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에 학부모 공개 수업을 다녀왔다.
첫 째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이후로 코로나19가 시작되어 2학년때까진 아예 오프라인 공개수업 자체가 없었고, 그 이후에는 내가 공개할 시간에 우리 아이도 함께 공개수업을 해야 했다. 서로 다른 교실에서 아빠도 수업을 해야 하고, 아이는 수업을 받아야 했기에 우리 아이가 교실에 어떤 모습을 앉아 있는지는 그저 궁금하기만 했다.
입학식 때도 나는 우리 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들을 위해 입학식을 준비하고, 사회를 봐야 했는데 이 때문에 정작 우리 아이들의 입학식에는 가보지 못하여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입학식이야 이미 지난 것이니 어쩔 수 없기에 학부모 공개수업이라도 꼭 가보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드디어 올해 기회가 왔다.
우리가 다른 많은 학교들보다 1주일 먼저 학부모 공개수업과 총회를 진행했기에 드디어 아이들 학부모 공개수업과 겹치지 않게 된 것. 아빠가 드디어 너희들 수업을 보러 갈 수 있게 되었어! 아이들에게 크게 외쳤다. 그런데 애들 표정이 모호했다. 알쏭달쏭이라는 낱말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말인가. 싫고 부담된다는 건지, 좋으면서 쑥스러운 건지 원...
드디어 학부모 공개수업날이 되었다. 4교시까지 마치고 아이들 수업이 시작하는 12시 50분까지 점심도 먹지 못한 채 부리나케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집 주차장에 차를 놓고 아이들 학교로 걸어가는데 다들 멀끔하게 착장 한 수많은 어른들이 아이들 학교로 삼삼오오 모여드는 모습을 봤다. 점심 먹고 학생들과 함께 교실로 올라갈 때 보이는 그 부모님들 무리 안에 내가 속하게 되니 애들 수업을 보러 왔다는 게 실감 났다.
3층인 교실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데 벌써 5교시 시작종이 울렸다. 미리 가서 아이와 눈인사를 하고 아빠가 수업을 보러 왔다는 도장을 찍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한발 늦어버렸다. 그런데 아이 교실로 다가갈수록 복도에 부모님들이 닫힌 뒷문 너머로 교실 안을 힐끔힐끔 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다른 반은 다 교실 안으로 들어갔는데 왜 이 반만...? 혹시 선생님께서 깜빡하셨을까...? 복도가 이렇게 웅성거리고 애들 표정도 상기되어 있어서 그러실 것 같진 않은데.. 내가 먼저 뒷문을 열어야 할까...? 많은 생각들이 쉬는 시간에 애들이 교실 안을 휘젓고 돌아다니듯 어지러이 움직였다.
'엄마, 아빠, 들어오세요'
그때 아이들이 우렁찬 소리와 함께 뒷문이 열렸다. 휴우... 선생님께서 다 계획이 있으셨구나. 누가 먼저 교실로 들어가야 하나 다들 쭈뼛거리는 것도 잠시, 용감한 몇 분이 교실 안으로 박수를 받으며 들어가셨고, 나도 무리에 껴서 교실로 들어가려던 차에 둘째 아이와 눈이 딱 마주쳤다.
수줍은 듯 웃으며 나를 힐끔 바라보며 다시 선생님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 가까이 다가가서 '아빠 진짜 온다 그랬지? 아빠는 우리 둘째 교실에 와서 너무 좋다'하며 인사를 하고 싶었지만... 수업에 방해가 되면 안 되니 마음속으로만.
학부모 공개수업을 준비하는 교사들 사이에서 흔히 하는 말이 있다. 부모님들은 당신의 아이만 집중하기 때문에 수업에 너무 부담 갖지 말라고. 내가 가보니 반만 맞는 말이다. 물론 우리 아이가 어떤 모습으로 앉아 있는지, 선생님 말씀에 경청을 하는지 안 하는지, 친구들과는 어떻게 소통하는지 등의 일거수일투족을 보는 것은 맞다. 그런데 선생님이 어떤 느낌인지를 유심히 보게 되는 것도 있다. 그동안 아이의 말로만 들어오면 선생님의 모습,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던 아이 담임 선생님의 모습과 현실의 모습 간의 간극을 좁히려는 노력으로 봐야 할까. 앞에 계신 선생님의 모습을 보니 그동안 아이가 했었던 말들이 이해가 되고 납득이 되기 시작한다.
물론 수업의 흐름을 생각하는 것은 별개다. 교사의 입장에서 수업을 보면 수업 활동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고, 안내는 어떻게 하고 어떤 발문을 하는지 등을 유심히 보겠지만 학부모 입장에서는 우리 아이가 어느 타이밍에 무슨 말을 하게 될까만 고민하게 되더라는.
그 맥락에서 1주일 전에 내가 우리 반 애들과 함께 했던 학부모 공개수업을 반성했다. 내가 너무 말이 많았구나.... 부모님들은 당신의 아이가 무슨 말을 하는지가 궁금했을 텐데 조연이 너무 주목을 받으려고 했구나 하며.