                                 

어제 회에다 소주를 두병 남짓 먹고 잤는데도 새벽 4시가 되니 눈이 떠진다. 이런게 관성인건가... 9시반쯤 자서 4시경에 일어나는게 몸에 한번 배니깐 바꾸는게 더 어색하다. 찐하게 회식 함 하자는 제안에 귀가 솔깃하지 않는 것은 최대정지마찰력을 이겨낼만한, 아침이 주는 고요함 보다 더 매력적인 제안이 아니라고 느껴지기 때문이리라.


 그나저나 나는 왜 타는가?




날씨가 추워져서 점점 라이딩 하기가 힘들어지는 이때에 원초적이며 원론적인 질문을 일요일 새벽 4시에 던져본다. 


친구의 제안으로 출퇴근 정도로만 시도했던 라이딩이 이젠 내 삶에서 꽤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함께할 사람이 없으면 허전하고 외로웠던 입문기를 지나 이제는 오히려 고독을 즐기며 고요한 순간을 즐기는 라이더가 되었다. 


 이번주에는 어디를 한번 가볼까? 


나혼자 지도를 찾아보고 검색하고, 


나혼자 짐챙기고


 나혼자 페달 돌리다가 


나혼자 커피마시며 키보드를 꺼내서 안장위에서 마려웠던 생각을 써내려가는 그 순간이 주는 소중함이 있다. 


 오늘의 목표는 석모도 민머루 해변이다. 지난번 강화도 라이딩이 너무 좋았기에 이번에도 바다를 보고 싶어졌다. 바다는 항상 옳으니깐.



지난번 라이딩할때 점찍어 두었던 강화공설운동장에 6시20분 경에 도착했다. 공 차고 있는 분 2분, 운동장을 돌고 계신 어르신 3명 그리고 나. 간간히 공을 뻥 차는 소리만 들릴만 그 어떤 소리도 없는 고요한 아침이다. 내가 딱 원했던 그 분위기, 오늘도 성공적인 라이딩이 될 것 같다. 


                                                                                                                                                                                                                                                                                                                                                                                                                                                                                                                    

자동차에서 자전거를 꺼내는데 손과 얼굴이 시려온다. 바람막이를 꺼내입고 출발 준비를 한다. 출발해서 얼마 되지 않았는데 손이 너무 시렵다;; 설마 이 장갑을 낄 일이 있을까 싶어 챙겨온 털 장갑을 라이더 장갑 위에 덮어 꼈다. 


아 이제 살것 같다. 벌써 이렇게 날씨가 추워졌다니... 이제 아침 라이딩 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생각하니 아쉬움이 몰려온다. 


 고려산쪽으로 페달을 돌리는데 저 앞에 mtb팩이 보인다. 와리가리를 하고 계신 어르신들 옆을 지나가는데 온탕에 온 줄 알았다. 


으억, 흣, 어엇, 흐이야, 오우 호이짜


각자의 탄식과 리듬으로 업힐을 올라가고 계신 어르신들 앞에 에이스 한 분이 눈에 띄었다. 저 앞에서 동료들을 멀찌감히 따돌리고 정상을 향해 가고 있는 그 분을 열심히 따라갔다. 가까이 갈수록 여유가 느껴지는 그분의 뒷모습을 유심히 보았더니 속았다,


 전기 MTB다... 물통처럼 생긴 겁나큰 배터리가 떡하니 ㅎㅎ


살짝 비겁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다시 곱씹어 보니 내 생각이 짧았다.


 자전거를 즐기는 저마다의 방식이 있다. 남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세발 자전거면 어떻고, 따릉이면 어떠랴. 한강에서 라이딩을 할때 따릉이 부대를 보면서 혀를 끌끌 찰때가 있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내 생각이 좁았다. 한강은 고속 주행을 하는 로드 라이더에게만 허용된 곳은 아니니깐. 저마다의 방식으로 한강을 즐기고 자연을 즐기면 되는거지. 길막고 갑자기 방향전환하고 이런거만 좀 주의해준다면.


저수지를 두 군데 지나가는데 저수지 물 위로 물안개가 신비롭게 피어난다. 물 안개가 피어나는 것은 처음 보는 광경인데 좁은 과학 지식으로 해석해보면 밤새 물 온도가 덜 내려가서 주위 온도보다 높으니 커피 잔에서 연기가 피어나듯 안개가 올라오는게 아닌가 싶다. 


인공의 소리가 1도 없는 이 곳에서 피어나는 물안개는 풍경과 정말 잘 어울렸다. 


외포리를 지나서 석모대교를 향해 간다. 배를 5분 남짓 타고 섬에 들어가는게 참 그 맛이 있었는데. 다리가 생겨서 편리해지긴 했지만 과거 석모도의 추억이 바래지는 것 같아 아쉽다. 자전거를 배에 싣고 섬에 가서 라이딩을 하는 것도 참 특별한 경험이겠다 싶었다.


 어린 시절 나로도라는 남도 끝쪽에 있는 작은 섬에서 살았던 덕분인지 나에게는 섬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다. 지도를 펼치고 서해나 남해의 복잡한 해안선을 스크롤해서 훓으면서 가볼만한 섬을 찾아서 여기저기 드라이브겸 가본 적도 참 많았다. 의외로 사람들이 모르는 멋진 곳을 발견한 적도 있었고, 개인 소유의 한적한 어촌 같은 곳에 가서 저놈은 뭐하는 놈인가 하는 눈총을 받기도 했고. 


자동차로만 갔었던 석모도를 이제 자전거로 가볼 수 있다니. 자전거 타길 잘했다.





 바다위를 자전거로 지나가니 기분이 새롭다. 아침 햇살이 비추는 바다의 모습은 그저 아름답다. 큰 움직임이 없는 그런 정적인 모습이지만 몇 시간이고 멍하니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기분. 바다는 항상 옳다.


 석모도 민머루 해변을 향해 페달을 돌린다. 


잠시 예전에 배가 다녔을때 기억이 떠올라 석모도 선착장에 가봤다.




 저 멀리 외포리 항구가 아스라히 보인다. 꽉 막힌 철문 옆에서 항상 바다만을 바라봤을 개 한마리가 짖지도 않고 나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그래, 너 마음 안다. 나도 많이 아쉽고 그르타...


 민머루 해변을 향해 가는 길. 음악을 듣거나 유투브를 듣곤 했는데 오늘은 그런 인공적인 소음 하나 없이 그리고 사람의 음성 하나 없이 바람 소리, 새 소리 같은 자연의 소리만 들으며 여기까지 왔음을 깨달았다. 굳이 인공적인 소리로 여백을 채울필요는 없구나, 


 자연으로 그리고 내 생각만으로도 내 마음이 충만해 질 수 있음을 깨닫자 저 멀리 보이는 바다는 내 친구가 된다.


 오비 1년차때 후배들을 데리고 엠티를 왔던 민머루 해변에 도착했다. 두번째날 아침 5시에 후배들을 깨워 전지훈련이라며 4시간 반동안 구보했던 그 길을 따라 들어왔다. 이른 아침 예상치 못했던 구보에 갑자기 신호가 와서 급하게 일을 보고 나뭇잎으로 뒷처리를 하다 은밀한 곳에 풀독이 오른 후배가 갑자기 보고 싶다. 호규야, 잘 지내지? 그땐 형이 미안했다 ㅎㅎ


 저 멀리 민머루 해변이 보인다. 날씨가 이렇게나 쌀쌀한데 이 곳에서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꽤 많다. 가을 바다를 보며 하룻밤을 보내는 것도 꽤 낭만있을 것 같다. 물론 챙길 것은 많겠지만


 씨유에 가서 커피와 약과를 샀다. 실내에 자리가 있으면 좋겠는데 아쉽게 밖에 테이블만 이용할 수 있게 되어 있다. 50여분 째 바다를 보며 글을 쓰니 눈은 호강인데 손은 죽을 맛이다. 시려워 시려워.....


먹고 싶은 마음은 별로 없었지만 언 손을 녹이려 새우탕을 급히 한사발하고 다시 페달을 돌린다. 생각해보니 스트라바를 안키고 왔었네, 오픈라이더  기록이 남아있으니 다행이다. 운행거리가 쌓여가는 맛도 라이딩 재미 중 하나라 꽤 중요하다.


외포리에서 강화시내로 가는 고려산 업힐은 완만하지만 아주 길~~다. 업힐 초보에겐 트레이닝하기 적당해보인다. 

정상에서 와서 고려다리를 가기위해 삼막사 가는 듯한 업힐을 오른다,  앞바퀴가 들썩이는 정도의 경사가 아찔하다. 거리가 짧아서 참 다행.




차로 여럿이 갔던 장소를 혼자 자전거를 타고 가면 내 안에 있는 많은 생각들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혼자 가는 여행은 오감이 더욱 예민해 지는 법이니깐. 더 추워지기 전에 바삐 다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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